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명문가 -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위하여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명문가!

정신과 물질이 모두 풍요로운 집을 일컫는 말이 될 것이다.

물질이 풍요로운 집을 칭하는 '재벌'이라는 말이 따로 있는 걸 보면 돈과 명문은 그다지 관계가 없어 보인다.

책에서 밝힌바 있듯,

수백년 동안 명문으로 화자된 집의 공통점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심을 얻었다는 점이다.(p.38)

인심을 얻으려면 베풀어야 한다. '이불가독식(利不可獨食)' 이익이 생기면 혼자 먹지 않는다는 간단한 원리다. 

 

소개된  아홉의 명문가들은 비슷하나 다른 색깔로 그 시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했다는 특징들이 있다.

익히 화자 된 귀감이 되어 온 명문가의 이야기를 다시 읽는 반가움도 있었지만, 모르고 있었던 명문가의 숨은(?)

이야기에 이유없이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 뿌듯함이란 것이, 물질의 풍요에만 치우치는 지금의 부자들에 대한 반감이기도 하고, 어딘가에 계속되고 있을 숨은

명문가에 대한 응원일 수도 있다.

 

조용헌은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재현하고 계승해 보자는 의지를 피력한다.

귀족들의 의무!!

귀족이라는 말의 이질감은 잠시 접어두고  지도계층인 그들이 행함으로 인해 파급될 사회적 파장을 생각하면

이 의무라는 말은 신성하게까지  느껴진다.

황금만능과 배금의 탁한 현실에 비껴 생각케되는 그들의 맑은 정신과 시대의 요구에 따라 묵묵히 할 바를 알아

행했던 의연함은 계승해야 할 것이 눈에 보이는 문화재만이 아니라, 정신적 유산도 빠뜨리지 말아야 함을

저자의 글을 통해 읽힌다.

 

최근 신윤복 열풍으로 더 유명해진 간송미술관의 간송집안, 적선지가로 동학도 전쟁도 피해간 논산의 윤증 고택,

일제 자본시장 침탈을 막았던  전남 담양 창평면의 고씨집안, 한국의 비버리 힐즈 경주 양동마을 손씨 대저택..

이름만으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문가의 이야기 속에서 또 새로운 감동으로 읽혔던 집안 이야기가 한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살아있는 전설, 우당 이회영과 형제의 일가 이야기다.

한국은 우당 집안에 빚을 지고 있다는 말로 일가 얘기를 끝맺는데, 빚을 지고 있다는 표현보다는 업드려 절하며

살아야 한다는 간곡한 말이 더 어울릴 듯 하다.

(빚은 갚으면 그만이라는 맹랑한 생각이 든 까닭이다.--;;)

 

정승 열 명을 배출한 삼한갑족이 일제의 침탈이 시작되자 독립운동을 위해 재산을 처분해 만주로 망명한 후,

계획한 일들은 국사책에도 나오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굵직하고 중요한 일들이다.

헤이그 특사 사건, 고종 망명 계획, 신흥무관학교 설립..

지금의 600억 재산을 처분해 60명의 가솔을 이끌고 망명한 중국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재산을 투자하고 일가족은 지독한

가난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조선이 해방된 후 다시 조국으로 살아 돌아올 수있었던 이는 이성재 뿐이었다고 하니,

한국사의 한 장을 차지한 중요한 사건속에서 우당집안의 멸사봉공의 노고를 짐작할 수있다.

삼한갑족의 재력과 권세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쓰이고 고택의 모습은 다만 흔적으로 존재 할 뿐이라는데 더 마음이 아릿하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명문가라고 일컫기에 손색이 없다.


명문가를 알리고 정신을 펴 보여 우리에게 귀감이 될  표석을 제시해 준 것도 고마움이지만,

글과 함께 곁들인 고택의 사진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빼 놓을 수없는 책이다.

위치한 지리의 풍수적 해설과 포인트를 맞추어 줌 인 해서 보면 좋을 집안의 특징, 가계를 이어오는 종손들의 기품있는 실물사진,

고택의 나무와 꽃, 주변의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책 읽는 맛을 더 해준 사진이 있어 이 책은 더 빛난다.

 

분열과 혼란의 시기에 사회를 통합할 '시대정신'을 기대한 조용헌의 명문가는

우리 모두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살아야 할 숙제를 던져주는 묵직한 책이다.

명문가의 명성만큼 오래 읽혀 내려가는 책이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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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ltar 2009-04-11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왠지 PR느낌인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