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인간 1 - 3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3
랠프 엘리슨 지음, 송무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흑인소설을 읽을 때면 늘 새로운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깊은 감정의 골이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나로서는 100% 공감될 수 없는 과거 그들의 삶의 흔적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이 작품에서는 단지 흑인문제를 넘어 인간으로서 삶을 개척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고, 비겁하게 자꾸만 움츠러들어 자기만의 안위를 취하고자하는 과정에서 오는 비인간화를 고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는 꿈같은 사건들이 주인공을 둘러싸고 일어난다. 고교 졸업연설로 인연이 닿아 지방유지들의 단체 모임에서 연설 초대를 받고 갔으나 끔찍한 권투시합의 노리개가 되는 흑인 청년들. (하지만 여기서부터 주인공의 성격은 잘 나타난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자기 딸을 취하는 흑인 아버지. 정말 비굴하게 느껴지는 대학 이사장. 페인트 공장에서의 사건. (여기에서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 인간이 되었나 싶었다.) 흑인 활동단체인 형제애단에서의 활동 등의 굵직한 일들이 한 사람으로서 거쳐야 할 인생이라고 하기엔 너무 벅찰만큼 고통스러웠다. 그 와중에서도 주인공의 의식 상태는, 뭐랄까..못나 보였다. 속으로는 자신 이외의 사람들을 조롱하면서 그들과 함께 한다. 상대를 끊임없이 의심해야하는 그의 모습에서 온전히 그를 탓하는 것도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마음이 따뜻한 인물인 메리 아주머니는 주인공의 부모보다 더 따뜻한 존재였고, 고향 남부만큼이나 간절하게 그려졌다. 가난의 상징인 양배추 스프. 나에게도 그녀의 마음 씀씀이는 소설 속에서 안신처가 되어주었다.

꿈에 취해, 꼭 몽환적 분위기에서 주인공이 헤매고 있을 때, 세상이 잔인하게 한 인간을 농락하고 있을 때 그런 세상을 인간적으로 살기는 참 어렵겠다 싶다. 가난한 남부 흑인의 혈통의 조건에서 꿋꿋하게 일어서기보다 호시탐탐 온갖 기회를 포착하기만을 살피는 그는 소설이 끝날 즈음에서야, 보이지 않는 인간이 되고서야 깨닫는다.

제목만 보고 [눈먼 자들의 도시]를 떠올렸다.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시사는 비슷하지만 여전히 다른 내용이다. 하지만 여타의 흑인소설과도 또 다른 느낌을 주는, 후반부에서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나.. 사유하는 힘을 가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과 타자
엠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강영안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종교에 관해서는 의문점이 하늘을 찌르지만, 비슷한 예로 문제를 제기한 레비나스. 1500년 동안이나 기독교 복음의 영향을 받아온 유럽이 그처럼 엄청난 살상과 파괴를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때문인가? (종교와 그 사람의 행동, 됨됨이가 지극히 별개라는 것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여기에서 출발한 레비나스의 철학은 타자의 철학, 평화의 철학 이론을 세웠다. 하지만 타자, 쉽게 타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타자의 개념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래도 이 책에서는 인간의 삶의 여정과 관계된 것들을 짚어봄으로서 그의 철학적 이론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존재의 고독과 홀로서기, 일상적 삶과 먹거리들. 그리고 고통과 죽엄. 타인과의 관계의 정점으로 여성성과의 에로스로 귀결된다. 자신은 남성성으로 일반화하고 그에 대응하는 타인의 일부를 여성성으로 대치시킨 점은 난해하다. 그것에 별 의미가 없어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넘어갈 수 밖에.. 일상적 삶에서 고독을 주체의 물질성과 결부시킬 때, 물질은 자기 자신의 삶에 매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구원이라함은 삶의 플라토닉 자세와 같이 느껴진다.

레비나스의 타자성은, 우리의 사회적 관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비상호적 관계라고 한다. 다름이다. 그런 타자와의 관계의 흔적들이 에로스의 형태로 (긍정적인) 나타난다. 타자성. 상반된 것에 대해 완벽하게 상반된 것, 그 상반성이 그 자신과 상관자의 관계를 통해서도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 전적으로 다른 것으로 남아 있도록 허용하는 상반성을 여성적인 것이라고 레비나스는 말한다.

