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황승택 지음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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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동안 의료진들이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어제 있었던 회식 이야기, 오후 스케줄 등 주제도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는 이게 편치 않더군요. 그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수많은 제보자들이 간절히 저에게 이야기를 할 때 바란 것이 이런 집중이 아니었을까. 기사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은연중에 드러난 제 행동과 표정에서 제보자들도 서운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_p.150

죽음을 일방적 공포가 아닌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제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앞으로 주어진 삶에서는 다시 하지 말아야 할 실수가 무엇인지 복기할 수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되어 삶이 느슨해질 때 지금 이 순간과 하루가 정말 소중하다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 자극제도 제 몸에 장착됐습니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지난 3년이 상실의 기간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_p.213

 


 

 

최근에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Q. 자신의 삶에서 가장 힘들고 불안했던 때를 이겨냈던 방법은?
A. 그 때의 내가 이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이 문장을 보고 꽤나 감동이 되었다. 아무도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아 받아 들이기 어려웠지만, 사실 세상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도 많으니까.

우리나라에서 질병은, 개인 관리의 실패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은 관리를 잘 하면 '병'에 걸리지 않을거란 믿음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방송기자로 생활하며 바쁘게 살았지만, 술도 적게 마시고 틈틈히 운동도 하며 관리했지만 '백혈병'은 느닷없이 찾아왔고 아직 병의 정확한 원인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누군가가 '병에 걸렸다'라고 말한다면, '왜?'라는 질문은 맞지 않다. '왜'라니, 큰 죄라도 지어 벌을 받는 것처럼 되묻는 물음에 '당사자'는 더욱 우울감과 고립감에 고통받을 뿐이다.

 

사람마다 '힘든 순간'을 견디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더 나누고 싶어할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삶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현재의 감정을 글로 남기며 정리하고 소통하기도 한다. 황기자는 투병 중에 느끼게 되는 우울감과 고립감을 극복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투병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통스러웠던 순간, 혼란스러웠던 마음, 이해할 수 없는 억울함을 글로 쓰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가 '고통스러웠다' 라고 쓰는 여섯 글자에는 얼마나 많은 순간이 담겨있을까, 혼란스럽다고 적는 한 단어에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하지만 어리둥절해도 그 순간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려는 의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알고보면 많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인데, 나 혼자만의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누군가가 지나간 길이다.

병원에서도 '기자 정신'을 놓지 못하고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투병기를 써내려가는 그 단어들 위에 '삶의 의지'가 담겨있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나답게' 산다는 것의 가치가 담겨있다.

 

그래서 '지금의 황승택'은 이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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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6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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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 그는 밤의 한복판에서 불침번처럼, 밤이 인간을 보여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신호, 이런 불빛, 이런 불안을 보여준다는 것을 말이다. 어둠 속의 별 하나는 고립된 집 한 채를 의미한다. 별 하나가 꺼진다. 그것은 사랑에 대해 문을 닫은 집이다.
파비엥은 이제 막 천 킬로미터를 날아와서, 높은 파고가 살아 숨쉬는 비행기를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전쟁터 같은 뇌우를 열 개쯤 통과하고 그 사이사이 달빛 받은 공터를 지날 때마다, 그리고 이 빛들을 하나하나 정복하는 기분으로 지나갈 때마다 그들의 욕망을 알아본다. 농부들은 자신들의 불비이 소박한 식탁을 밝히기 위해 빛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로부터 팔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은 그 불빛 신호에 감동을 느낀다. 마치 그들이 바다 한가운데 무인도에서 절망에 빠져 구조의 불빛을 흔들기라도 하는 양 말이다. _p.20


 


오늘 저녁 내 우편기 두 대가 비행중이니, 나는 하늘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저 별은 군중 속에서 나를 찾다가 발견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내가 여기서 조금 이방인 같고 살짝 외로운 건 그 때문이다. _p.52

 


"인생에 해결책이란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그 힘을 만들어내면 해결책은 뒤따라온다네" _p.103

 


그는 '섬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배를 만들었던 옛날 소도시들을 생각했다. 거기에 희망을 싣기 위해, 자신들의 희망이 바다 위에서 돞을 확짝 펼치는 것을 보기 위해, 그들은 배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배로 인해, 모두가 위대해지고 모두가 자신을 벗어나며 모두가 자유로워진다. '어쩌면 목적은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은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해병시켜준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든 배를 통해 계속 살아가게 되리라.'
전보들에는 그 진정한 의미를, 밤샘 대기하는 승무원들에게는 불안감을, 조종사들에게는 그들의 극적인 목적을 되찾게 해줄 때에야 비로소 리비에르 또한 죽음과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마치 바람이 바다에서 돞을 부풀리듯이, 생명이 이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때 말이다. _p.108

