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힘! 나무자람새 그림책 34
김세실 지음, 김지영 그림 / 나무말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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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말미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


<힘내라, 힘!>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되었어요.

표지 위, 조그마한 새싹을 향해 다가오는 응원의 목소리.

“힘내!”

어떤 이야기 있을지 기대되네요.




그림책 읽기




앞이 캄캄하고 답답하니? 혼자만의 싸움이 외롭지?

하지만 누구도 아닌 자신을 믿도 단단한 껍데기를 부숴 봐.

힘내라, 힘!




따뜻하고 다정한 세상이 널 환경할 거야.

짹짹, 짹!




꾹꾹 참지 마. 마음이 아플 때는 울어도 돼.

있잖아, 울 때도 힘을 내야 해.

실컷 울고 나면 파아란 하늘이 보일 거야.





그림책을 읽고


“힘내라, 힘.”

이건 누군가가 건네는 위로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내가 나에게 보내는 다짐 같기도 했지요. 장면 속 주인공들이 어둠 속에서 아주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힘을 내고, 용기를 내는 모습은 지금의 나, 그리고 누군가의 하루하루와 겹쳐졌어요.


청색의 배경은 말할 수 없는 무력감처럼 느껴졌고, 그 위에 새겨지는 한 줄 한 줄의 응원은 작고도 단단한 숨이 되어 저를 일으켜 세워주는 것 같았지요.


“너의 속도대로 달리면 돼.”

이 말 한마디는 무조건 잘하라고, 끝까지 버티라고 하지 않는다고 느껴졌어요. 나의 속도, 나의 마음을 인정받는 듯해 울컥했지요.


‘힘내라, 힘!’이라는 말이 이렇게 다정하고 느긋할 수 있다니.

지친 날엔 다시 꺼내 읽고 싶은, 그리고 누군가에게 살며시 건네고 싶은, 그런 그림책이에요.


최근 한두 달은 마음이 복잡했어요.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서만 오래 고민했지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뭔가 풀리지 않는 기분이 계속 따라다녔어요.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억울해도, 손해를 봐도, ‘나이가 있으니 참아야지’ 하며 스스로를 눌러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힘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는다고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내려놓기로 했지요. 그랬더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어요.


마무리를 한다는 건 어쩌면 시작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조금 늦게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다른 사람의 사정보다는 저를 먼저 생각해 보려 해요. 지금은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힘내라, 힘.”



면지의 앞부분에는 땅속에 있던 씨앗의 모습이,

뒷면지에는 땅 위로 초록 잎을 내민 새싹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푸르고 어두웠던 앞 면지의 배경은 그림책의 장면을 지나오고서 새싹과 함께 밝아졌지요.

씨앗의 변화라는 이미지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조용히 이어주고 있어요.





- 자랑해요! <힘내라, 힘!> -



글을 쓴 김세실 작가님, 그림을 그린 김지영 작가님의 정성 가득한 사인이 담긴 책이에요.

이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행복 MAX!라고 생각했는데요,

와— 진짜 네잎클로버가 담겨 있었어요.

손으로 하나하나 붙이셨을 걸 생각하니,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더 울컥했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김지영 작가님의 그림책 -



마침내 올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 모두 조금만 더, 힘내라, 힘! - 김지영 작가의 말


김지영 작가님 홈페이지 : https://jsgrimm.creatorlink.net/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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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름 국민서관 그림동화 294
케나드 박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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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서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녕, 여름 / 케나드 박 / 서남희 역 / 국민서관 / 국민서관 그림동화 294 / 2025.06.23 / 원제 : Goodbye Spring, Hello Summer(2025년)


그림책을 읽기 전


케나드 박의 계절 그림책, 그 마지막 이야기.

기다렸던 계절, 여름이 마침내 도착했어요.

그림책 속 산책길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요?

지금 이 계절과 꼭 닮은 그림책, 여름의 시작과 함께 걸어보고 싶어져요.





그림책 읽기




안녕, 봄날 오후야. 안녕, 초록 풀들아.

