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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서방, 사랑해
박현진 지음, 주리 그림 / 바우솔 / 2025년 7월
평점 :
바우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은 아래를 보고 살아야 한다."라며 삶의 지혜를 전해 주고, 소소한 일상을 귀하게 여기시던 엄마.
치매를 앓게 된 뒤로는 이름도, 나이도, 딸도, 지금이 언제인지도 점점 잊어가며 가족과의 일상에서 멀어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사위에게 “송 서방, 사랑해.”라고 말해요.
그 뜻밖의 말은 사위를 향한 고백처럼 들렸지만, 딸을 향한 마지막 인사이자 사랑의 표현이었어요.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엄마는 끝까지 딸이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바랐던 거예요.
가족이 점차 낯설어지는 슬픈 시간 속에서도, 엄마는 사위를 불러 사랑을 전했어요.
하지만 그 너머에는 딸을 향한 깊은 마음이 담겨 있었지요.
엄마를 떠나보낸 뒤에서야 엄마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알게 되었을 때였어요. 미리 알아주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하고, 마음을 나누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마음이 가장 아팠던 순간이었어요.
이 부분에서 작가의 이야기와 제 기억이 겹쳐지며 후회, 그리움, 감사를 잊고 있던 마음을 깨우네요.
떠나간 사람보다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오래 바라보게 하는 그림책이구나 싶었어요.
지금, 여기, 이 순간의 사랑을 잊지 말라고요.
그림책을 읽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오늘도 전화는 3분을 넘기지 않았네요.
“너 바쁘니 어서 들어가라, 안 바쁘면 지금 쉬어라.”
언제나 엄마가 먼저 전화를 끊으시지요. 다른 모녀 사이와 다르게 우리는 긴 통화를 자주 하지 않아요.
“송 서방, 사랑해.”라는 문장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어요.
그 짧은 말들 속에도 엄마의 마음은 늘 가득했는데, 저만 모르고 흘려보낸 게 얼마나 많았을지요.
책 속에서 단팥빵, 꽃, 분홍색 옷 같은 사소한 것들이 엄마의 기억을 불러오는 걸 보며, 저도 모르게 엄마가 좋아하던 것들을 떠올렸어요. 수박, 생선, 아이스크림, 인심 좋게 내놓으시던 아이스커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어서 아파트 화단에 심은 꽃과 나무들. 그런 것들이 언젠가, 아주 조용하게 저를 멈춰 세우고 엄마를 기억하게 해주겠지요.
올해 떠나보낸 이모와 외삼촌들과의 이별을 겪으며 ‘엄마의 일상도 이제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받아들여요. 그런데도 가끔은 겁이 나요.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면요. 특히, 엄마의 그 소녀 같은 감성이, 다정한 마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상상하면요.
주리 작가님의 그림은 이 모든 감정을 두 겹, 세 겹으로 더 깊게 만들어주었어요.
흑백과 컬러의 대비, 단팥빵, 분홍색 옷처럼 작고 소박한 요소들이 마치 잊히지 않도록 감정을 붙들어주는 것 같았고요. 특히, 엄마의 표정이 점점 무표정으로 바뀌는 장면은 이상하게도 가장 아리게 느껴졌어요.
박현진 작가님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그리움, 후회, 감사가 문장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지요.
문장은 절제되었고, 그림은 말하지요. 그래서 더 오래 남는... 그런 책이었어요.
그리고, 분명히 말해요. '늦기 전에, 머뭇거리지 말고 사랑을 건네라고.'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