 

 

 

미지의 세계를 정복해나가는 하늘을 나는 작가,
생텍쥐페리가 처음으로 하늘을 난 것은 1912년 12살 때였다. 그리고 1921년 공군에 소집되어 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스트라스부르에서 근무했다. 처음에는 정비부대 소속이었지만 개인교습을 받은 후 조종사가 되었다. 1926년부터 항공사에 취업하여 프랑스의 툴루즈와 서아프리카 세네갈 다카르 항로 우편기를 조종하고, 다카르 항로상의 아프리카 기항지인 모로코 남부 캅 쥐비의 항공기지 착륙장 지점장으로 18개월 간 일하기도 했다.

1934년에는 에어프랑스사에 입사해 사이공에서 활약했고 이듬해에는 파리-사이공 비행기록을 세우기 위해 이집트로 출발했지만, 12월 30일 카이로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해 5일간 걸어가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1944년 6월 29일 비행에서 프로방스 지방으로 들어서자 정상적인 귀환 항로에서 서쪽으로 벗어나 바스티야 북쪽 100km 지점 코르시카 상공에서 적기에 피격되어 바다로 추락, 이것이 44살 생텍쥐페리의 마지막이었다.

대부분 '생텍쥐페리'하면 <어린 왕자>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자신의 별에 사랑하는 장미를 두고 세상으로 여행을 온 '어린 왕자'가 바라 본 순수하고 이해할 수 없지만 아름다웠던 세상과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다른 작품인 <야간 비행>을 읽게 되었다. <어린 왕자>에서도 엔진 고장으로 불시착한 조종사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작품은 우편기를 운행하는 '파비엥'을 주인공으로 목숨을 걸고 하늘을 정복해나가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파비엥이 불빛 하나 없는 밤 하늘을 날며 바라보고 생각한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묘사였다. 나는 이 부분을 보며 생텍쥐페리가 얼마나 비행을 사랑했고, 세상을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행복은 자유 속에 있지 않고 의무를 받아들이는 데 있다
조종사의 삶으로 경험한 비행중의 경험은 많은 작품의 모태가 되었는데, 1931년 발표한 이 소설은 아르헨티나 야간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직원들을 단련시키고자 그들을 엄격하게 다스리는 책임자 리비에르와 밤하늘 속에서 고독과 죽음에 맞서는 조종사 파비앵의 모습을 통해, 초기 항공우편산업을 이끌던 사람들의 책임감과 용기를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이 작품의 추천사를 썼던 '앙드레 지드'는 “열정적으로 자기가 해야 하는 일, 그 위험한 임무에 모든 것을 바치고, 임무를 완수했을 때에야 비로소 행복한 휴식을 얻는다."고 표현했다.

리비에르는 우편물을 적재한 비행기를 몰고 아순시온으로, 칠레로, 파타고니아로 떠난 조종사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무사히 야간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라며 각 우편기의 무선사들이 보내온 전보를 꼼꼼히 확인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파타고니아로 떠났던 조종사 파비앵이 돌아오지 않고, 무선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

파비앵은 비행중 뇌우와 맞닥뜨려, 어둠 속에 꼼짝없이 포위된 채 고독과 죽음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철야근무를 하던 직원들이 상황을 인지하고 일을 진척해나가지 못하는 와중에도, 리비에르는 다른 곳에서 온 전보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또다른 우편기의 비행을 지켜보며 다음 우편기의 출발을 준비시킨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자신의 신념에 대한 증명이라 믿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는 나약하며 포기하는 인간이 아닌, 강한 의지를 통해 자기초월에 이르는 인간을 그려내고자 한다. '인간의 본질'이란 자신의 소명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것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 또한 자신의 과업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리비에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견해가 무척 다를 것 같다. 하지만 생텍쥐페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본질을 조금 더 넓게 해석해서 생각해보면, 인간이 가진 강인한 의지를 통하여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행위',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라고 동의한다.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하는 강인한 의지와 용기는 세상을 보다 나은 것으로 바꾸어왔다고 생각한다. 소명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공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경찰관, 소방관 등이 있을 것이고, 학술적으로는 전쟁터처럼 사람을 살리기 위해 치료하고 연구하며 보다 안전하고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한 순간도 치열하지 않은 적이 없는 우리의 삶이 조금은 더 나약함에서 벗어나 자신을 뛰어넘어 소명을 다하고자 할 때, 어둡고 두려운 야간 비행 중 만나게 될 작은 별빛처럼 자신의 길을 인도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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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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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클로버는 여러 해 전 동물들이 인간을 뒤집어엎기로 했을 때 일이 이 지경이 되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오늘 있었던 공포와 살육의 장면들은 늙은 메이저가 그들에게 반란을 사주했던 그날 밤 그들이 꿈꾸고 기대했던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담긴 미래의 그림이 있었다면 그것은 굶주림과 회초리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사회, 모든 동물이 평등하고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 메이저의 연설이 있던 그날 밤 그녀가 오리새끼들을 보호해 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그런 사회였다. _p.95