안녕! 비가 내려서 우리는 쑥쑥 자라고 있어.




안녕, 활기찬 숲아!

안녕! 우리는 하늘로 힘차게 뻗어 가는 나무야!




안녕, 저물어 가는 해야. 잘 가, 봄아....

안녕, 여름!



그림책을 읽고


비 내리는 봄날 오후, 아이는 우산도 없이 집을 나서지요.

빗방울에 젖은 풀과 꽃은 쑥쑥 자라고, 나비는 살랑살랑 날아다니며 길 위에서 아이를 반기지요.

조금씩 비가 그치고 햇살이 숲을 깨우면, 꾀꼬리와 파랑새들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숲의 초록빛은 점점 짙어져요. 하루가 느릿느릿 저물고,

밤이 지나 다시 햇살이 고개를 들 때, 드디어 여름이 시작되지요.

다가오는 여름을 향해, 아이는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


첫 장면은 눈부신 햇살이 아닌, 봄의 오후에게 인사를 건네며 시작돼요.

초록빛 나뭇잎 너머로 바람이 흔들리고, 작은 발걸음은 어딘가를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하지요.

햇살을 듬뿍 받아 짙어지는 초록, 늦은 오후까지 뛰노는 아이들,

그늘을 찾게 되는 따끈한 공기 속에서 우리는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고 있다는 걸 느껴요.


케나드 박의 계절 시리즈가 그렇듯, <안녕, 여름>도 여름이라는 계절을 설명하지 않아요.

대신 아이의 발길을 따라 산책하듯, 계절의 감각을 함께 체험하게 하지요.

비가 내리고, 잎이 짙어지고, 새들이 날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번져가는 그 모든 순간들이

글이 아닌 그림으로 전해집니다. 마치 눈과 귀와 마음이 동시에 열리는 것처럼요.


소개 글에 쓰인 “비어 있던 마지막 단추를 채우며 계절의 순환이 마무리된다"라는 말이 참 좋았어요.

케나드 박 작가님의 계절 시리즈 한 권 한 권을 기다려온 저로서는,

이번 책이 ‘완성’의 의미도 있지만,

사계절의 이야기를 이어주는 다음 순환의 시작처럼 느껴졌거든요.

사계절을 이어볼 수 있는 그 말처럼, 여름은 '끝'이 아니라 다시 이어질 계절을 품고 있는 듯하니까요.


그리고 작가님의 그림은 디지털 작업이지만, 붓의 감촉이나 종이의 결처럼

따뜻하고 생생하게 다가오지요.

자연을 대하는 섬세한 시선, 그리고 아이의 눈높이에 조용히 맞춰주는 배려가

그림책 곳곳에 담겨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이 책은 계절의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여름이지요.




- <안녕, 여름> 독후 활동지 -



출판사 국민서관에서는 출간되는 대부분의 그림책 독후 활동 보따리를 만나 볼 수 있어요.

네이버 카페 '국민서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모두 4장의 독후 활동지 중에서 2장만 보여드린 거예요.




- 케나드 박의 계절 시리즈! -



안녕 봄, 안녕 여름"이 오늘 출간되었습니다! 2015년에 이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넓은 들판, 날씨와 날의 변화, 새와 나비, 그리고 물론 산책까지! 저희처럼 여러분도 이 시리즈를 좋아해 주시면 좋겠어요.

- 내용 출처 : 케나드 박 SNShttps://www.instagram.com/kenardpak/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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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서방, 사랑해
박현진 지음, 주리 그림 / 바우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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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은 아래를 보고 살아야 한다."라며 삶의 지혜를 전해 주고, 소소한 일상을 귀하게 여기시던 엄마.

치매를 앓게 된 뒤로는 이름도, 나이도, 딸도, 지금이 언제인지도 점점 잊어가며 가족과의 일상에서 멀어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사위에게 “송 서방, 사랑해.”라고 말해요.

그 뜻밖의 말은 사위를 향한 고백처럼 들렸지만, 딸을 향한 마지막 인사이자 사랑의 표현이었어요.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엄마는 끝까지 딸이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바랐던 거예요.


