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6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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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 그는 밤의 한복판에서 불침번처럼, 밤이 인간을 보여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신호, 이런 불빛, 이런 불안을 보여준다는 것을 말이다. 어둠 속의 별 하나는 고립된 집 한 채를 의미한다. 별 하나가 꺼진다. 그것은 사랑에 대해 문을 닫은 집이다.
파비엥은 이제 막 천 킬로미터를 날아와서, 높은 파고가 살아 숨쉬는 비행기를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전쟁터 같은 뇌우를 열 개쯤 통과하고 그 사이사이 달빛 받은 공터를 지날 때마다, 그리고 이 빛들을 하나하나 정복하는 기분으로 지나갈 때마다 그들의 욕망을 알아본다. 농부들은 자신들의 불비이 소박한 식탁을 밝히기 위해 빛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로부터 팔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은 그 불빛 신호에 감동을 느낀다. 마치 그들이 바다 한가운데 무인도에서 절망에 빠져 구조의 불빛을 흔들기라도 하는 양 말이다. _p.20


 


오늘 저녁 내 우편기 두 대가 비행중이니, 나는 하늘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저 별은 군중 속에서 나를 찾다가 발견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내가 여기서 조금 이방인 같고 살짝 외로운 건 그 때문이다. _p.52

 


"인생에 해결책이란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그 힘을 만들어내면 해결책은 뒤따라온다네" _p.103

 


그는 '섬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배를 만들었던 옛날 소도시들을 생각했다. 거기에 희망을 싣기 위해, 자신들의 희망이 바다 위에서 돞을 확짝 펼치는 것을 보기 위해, 그들은 배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배로 인해, 모두가 위대해지고 모두가 자신을 벗어나며 모두가 자유로워진다. '어쩌면 목적은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은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해병시켜준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든 배를 통해 계속 살아가게 되리라.'
전보들에는 그 진정한 의미를, 밤샘 대기하는 승무원들에게는 불안감을, 조종사들에게는 그들의 극적인 목적을 되찾게 해줄 때에야 비로소 리비에르 또한 죽음과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마치 바람이 바다에서 돞을 부풀리듯이, 생명이 이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때 말이다. _p.108

 

 

 

미지의 세계를 정복해나가는 하늘을 나는 작가,
생텍쥐페리가 처음으로 하늘을 난 것은 1912년 12살 때였다. 그리고 1921년 공군에 소집되어 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스트라스부르에서 근무했다. 처음에는 정비부대 소속이었지만 개인교습을 받은 후 조종사가 되었다. 1926년부터 항공사에 취업하여 프랑스의 툴루즈와 서아프리카 세네갈 다카르 항로 우편기를 조종하고, 다카르 항로상의 아프리카 기항지인 모로코 남부 캅 쥐비의 항공기지 착륙장 지점장으로 18개월 간 일하기도 했다.

1934년에는 에어프랑스사에 입사해 사이공에서 활약했고 이듬해에는 파리-사이공 비행기록을 세우기 위해 이집트로 출발했지만, 12월 30일 카이로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해 5일간 걸어가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1944년 6월 29일 비행에서 프로방스 지방으로 들어서자 정상적인 귀환 항로에서 서쪽으로 벗어나 바스티야 북쪽 100km 지점 코르시카 상공에서 적기에 피격되어 바다로 추락, 이것이 44살 생텍쥐페리의 마지막이었다.

대부분 '생텍쥐페리'하면 <어린 왕자>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자신의 별에 사랑하는 장미를 두고 세상으로 여행을 온 '어린 왕자'가 바라 본 순수하고 이해할 수 없지만 아름다웠던 세상과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다른 작품인 <야간 비행>을 읽게 되었다. <어린 왕자>에서도 엔진 고장으로 불시착한 조종사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작품은 우편기를 운행하는 '파비엥'을 주인공으로 목숨을 걸고 하늘을 정복해나가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파비엥이 불빛 하나 없는 밤 하늘을 날며 바라보고 생각한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묘사였다. 나는 이 부분을 보며 생텍쥐페리가 얼마나 비행을 사랑했고, 세상을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행복은 자유 속에 있지 않고 의무를 받아들이는 데 있다
조종사의 삶으로 경험한 비행중의 경험은 많은 작품의 모태가 되었는데, 1931년 발표한 이 소설은 아르헨티나 야간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직원들을 단련시키고자 그들을 엄격하게 다스리는 책임자 리비에르와 밤하늘 속에서 고독과 죽음에 맞서는 조종사 파비앵의 모습을 통해, 초기 항공우편산업을 이끌던 사람들의 책임감과 용기를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이 작품의 추천사를 썼던 '앙드레 지드'는 “열정적으로 자기가 해야 하는 일, 그 위험한 임무에 모든 것을 바치고, 임무를 완수했을 때에야 비로소 행복한 휴식을 얻는다."고 표현했다.

리비에르는 우편물을 적재한 비행기를 몰고 아순시온으로, 칠레로, 파타고니아로 떠난 조종사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무사히 야간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라며 각 우편기의 무선사들이 보내온 전보를 꼼꼼히 확인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파타고니아로 떠났던 조종사 파비앵이 돌아오지 않고, 무선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

파비앵은 비행중 뇌우와 맞닥뜨려, 어둠 속에 꼼짝없이 포위된 채 고독과 죽음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철야근무를 하던 직원들이 상황을 인지하고 일을 진척해나가지 못하는 와중에도, 리비에르는 다른 곳에서 온 전보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또다른 우편기의 비행을 지켜보며 다음 우편기의 출발을 준비시킨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자신의 신념에 대한 증명이라 믿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는 나약하며 포기하는 인간이 아닌, 강한 의지를 통해 자기초월에 이르는 인간을 그려내고자 한다. '인간의 본질'이란 자신의 소명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것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 또한 자신의 과업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리비에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견해가 무척 다를 것 같다. 하지만 생텍쥐페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본질을 조금 더 넓게 해석해서 생각해보면, 인간이 가진 강인한 의지를 통하여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행위',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라고 동의한다.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하는 강인한 의지와 용기는 세상을 보다 나은 것으로 바꾸어왔다고 생각한다. 소명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공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경찰관, 소방관 등이 있을 것이고, 학술적으로는 전쟁터처럼 사람을 살리기 위해 치료하고 연구하며 보다 안전하고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한 순간도 치열하지 않은 적이 없는 우리의 삶이 조금은 더 나약함에서 벗어나 자신을 뛰어넘어 소명을 다하고자 할 때, 어둡고 두려운 야간 비행 중 만나게 될 작은 별빛처럼 자신의 길을 인도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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