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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클로버는 여러 해 전 동물들이 인간을 뒤집어엎기로 했을 때 일이 이 지경이 되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오늘 있었던 공포와 살육의 장면들은 늙은 메이저가 그들에게 반란을 사주했던 그날 밤 그들이 꿈꾸고 기대했던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담긴 미래의 그림이 있었다면 그것은 굶주림과 회초리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사회, 모든 동물이 평등하고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 메이저의 연설이 있던 그날 밤 그녀가 오리새끼들을 보호해 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그런 사회였다.
_p.95
모두가 평등한 사회는 존재할 수 있을까?
메이너 농장에 사는 늙은
돼지 메이저는 농장 동물들에게 인간의 지배하의 비참한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동물들끼리의 자유롭고 평등한 농장을 만들자고 설득했다. 그리하여
동물들은 돼지들을 주축으로 주인 존스를 몰아내고 <동물 농장>으로 이름을 바꾸어 직접 농장을 경영한다. 동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노동이 인간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을 위한 것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간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똑똑했던 돼지들 중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은 풍차를 건설하는 것을 두고 권력 다툼이 일고, 이 다툼을 통하여 나폴레옹은 함께 의사결정을 하던 평등한
회의를 없애고 자신의 의견대로 농장을 이끌어 나가기 시작한다. 나폴레옹은 함께 정한 '일곱 계명'을 몰래 바꾸고, 나폴레옹이 농장을 지도한 후
더욱 살기 좋아졌다고 선전을 하며 다른 동물들을 억압하기 시작한다.
조지 오웰은 인도의 하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상류층 아이들과의 심한 차별을 맛보며 성장했고, 장학생으로 입학한 이튼교에서도 계급 차이를 경험하며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사회 계급에 대해 생각했다. 특히나 이 작품은 당시 지식인들로부터 시작하여 평등한 사회를 꿈꾸던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권력자가 어떤
식으로 민중을 속이고 억압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동물 농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화로 표현했다.
나는 최근에 심리적으로
느끼는 계급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는 분명 헌법 제11조 ①에 의하여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정하고 있지만, 가족, 직장, 학교
외 여러 관계 속에서 위계와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조금 더 똑똑했던 돼지들이 다른 동물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더욱 봉사하던 단계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돼지들은 자신들 또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돈에 의하여, 권력에
의하여, 조직에 의하여, 인간은 자신에게 아주 작은 권력만 생겨도 누군가를 짓밟고 모욕하고, 자기 뜻대로 휘두르고 싶어한다. 그렇게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도 하등하게 여기며 스스로 자신의 인간성에 대해 자문하지조차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은 상대적이어서 누군가 앞에서는
군림하고, 누군가 앞에서는 고개를 조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알량한 위계가 누군가를 지배해도 된다는 뜻일까?
처음 우리가 평등을
꿈꾸었을 때,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미래는 모두가 평등하고,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며,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주는 그런 사회였다. 조그마한
약점만 보여도 짓밟기 바쁜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