에마

에마 (천줄읽기) - 발췌 ㅣ 지만지 고전선집 394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9년 6월

제인 오스틴..너무 익숙한 이름.

작가에게 있어 대표작은 작가의 유명세와 동일시 되는 경향이 있다.

읽어보지 않고도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화자가 되는 바람에 귀동냥만으로도 마치 읽은 양,

내용이며 인물들의 특성이며 시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꿰뚫고 있는 책이 더러 있는데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도 그런 책 중의 하나가 아닐까..한다.

오만과 편견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좋은 반응을 얻은지라(영화와 책에서 받는 감동은 분명 다르지만..)

영화의 성공만큼 작가의 명성도 높아졌음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내가 이 책을 택하게 된 이유도 어쩌면 '오만과 편견을 쓴 그녀'의 책이라는 이유가 압도적이었으니..--;;

 

에마!

대책없이 낭만적이고 낙천주의기까지한 이 아가씨는 슬픔이나 아픔같은 어둔운 이야기는 한번도 침범한 적이 없는

단단한 결계로 쳐진 세상 안의 철부지 아가씨다.

권태로운 시간을 보낼 유일한 소일거리로 남의 결혼을 주선하는게 제일 재밌는 일이다.

그러다가, 뒤늦게 깨달은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얻기 위한 작은 배신을 준비하는데...

 

오만과 편견과는 약간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기는하지만, 페미니즘이 깔린 여성을 위시한 사랑찾기라는

면에서 일맥상통하고, 어딘지 어린날 지겹게 읽어왔던 하이틴 로맨스의 뻔한 결말을 깔고 있어 약간 식상한

면이 없지않았다.

에마  자체만으로도 어디하나 빠질때없는 완벽한 조건을 가진 캐릭터라 약간의 거부감으로 (내가 소녀가 아닌지라..ㅠㅠ)

다가오는데 흠잡을 때 없는 해피엔딩이라니...

세상의 길들을 수월한 기억없이 힘들고 어렵게 걸어온 탓인지 이 동화같은 이야기는 어쩐지 맥이 빠졌다.

원작을 4분의 1로 줄여 에마의 이야기에만 맞춰 발췌했다는 일러두기를 먼저 읽었음인지 사골에 우러나온 국물은

다 따르고 건데기만 맹숭맹숭 건져먹는 밋밋함이랄까...속을 풀어주는 국물의 개운함이 못내 아쉬웠다.

 

작가라고 내 놓은 작품마다 독자가 요구하는 업그레이드 된 기대를 고르게 채우기엔 힘들것이란 걸 안다.

이 작품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작품이지만, '그 명성에 걸 맞는 작품'을 읽기를 원했던 독자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직 하이틴이거나 그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아가씨였다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재밌게 읽었으리라

확신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우울하고 칙칙한 주인공 보다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주인공이 반가운 법이니!^^

 

기회가 된다면 나머지 4분의 3이 채워진 원문을 꼭 읽어 보고싶다.

이 사랑스런 주인공 옆에 녹아있을 진국을 제대로 마셔 볼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