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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황승택 지음 / 민음사 / 2018년 11월
평점 :

제가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동안 의료진들이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어제 있었던 회식 이야기, 오후 스케줄 등 주제도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는 이게 편치 않더군요. 그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수많은 제보자들이 간절히 저에게 이야기를 할 때 바란 것이 이런 집중이 아니었을까. 기사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은연중에 드러난 제
행동과 표정에서 제보자들도 서운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_p.150
죽음을 일방적 공포가 아닌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제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앞으로 주어진 삶에서는 다시 하지 말아야 할 실수가 무엇인지 복기할 수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되어 삶이 느슨해질 때 지금 이 순간과 하루가 정말 소중하다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 자극제도 제 몸에
장착됐습니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지난 3년이 상실의 기간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_p.213
최근에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Q. 자신의 삶에서 가장 힘들고 불안했던 때를 이겨냈던 방법은?
A. 그 때의 내가 이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이 문장을 보고 꽤나 감동이 되었다. 아무도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아 받아 들이기 어려웠지만, 사실 세상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도
많으니까.
우리나라에서 질병은, 개인
관리의 실패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은 관리를 잘 하면 '병'에 걸리지 않을거란 믿음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방송기자로
생활하며 바쁘게 살았지만, 술도 적게 마시고 틈틈히 운동도 하며 관리했지만 '백혈병'은 느닷없이 찾아왔고 아직 병의 정확한 원인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누군가가 '병에 걸렸다'라고 말한다면, '왜?'라는 질문은 맞지 않다. '왜'라니, 큰 죄라도 지어 벌을 받는 것처럼 되묻는 물음에
'당사자'는 더욱 우울감과 고립감에 고통받을 뿐이다.
사람마다
'힘든 순간'을 견디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더 나누고 싶어할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삶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현재의 감정을 글로 남기며 정리하고 소통하기도 한다. 황기자는 투병 중에 느끼게 되는 우울감과 고립감을
극복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투병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통스러웠던 순간, 혼란스러웠던 마음, 이해할 수 없는 억울함을 글로 쓰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가 '고통스러웠다' 라고 쓰는 여섯 글자에는
얼마나 많은 순간이 담겨있을까, 혼란스럽다고 적는 한 단어에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하지만
어리둥절해도 그 순간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려는 의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알고보면
많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인데, 나 혼자만의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누군가가 지나간
길이다.
병원에서도
'기자 정신'을 놓지 못하고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투병기를 써내려가는 그 단어들 위에 '삶의 의지'가 담겨있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나답게'
산다는 것의 가치가 담겨있다.
그래서
'지금의 황승택'은 이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