가족이 점차 낯설어지는 슬픈 시간 속에서도, 엄마는 사위를 불러 사랑을 전했어요.

하지만 그 너머에는 딸을 향한 깊은 마음이 담겨 있었지요.

엄마를 떠나보낸 뒤에서야 엄마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알게 되었을 때였어요. 미리 알아주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하고, 마음을 나누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마음이 가장 아팠던 순간이었어요.

이 부분에서 작가의 이야기와 제 기억이 겹쳐지며 후회, 그리움, 감사를 잊고 있던 마음을 깨우네요.

떠나간 사람보다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오래 바라보게 하는 그림책이구나 싶었어요.

지금, 여기, 이 순간의 사랑을 잊지 말라고요.


그림책을 읽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오늘도 전화는 3분을 넘기지 않았네요.

“너 바쁘니 어서 들어가라, 안 바쁘면 지금 쉬어라.”

언제나 엄마가 먼저 전화를 끊으시지요. 다른 모녀 사이와 다르게 우리는 긴 통화를 자주 하지 않아요.

“송 서방, 사랑해.”라는 문장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어요.

그 짧은 말들 속에도 엄마의 마음은 늘 가득했는데, 저만 모르고 흘려보낸 게 얼마나 많았을지요.


책 속에서 단팥빵, 꽃, 분홍색 옷 같은 사소한 것들이 엄마의 기억을 불러오는 걸 보며, 저도 모르게 엄마가 좋아하던 것들을 떠올렸어요. 수박, 생선, 아이스크림, 인심 좋게 내놓으시던 아이스커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어서 아파트 화단에 심은 꽃과 나무들. 그런 것들이 언젠가, 아주 조용하게 저를 멈춰 세우고 엄마를 기억하게 해주겠지요.


올해 떠나보낸 이모와 외삼촌들과의 이별을 겪으며 ‘엄마의 일상도 이제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받아들여요. 그런데도 가끔은 겁이 나요.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면요. 특히, 엄마의 그 소녀 같은 감성이, 다정한 마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상상하면요.


주리 작가님의 그림은 이 모든 감정을 두 겹, 세 겹으로 더 깊게 만들어주었어요.

흑백과 컬러의 대비, 단팥빵, 분홍색 옷처럼 작고 소박한 요소들이 마치 잊히지 않도록 감정을 붙들어주는 것 같았고요. 특히, 엄마의 표정이 점점 무표정으로 바뀌는 장면은 이상하게도 가장 아리게 느껴졌어요.


박현진 작가님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그리움, 후회, 감사가 문장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지요.

문장은 절제되었고, 그림은 말하지요. 그래서 더 오래 남는... 그런 책이었어요.

그리고, 분명히 말해요. '늦기 전에, 머뭇거리지 말고 사랑을 건네라고.'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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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과 진주 다정다감 그림책 27
티나 발레스 지음, 누리아 솔소나 그림 / 다정다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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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닷속 깊은 곳, 겁이 많은 굴은 세상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껍데기 속에 숨어 지내지요.

어느 날, 굴의 공간에 작은 모래알 하나가 들어오고, 굴은 처음엔 그것을 거부하고 밀어내려고 하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굴은 모래알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고, 함께 지내며 조금씩 마음을 열지요.

결국 그 모래알은 진주로 변하게 되고, 굴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지요.


굴이 모래알을 밀어내다 결국 품게 되는 그 시간들이, 나와 누군가의 관계 같기도 하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느껴졌어요.

처음엔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고, 어쩌면 상처로 다가오는 순간들도 있지만…

그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진짜 나, 그리고 평소 모습 뒤의 진짜 상대와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굴의 마음과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관계의 시작과 감정의 변화를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돼요.

그 과정 속에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해요.

깨우고 싶지 않기도 하고, 한편으론 잊고 지내고 싶었던 감정들이지만…

결국은 마주해야 하는, 관계 속에서 꼭 들여다봐야 할 감정들이지요.