 


모두가 평등한 사회는 존재할 수 있을까?
메이너 농장에 사는 늙은 돼지 메이저는 농장 동물들에게 인간의 지배하의 비참한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동물들끼리의 자유롭고 평등한 농장을 만들자고 설득했다. 그리하여 동물들은 돼지들을 주축으로 주인 존스를 몰아내고 <동물 농장>으로 이름을 바꾸어 직접 농장을 경영한다. 동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노동이 인간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을 위한 것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간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똑똑했던 돼지들 중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은 풍차를 건설하는 것을 두고 권력 다툼이 일고, 이 다툼을 통하여 나폴레옹은 함께 의사결정을 하던 평등한 회의를 없애고 자신의 의견대로 농장을 이끌어 나가기 시작한다. 나폴레옹은 함께 정한 '일곱 계명'을 몰래 바꾸고, 나폴레옹이 농장을 지도한 후 더욱 살기 좋아졌다고 선전을 하며 다른 동물들을 억압하기 시작한다.

조지 오웰은 인도의 하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상류층 아이들과의 심한 차별을 맛보며 성장했고, 장학생으로 입학한 이튼교에서도 계급 차이를 경험하며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사회 계급에 대해 생각했다. 특히나 이 작품은 당시 지식인들로부터 시작하여 평등한 사회를 꿈꾸던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권력자가 어떤 식으로 민중을 속이고 억압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동물 농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화로 표현했다.

나는 최근에 심리적으로 느끼는 계급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는 분명 헌법 제11조 ①에 의하여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정하고 있지만, 가족, 직장, 학교 외 여러 관계 속에서 위계와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조금 더 똑똑했던 돼지들이 다른 동물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더욱 봉사하던 단계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돼지들은 자신들 또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돈에 의하여, 권력에 의하여, 조직에 의하여, 인간은 자신에게 아주 작은 권력만 생겨도 누군가를 짓밟고 모욕하고, 자기 뜻대로 휘두르고 싶어한다. 그렇게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도 하등하게 여기며 스스로 자신의 인간성에 대해 자문하지조차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은 상대적이어서 누군가 앞에서는 군림하고, 누군가 앞에서는 고개를 조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알량한 위계가 누군가를 지배해도 된다는 뜻일까?

처음 우리가 평등을 꿈꾸었을 때,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미래는 모두가 평등하고,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며,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주는 그런 사회였다. 조그마한 약점만 보여도 짓밟기 바쁜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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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노트 쏜살 문고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정지영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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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너는 도움과 위로와 희망이 필요할 텐데, 나는 애정의 말은 커녕 고작 자신을 위해서밖에 살지 못하는 에고이스트의 한탄만을 적어 보내는구나.

사랑하는 벗이여. 용서해 줘!
다른 말은 쓸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위기를 겪고 있어. 지금 나의 마음은 산골짜기의 자갈밭보다도 더 메말라 있어! 모든 것에 대한 불안, 또 나 자신에 대한 불안, 이것이 가장 잔인한 괴로움 아닐까? _p.83

 

 


 

이 작품은 예민한 두 사춘기 소년이 벌인 일주일간의 가출 사건을 그리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교도이자 명망있는 티보 집안에는 아들 자크와 모든 사람들이 예의 주시하는 프로테스탄트 집안 출신의 다니엘은 학교 선생님의 눈을 피해 회색 천을 덧댄 노트에 서로의 비밀 이야기를 공유하며 점점 깊은 관계를 쌓는다.

그러나 이들의 비밀스러운 우정 행각은 강압적인 학교 선생에게 노트를 들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의 노트에 주고받은 섬세하고 시적인 언어들은 너무나 순수하여 어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선생들은 이 사건으로 인하여 다니엘을 퇴학 시키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시작된 두 소년의 가출은 선생과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이어지며 배를 타고 알제리로 떠나고자 가출을 시도한다.

