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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ㅣ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도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맨 먼저 드는 생각이 인구가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다.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 인도.
인도와 중국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셋 하고 동시에 뛰면 지구가 흔들릴 것이라고
사람들이 우스갯말을 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인도의 규모가 크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카스트제도와 종교갈등 등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인도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있다.
인도 사회 특유의 신분제도인 카스트제도는 한마디로 사람들을 여러 단계별 계급으로 나누어
신분에 따라 차별을 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분제가 철폐되기 전까지는 이런 계급이 있었지만
현재는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평등하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요즘은 돈이 계급이라는 말이 있지만...)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인도는 카스트제도가 법적으로는 폐지되었을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남아 지켜지고 있다.
힌두교 교리에 기반한 카스트 제도는 애초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와
거기에 끼지 못하는 인간 이하의 불가촉천민과 부족민으로 모든 인도인을 서열화한다.
상위 카스트는 전 인구의 12%밖에 되지 않으며, 76%는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계층이다.
1억7천만 천민들은 자신들을 '억압받는자'라는 뜻의 달리트로 부른다.
바로 이 카스트제도는 인도에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야기시키고 있다.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달리트들은 남의 논밭에서 날품을 팔며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달리트에 대해 잔인한 범죄들이 자행되기도 한다.
교육의 불균형, 직업, 경제력의 세습, 그리고 서로 다른 카스트간의 결혼을 납득하지 않는
사회적 규범 등 카스트제도가 몰고 온 비극은 여전히 인도를 피로 물들이고 있다.
그 밖에도 수많은 언어와 종교, 빈부의 격차, 정치적 혼란과 테러에의 노출 등
인도에 산재해 있는 문제는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10억이라는 인구와 드넓은 영토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대다수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속에서도
자신들의 민족성을 굳건히 지켜가고 있고 노벨상을 여섯번이나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격변하고 있는 인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적절한 균형>이다.
디나 달랄과 옴프라카시 다르지, 이시바 다르지, 마넥 콜라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적절한 균형>은 1975년의 인도를 배경으로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1975년 심각한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에 둘러싸이게 된 인도는
국가의 위기 상황을 선포하고 국민들의 자유를 제한하였다.
소용돌이처럼 돌아가는 인도의 위기 시대에 남편이 죽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느라
지칠대로 지친 디나와 아버지와 갈등을 빚으며 도시로 나와 공부를 하기 위해
어머니의 친구인 디나의 집에 하숙을 하고 있는 마넥,
그리고 디나의 집에서 재봉사로 일을 하는 이시바와 옴은
국가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며 고통을 겪는다.
특히 불가촉천민인 이시바와 옴이 당하는 고통은 너무나 크다.
희망과 절망 사이의 적절한 균형,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련하다.
적절한 균형이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나역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오늘날의 인도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지금쯤 이시바와 옴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그들 앞에 좀더 나은 미래가 펼쳐져 있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