타자, 타자성에 더 집중하여 읽었다. 이타적 정신을 바탕으로 그의 철학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였다. 아직도 애매한 부분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타자성은 평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고, 그 속에서 자아는 어떻게 확립되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경쟁, 다툼보다는 평화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 반하여 말이다. 이런 일련의 내 생각들이 레비나스를 올바로 이해한 결과물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
위르겐 하버마스 지음 / 문예출판사 / 199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의 세계가 마치 종교의 오묘한 세계 같다. 이 책을 읽고 무한한 깊이를 느끼니 기존에 읽었던 [철학, 문화를 읽다], [휘페리온] 등이 너무 쉽게 와닿을 정도이다.

나에겐 생소한 철학자 하버마스의 1970, 80년대의 현대성의 철학서이다. 철학에 무지한 나같은 이가 그냥 읽기에는 너무 버거운 책이다. 다행히도 나의 책장엔 [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가 있어 이 책에 등장하는 하이데거와 푸코 등의 사상가들의 간략 정보는 얻었기에 망정이지...하버마스가 하이데거처럼 끔찍한 철학자는 아니길 바란다.

하버마스의 현대성의 개념을 살펴보기에 앞서 그는 여러 철학자들을 등장시킨다. 헤겔은 현대를 문제시한 최초의 철학자로 이 책의 주인공 격인 '현대'는 서양에서 1968년 학생 운동 이후 약 20여 년 간 뭇지성인들의 입에 숱하게 오르내린 낱말이라고 한다. (해설) 이 '현대'라는 개념이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는게 지금은 2010년이고, 이 책의 1판은 1994년이고, 하버마스는 적어도 이 책을 1980년 이후에 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현대'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현대보다 훨씬 이전의 시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에서 오는 노파심은 이 책을 어느 정도 읽어감으로서 해소할 수 있었다. 이런 년도와 상관없이 하버마스가 논하고자하는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게 된다.

헤겔좌파와 헤겔우파의 입장을 읽으면서는 루소의 사상을 악의 정치를 행하는데 이용한 악의 무리들이 떠올랐다. 하나를 두고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그 수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 심지어는 전혀 상반될 수도 있다는 것이 섬뜩하다. 푸코를 비롯하여 경계선을 넘는 경험들에는 동양적 세계와의 접촉과 동양적 세계로의 몰입 (쇼펜하우어), 비극적인 것과 태고적인 것의 재발견 (니체), 꿈의 영역으로의 침투 (프로이트), 태고적 금지의 영역으로의 침투 (바타이유) 등의 사상들이 더 궁금해지지만 이 이상 더 깊이 읽는 것은 나에게 무리일 것이다.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해설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유하는 인생을 살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지, 오늘날 이 세계가 있기까지 인류의 정신적인 바탕은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밀 홍신사상신서 3
루소 지음 / 홍신문화사 / 1991년 9월
평점 :
절판


[에밀]을 읽어나가며 들었던 느낌. 고등학교 시절. 시립도서관에서 우연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읽고 들었던 느낌이였다. '이렇게 유명한 책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그 땐 정말 경탄을 금치 못했는데..^^

가상의 아이 '에밀'의 성장 단계에따라 1편부터 5편까지 루소의 교육론이 담긴 [에밀]은 진정 고전의 힘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갓 어머니가 된 언니에게 에밀을 읽고 있다고했더니 [에밀]은 현대 교육서의 어머니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어떻게 수 백년전에 씌여진 루소의 교육관이 현대에서도 이렇게 딱 들어맞는가? 내가 막연히 생각해왔던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드는 고민을 총 망라시킨 것이다. 물론 프랑스와 한국, 1700년대와 지금 2010년과 비교해서 약간의 시대적 이질감이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에밀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어린 두 딸들의 소소한 많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으며 (특히 질병의 문제) 아이들이 빨리, 더 빨리 자라주었으면 하는 즐거운 조바심이 생겼다. 수 많은 주옥같은 문장을 표시하느라 책 뒷 쪽이 지저분해졌지만, 훗날 이것도 뿌듯한 추억이리라..

