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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과 진주 ㅣ 다정다감 그림책 27
티나 발레스 지음, 누리아 솔소나 그림 / 다정다감 / 2025년 6월
평점 :
다정다감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닷속 깊은 곳, 겁이 많은 굴은 세상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껍데기 속에 숨어 지내지요.
어느 날, 굴의 공간에 작은 모래알 하나가 들어오고, 굴은 처음엔 그것을 거부하고 밀어내려고 하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굴은 모래알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고, 함께 지내며 조금씩 마음을 열지요.
결국 그 모래알은 진주로 변하게 되고, 굴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지요.
굴이 모래알을 밀어내다 결국 품게 되는 그 시간들이, 나와 누군가의 관계 같기도 하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느껴졌어요.
처음엔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고, 어쩌면 상처로 다가오는 순간들도 있지만…
그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진짜 나, 그리고 평소 모습 뒤의 진짜 상대와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굴의 마음과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관계의 시작과 감정의 변화를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돼요.
그 과정 속에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해요.
깨우고 싶지 않기도 하고, 한편으론 잊고 지내고 싶었던 감정들이지만…
결국은 마주해야 하는, 관계 속에서 꼭 들여다봐야 할 감정들이지요.
무엇보다 진주는 저절로 생기지 않잖아요.
불편함을 품고, 꾸준히 마음을 다할 때에야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말해주고 있어요.
굴과 진주가 만들어지는 자연의 신비가,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비추게 될 줄은 몰랐어요. 참 놀라웠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굴 안에서 자라나는 진주를 보며 저 자신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것도, 시간을 더하고 마음을 다하면 결국 빛날 수 있다는 것.
지난 월요일, 업무는 많고 아침부터 몸은 안 좋고 실수까지 겹치는 날이었어요.
우연히 본 영상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잘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괜히 속상했어요.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하는 마음이 먼저 올라오더라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짜는 반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시간을 더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 거 아닐까요?
비록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저의 속도로 마음을 담아 간다면요.
굴이 진주를 품었듯이, 저도 그렇게 조금씩 반짝일 수 있겠지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마지막 장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돼요.
굴이 진주를 품는 방식, 바닷속에서 굴이 살아가는 시간, 우리가 미처 몰랐던 굴의 생태와 이야기들,
그리고 처음으로 굴을 먹은 사람까지!
이야기 뒤로 이어진 이 정보들이 또 하나의 작은 바다처럼 펼쳐져요.
어느새 굴이라는 존재에 푹 빠져들게 되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