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 3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1993에서 1994년 쯤으로 기억한다.

항간에 떠돌던 여러형태의 귀신들을 집합시켜 계보를 만들고 그 귀신들을 물리치는 퇴마사들의 활약을 그린

'퇴마록'(들녘출판, 전3권)이라는 소설이 한참 주가를 올리던 때가.

'전설의 고향'이후 제대로 된 귀신 집합소를 구경할 수 있었던 신산하고 서늘한 책이었다.

귀신들도 모아 놓으니 참 다양하고 사연도 가지가지구나, 머리만 푼다고 귀신이 아니구나, 내 옆에도 우글거리고 있는거 아냐?

하는 생각과 현란한 내공과 신공, 부적과 검으로 부활한 귀신을 잠재(?)우던 퇴마사들의 눈부신 활약에 정신줄 놓고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여름이면 으례 등장하는 공포영화의 줄거리가 어디서 본 듯하다 싶은 게, 퇴마록에서 그 모티브를 얻은 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하곤 했다.

그리고,2009년 봄!!

랜덤에서 출판된 귀신전3(현재 3권까지 출판)와 마주한다.

데쟈뷰.

분명 처음 만나는 인물들과 새로운 사건들임에도 이미 본 장면들의 재현을 보는 듯한 이 기시감의 정체는 뭔가?

혹, 같은 작가의 후속편? 그럴리가.

표절이나 아류의 느낌과는 분명 거리가 있지만, 어쩐지 익숙된 전개 방식과 사돈의 팔촌쯤 되는 그때와 비슷한 귀신들의 등장이

신선함을 반감시켰음은 어쩔수 없다.

 

서점에서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땐, 청소년 용인 줄 알았다.

한참, 분신사바가 어쩌고 학교 귀신들이 판을 치던 때가 있었지않았는가 말이다.

하이틴을 겨냥한 책 치고는 표지가 비장미와 무게감이 고루 느껴지군 싶었는데, 의외로 책의 평이 솔찮게 괜찮았다.

하이틴 뿐아니라 어덜트까지 폭 넓은 대상을 타겟으로 삼았다는 건 읽으면서 바로 눈치챘다.

책의 평이 일부 매니아들에게만 형성된 기류일지라도 (매니아라면 더 정확히 읽어 낼 수있었을테니..) 좋았던 건,

작가가 단순히 귀신에 국한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아니라, 이슈화 되고 있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투영시키는데

귀신이라는 여과장치를 잘 활용해 공감을 이끌어 낸 힘이라 느껴진다.

 

1.2편을 보지 못한 채 본 3편이지만 앞의 내용을 모른다고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거나

주인공들의 윤곽을 잡지 못해 몰입이 힘들어지는 일은 없다.

주인공으로 활약하지만, 학교에서는 은따인 고등학생 공표, 인디법사 선일, 귀신전의 저자인 수정과 친구 숙희,

수정을 좋아하는 용만, 내공이 느껴지는 박영감, 예지몽으로 복선을 깔아주는 찬수.

나름 개성있는 캐릭터로 (징가 Z에서 영희와 철희가크로스!!를 외치듯..)각자의 위치에서 합체, 분리해 가며

퇴마에 혼신의 힘을 쏟는다.

이어져 온 이야기는 매듭지어지고, 새로운 이야기로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 책은 독자를 지긋이 눌러 앉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 한 걸음 더 어둠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공표와 인화의 이야기, 음산한 캐릭터인 숙희가 가지고 있는

피리 '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가 궁금함의 촉매로 증폭되면서 다음 권을 또 기다리게 하는 물지 않을수없는

떡밥을 던져 두었다.

 

진부한 귀신이야기가 먹힘은 귀신들도 이전엔 사람이었다는 뻔한 사실을 우리가 잠시 잊고 있거나,

너무 잘 알고 있음이 아닌가 싶다.

사람을 통해 구원을 받고 사람을 통해 나락에 빠지는 세상일을 과거와 현재를 오갈수있는 귀신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과응보의 깨달음과 각인해야 할 인간성을 피력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권선징악의 뻔한 교훈이 아닌 '야! 너, 그딴식을 살면 오뉴월에 찬서리 된통 맞는다.' 이런투의 구체적인 귀신의 협박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하는 아이러니를 연출케하니!

 

앞서 밝힌 '퇴마록'의 버전에서 차별화가 느껴지지 않는 게 아쉬움이긴 했지만,

일단 잡으면 놓을 수없는 재미가 있고, 점점 더 흥미로운 귀신들의 세계로 초대 될것같은 범상치 않은 예감이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된다.

차츰, 저변을 확대하며 걷는 귀신들의 저벅거리는 발자국소리와 그에 맞서는 퇴마사들의 새로운 신공을 섭렵할 수있는

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귀신이야기는 왜 나이가 들어도 이리 재밌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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