루소의 기본적인 교육관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끝없이 성장해도 자연성을 회복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인생의 선한 일과 악한 일들을 분명히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루소의 교육론과 국가 이론은 비인간적인 국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혁명 당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 정치를 하며 루소의 사상을 발판으로 잔혹한 국가 테러를 감행했다 - [노크하는 악마 21page] - 루소의 정치색채는 이 책에서도 간혹 보인다. 하지만 해석의 차이는 만인에 따라 다르리라..)

1편은 아이의 탄생부터 유년기, 2편은 말하기를 할 때부터 12~13살까지, 3편은 소년기, 4편은 청년기, 5편은 결혼 이후로 구성된다.

루소는 아이의 탄생부터 아주 치밀하게 자신의 교육론을 나타내고 있다. 산파의 할 일, 유모의 조건 - 유모의 식습관까지, 젖먹이는 엄마의 중요성. 가정교사는 재물에 넘어가지 않는 인간으로 택해야하며 시간을 아끼지 말고 아이와 소비하는 것. 아이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어머니는 아이와 늘 함께해야 함 등등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 너무도 일치하는 수 많은 사항들이 놀라웠다.

[에밀]이 출간되자마자 학교교육을 비판하고 교회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의사들도 싫어했을 것 같다.) 파리 학부에 의해 제소당하고 루소의 체포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그 시대에는 루소의 교육론을 받아들이는 관용과 여유, 학교교육의 자신감이 지금보다도 훨씬 뒤쳐졌었다보다. 시대의 해석은 늘 바뀌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결국은 다수의 사람들이 긍정하면 인정으로 결론지어질 것이다. 지금 루소의 교육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어머니들이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바마 이야기 -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세계 청소년의 롤모델 오바마의 도전하는 삶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2
헤더 레어 와그너 지음, 유수경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0월
품절


명진 출판의 오바마 이야기, 힐러리 파워

나는 청소년도 아니고 여학생도 아니다. 장차 청소년이 되고, 여학생이 될, 그리고 대한민국과 세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나보다는 훨씬 뛰어난 역량으로 큰 꿈을 키워갈 두 딸 아이를 위해 이 책을 탐독했다. 오바마 이야기는 그가 민주당 경선을 치르고 있을 때부터 모은 것 중 한 권이고, 힐러리 파워는 그 후 일년 후, 힐러리 클린턴의 능력을 포용함으로서 그녀가 국무장관으로 취임한 후 만나게 된 책이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흑인이자 여성. 우리나라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단일민족의 색채가 강하기때문에 다민족, 흑인의 입장을 아무리 노력해도 직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 세계의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엄청난 시대의 이슈임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오바마 이야기] 이 책에는 청소년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집으로 그의 어린 시절부터 미국 민주당 경선후보 수락까지의 그의 찬란한 인생이 담겨있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불안정한 가정환경. 또 일부다처제 문화의 케냐인 아버지의 복잡한 인생이 오바마의 사춘기를 어지럽혔다. 하지만 그를 향한 어머니와 가족들의 관심과 학구열등이 결합되어 그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잘 넘기고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동시에 서서히 눈길을 돌려 지역사회 운동가로서 활동을 하고,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 (이 역시 젊은 나이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한다.

[힐러리 파워]에서 힐러리 클린턴.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드는 그녀의 성, 클린턴이지만 이 책을 통해 세련된 여성 파워를 내뿜는 그녀에 대해 인간적으로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힐러리 클린턴의 가슴으로 기억되는 문장이 있다. ' 내가 생각하는 외교는 정부와 정부 간에 통하는 것만이 아이네요. 사람과 사람 간에 소통하는 것입니다.' 그녀의 이러한 소통의 리더쉽은 그녀를 한 층 성숙된 리더로, 세계 모든 여학생의 롤모델의 일인자로 선택된 게 아닌가 싶다.

처음에 나는 버락 오바마의 엘리트적인 인상에 대단히 끌렸었다. (대통령이 된 후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은 왜 클린턴의 성을 버리지 않았을까? 국무장관이 된 그녀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가 궁금했었다. 같은 여자로서의 그녀의 삶의 행보가 궁금했었는데 이 책엔 2009년 2월에 이화여대의 강연 영한대역본까지 잘 실려있다.

중, 고등학생이 읽으면 심장이 두근거릴 것이다. 대학생이 읽으면 목표를 재정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처럼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라면 자녀교육의 살아있는, 작금의 시대에 최고의 교육서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