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방문객
클레어 김 지음, 선우현승 그림 / 하우어린이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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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밤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깬 ‘나’는 우비를 입은 아기 고양이와 마주해요.

고양이는 “비가 와요!”라는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와 조용히 잠이 들고,

다음 날 아침, 고양이도, 젖어 있던 비옷도 보이지 않지요.


그 뒤로도 고양이는 “바람이 불어요!”, “추워요!”, “눈이 와요!”라며

목도리, 장갑, 부츠를 갖춰 입고 한밤중에 다시 찾아오지요.

그리고 매번, 다음 날 아침이면 고양이도, 그 물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있지요.


그렇게 반복되던 어느 밤, 또다시 익숙한 노크 소리에 ‘나’는 문을 열며 미소 지어요.

“왔구나!”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어요.

고양이도, 나도 서로의 삶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으려 조심스러웠지요.

하지만 어느새 고양이는 익숙한 듯 찾아오고, 나는 기다리는 마음이 되어 있었어요.


책장을 넘길수록 보이는 작은 변화들 속에서, 처음과는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나’의 방엔 고양이의 액자가 놓이고, 꽃이 담긴 화병과 초록잎이 돋은 화분,

따뜻한 차와 책이 하나둘 놓이기 시작했지요.

닫혀 있던 마음이 천천히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기척이었어요.


고양이도 조금씩 달라졌어요.

처음엔 카펫 위에 조심스레 몸을 뉘였지만, 어느새 침대 위로 올라오고,

결국에는 이불을 덮고 베개를 베며 잠들게 되었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스며들고 있었어요.


외로움이 나를 덮을 때, 저는 아무에게도 곁을 내어주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조용히, 아주 조용히 스며들며 다가와 머물러 주는 고양이를 보며 위로를 받았어요.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일은 말처럼 쉽진 않지만,

그게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함을 알게 해줬어요.

따스함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고, 자연스레 열릴 수 있다는걸요.


텅 비어 있던 공간에는 차분한 온기가 하나둘 채워졌지요.

그건 고양이가 바꾼 것이 아니라, 내가 달라졌다는 뜻이기도 했어요.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 삶은 아주 조금씩 따뜻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그 문을 열기까지의 시간을 천천히 기다려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기도 해요.

서로가 서로의 삶에 아주 조금씩 스며들어, 마침내 함께하는 하루가 되는 과정.

그건 어쩌면, 제가 바라던 함께라는 감정이 오래도록 머무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는 한글과 영어, 두 언어로 담겨 있어요.

책을 뒤집으면 같은 장면을 또 다른 언어로 다시 만나는 재미도 있지요.

두 번의 언어, 두 겹의 감성. 고양이처럼 느릿하게, 조심스럽게 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였어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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