무엇보다 진주는 저절로 생기지 않잖아요.

불편함을 품고, 꾸준히 마음을 다할 때에야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말해주고 있어요.

굴과 진주가 만들어지는 자연의 신비가,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비추게 될 줄은 몰랐어요. 참 놀라웠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굴 안에서 자라나는 진주를 보며 저 자신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것도, 시간을 더하고 마음을 다하면 결국 빛날 수 있다는 것.

지난 월요일, 업무는 많고 아침부터 몸은 안 좋고 실수까지 겹치는 날이었어요.

우연히 본 영상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잘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괜히 속상했어요.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하는 마음이 먼저 올라오더라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짜는 반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시간을 더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 거 아닐까요?

비록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저의 속도로 마음을 담아 간다면요.

굴이 진주를 품었듯이, 저도 그렇게 조금씩 반짝일 수 있겠지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마지막 장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돼요.

굴이 진주를 품는 방식, 바닷속에서 굴이 살아가는 시간, 우리가 미처 몰랐던 굴의 생태와 이야기들,

그리고 처음으로 굴을 먹은 사람까지!

이야기 뒤로 이어진 이 정보들이 또 하나의 작은 바다처럼 펼쳐져요.

어느새 굴이라는 존재에 푹 빠져들게 되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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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방문객
클레어 김 지음, 선우현승 그림 / 하우어린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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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밤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깬 ‘나’는 우비를 입은 아기 고양이와 마주해요.

고양이는 “비가 와요!”라는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와 조용히 잠이 들고,

다음 날 아침, 고양이도, 젖어 있던 비옷도 보이지 않지요.


그 뒤로도 고양이는 “바람이 불어요!”, “추워요!”, “눈이 와요!”라며

목도리, 장갑, 부츠를 갖춰 입고 한밤중에 다시 찾아오지요.

그리고 매번, 다음 날 아침이면 고양이도, 그 물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있지요.


그렇게 반복되던 어느 밤, 또다시 익숙한 노크 소리에 ‘나’는 문을 열며 미소 지어요.

“왔구나!”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어요.

고양이도, 나도 서로의 삶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으려 조심스러웠지요.

하지만 어느새 고양이는 익숙한 듯 찾아오고, 나는 기다리는 마음이 되어 있었어요.


책장을 넘길수록 보이는 작은 변화들 속에서, 처음과는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나’의 방엔 고양이의 액자가 놓이고, 꽃이 담긴 화병과 초록잎이 돋은 화분,

따뜻한 차와 책이 하나둘 놓이기 시작했지요.

닫혀 있던 마음이 천천히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기척이었어요.


고양이도 조금씩 달라졌어요.

처음엔 카펫 위에 조심스레 몸을 뉘였지만, 어느새 침대 위로 올라오고,

결국에는 이불을 덮고 베개를 베며 잠들게 되었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스며들고 있었어요.


외로움이 나를 덮을 때, 저는 아무에게도 곁을 내어주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조용히, 아주 조용히 스며들며 다가와 머물러 주는 고양이를 보며 위로를 받았어요.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일은 말처럼 쉽진 않지만,

그게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함을 알게 해줬어요.

따스함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고, 자연스레 열릴 수 있다는걸요.


텅 비어 있던 공간에는 차분한 온기가 하나둘 채워졌지요.

그건 고양이가 바꾼 것이 아니라, 내가 달라졌다는 뜻이기도 했어요.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 삶은 아주 조금씩 따뜻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그 문을 열기까지의 시간을 천천히 기다려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기도 해요.

서로가 서로의 삶에 아주 조금씩 스며들어, 마침내 함께하는 하루가 되는 과정.

그건 어쩌면, 제가 바라던 함께라는 감정이 오래도록 머무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는 한글과 영어, 두 언어로 담겨 있어요.

책을 뒤집으면 같은 장면을 또 다른 언어로 다시 만나는 재미도 있지요.

두 번의 언어, 두 겹의 감성. 고양이처럼 느릿하게, 조심스럽게 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였어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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