사춘기에 한 번쯤은 지나가는 성장통과 같은 예민한 고뇌들과 반항, 그리고 모두가 주어진 가정에서 각자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들은 백 년전에 쓰여진 이 작품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지금은 모든 것에 많이 무뎌졌지만, 나 또한 이 두 소년들처럼 몹시 예민하게 성장하며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느꼈던 고통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 시기를 쉽게 '중2병'으로 하찮게 부르지만, 성장하는 한 사람의 생애에서는 그 예민함이 그 사람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그 때의 내 슬픔이, 고통이, 예민해서 견딜 수 없었던 수많은 것들이 지금은 별 것 아니게 되었지만, 그렇게 견뎌냈던 시간들이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 되었고,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 되었으니까.

그 시절, 이유없이 억울했던 날도, 눈물만 흘리던 친구의 손을 잡아주던 어떤 날도 소중하지 않은 날은 없다. 이 두 소년의 짧은 가출이 어른들의 눈에는 그저 철없이 반항하는 허튼 짓일지 모르겠지만, 이 두 아이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사건이 된다는 것을 그 시절을 지나온 우리는 모두 안다.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문제 의식도 좋았지만, 그와 함께 아팠지만 반짝거리는 내 시간들이 떠올라서, 그 불안이, 그 슬픔이 떠올라서 말할 수 없는 울림이 있었다. 고뇌도 반항도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야한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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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 여행자MAY의 퇴사 후 세계일주
여행자메이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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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이 길 위의 수많은 꽃을 지나치며 단 한 번도 가까이 다가가서 꽃향기를 맡아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꽃나무를 보면 “예쁘네” 하고 지나칠 뿐, 단 한 번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의 상사에게 “옆도 살피고, 아래도 내려다보고, 가끔은 뒤도 돌아보고 싶다”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떠나온 이 길 위에서 나는 겨우 앞만 보며 걷고 있었던 것이다.

일상에서 늘 그랬듯 말이다. 오늘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이 길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이 향긋한 꽃향기를 맡지 못했을 것이다. _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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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기질이나 성격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모습들도 꽤 많이 있다. 나는 모험심이 강하고,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 즐거워하고, 낯을 가리지 않는 편이고, 계획적인 것을 싫어하고 충동적인 성격이다. 나는 이러한 내 모습을 정말 사랑하는데, 이 모습들은 나도 작가처럼 '도망치듯' 떠났던 그 길 위에 발견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일상에서는 얼마나 많은 규칙과 계획에 얽매여 있는지, 나는 딱 두 가지, 여행과 독서만큼은 계획이 없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런 계획 없이, 잔고만큼 버티기’로 시작한 여행자MAY의 여행이 어떤 순간들을 만났을지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게 매여있던 많은 것들을 털어내고나면 그제야 '진짜 중요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배웠던 시간이었다. 40일간 계획없이 떠났던 나의 첫 여행에서.

눈이 아주 많이 내리던 날, 스위스의 기차를 타고가다 아름다운 풍경에 이끌려 무작정 기차에서 내렸던 순간, 내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정말 중요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 수 없이 눈물이 흐르던 순간이었다. 지금 아름다운 이 순간말고 더 중요한 것이 세상에 어디있을까, 내 인생에서 반짝이던 순간이었다.

내가 사회초년생으로서 더 많은 매출을 내고, 그래서 인정받고, 세상에 꼭 필요한 일원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위해서 얼마나 아둥바둥 했는지, 그 지쳐버린 어깨 뒤로 내가 놓친 진짜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일상이 익숙해진 지금, 하루에 20분만 하늘을 봐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데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삶인가.

하늘 한 번 올려다 보지않고 같은 길을 매일 오가는 지금의 나의 삶은 어떤가. 여전히 삶에서 놓친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여행에서 배운 '진짜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그 때처럼 무모하고, 용감하게 모험 할 자신이 없어진 것 같지만, 여전히 그 순간이 그립기는하다. 그 따뜻했던 햇살이 떠올라서, 그 아름다웠던 순간이 떠올라서, 길에서 만난 이가 반가워서 벅찼던 그 순간들이 아직 내 안에 있기 때문에.

'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이 말은 결국 삶의 무수한 길을 걸으며 나 자신을 알아가고, 사랑하게 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꼭 여행을 가야만 자신을 알 수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지금'에서 조금 고개를 돌려서 누군가의 도전어린 여행을 본다면 잠깐은 내가 진짜 '행복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모두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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