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 모라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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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해리스는 몰라도 <양들의 침묵>은 많은 이들이 꽤 알 거라 생각한다.

정면을 응시하는 여자... 그녀의 입술 대신 해골 모양의 얼굴 나방이 그려져 있는

영화 <양들의 침묵> 포스터는 아직까지 잊히질 않는다.

게다가 한니발 렉터 박사를 연기한 안소니흡킨스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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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 모라>로 30년 만에 토머스 해리스가 한니발에 버금갈 소름 끼치는 캐릭터인

사이코패스 한스 피터와 함께 돌아왔다.

한니발에서 느꼈던 간담이 서늘해지는 행동과 말투를, 카리 모라에 등장하는 한스 피터에게서도 느낄 수 있었다.

탄소 발자국은 물론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액화 화장 기계(시신을 녹이는 기계)는

한스 피터의 잔혹한 이미지를 대변한다. 장기매매, 성(性)을 팔고 살인을 일삼는 한스 피터.

그리고 그를 통해 자신들의 변태적인 취미를 충족하는 보이지 않는 부자들의 광기는 역겹고 소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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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 모라'는 책에 등장하는 여주의 이름인데 그녀의 성장 배경을 통해

한스 피터와는 또 다른 카리스마로 몰입도를 높여준다.

동물들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따뜻한 심장을 가진 그녀이지만

악인들에 있어서는 철저히 응징할 줄도 아는 그녀라서 보는 내내 통쾌함을 선사한다.

(미국 이민자로서 가슴 졸이며 살아가는 그녀의 현실을 통해서는

미국 정부, 정치를 바라보는 작가 토머스 해리스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죽은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소유한 저택에 숨겨진 대량의 금을 차지하기 위해

한스 피터와 함께 비밀스러운 또 다른 인물, 돈 에르네스토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과연 금은 누가 차지하게 될지..

그 저택을 관리하는 카리 모라는 그녀를 노리는 한스 피터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을지..

​

타고난 상황 묘사와 인간 본성을 처절하게 담아내는 작가 토머스 해리스의 <카라 모라>는 읽는 순간 매료되어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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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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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연상시키는 책표지를 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로맨스 소설을 읽게 되었다.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는 로맨스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단골 소재인데 이 책은 로맨스에서 그치지 않고 미스터리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소재를 극적으로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그는 왜 연락하지 않는 걸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하지만

정체 모를 편지글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차를 통해 그와 그녀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안타까움에 비명을 지르게 된다.

제목만 봐서는 가벼운 연애물 같아 보이지만 사랑에 빠진 그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코 이 소설이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진 그에게서 어느 날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그 절망감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소설 속 사라처럼 문자,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면서 계속해서 연락을 취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친구들과 욕을 하며 그 남자를 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17년을 함께 산 전 남편보다 단 7일 동안 같이 있었던 남자에게 더 깊이 빠져 있었기에 사라가 확신하는 사랑, 그 감정의 깊이는 결코 세월에 비례하지 않는다.

에디 역시 사라와 있을 때 잃어버렸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희망을 보지만

나아갈 자신의 인생보다 어머니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려 한다.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이 세상에서 결코 사랑해서는 안 되는 유일한 사람임을 알게 되고 서로 마음을 접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몇십 년을 증오해오던 대상을 용서하고

몇십 년을 오해로 절연했던 관계를 회복하고

사랑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과거를 극복하고

외면했던 자신의 인생을 되찾는 모습 등을 보면서

잔인한 운명은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한 사람의 죽음과 탄생을 보면서 작가는 말해 주는 듯하다.

과거에 사로잡혀 서로를 미워하고 어렵게 찾아온 사랑을 무시하며 살기에

인간의 생은 너무 짧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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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 정말 풀 수 있겠어? - 단 100개의 퍼즐로 두뇌의 한계를 시험한다! ㅣ 이 문제 풀 수 있겠어? 시리즈
홀거 담베크 지음, 박지희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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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몇십 년을 수알못으로 살아온 데다 학창시절에 비해 점점 머리 쓸 일이 줄어드니 뇌도 함께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치매도 걱정되고, 이래저래 뇌를 자극하고자 이 책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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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람들 보는 책이니 결국 풀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다. 아니.. 어떤 건 문제 읽는 것부터 어렵다.

몇 번이고 '엥... 이게 무슨 말이지?' 문제를 풀기도 전에 막힌 순간도 여러 번. 그동안 뇌는 장식이었던 건지...

점점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 이름 중 "정말" 이 글자가 괜한 게 아니구나를 실감하면서 생각에 꼬리를 물고 머리가 안되면 그림으로 그려가면서까지 풀었다. (이런 열정적인 모습이 내게도 있었다니..)

​

다행인 건 프롤로그에 나와있는 저자가 말해주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는 9가지 열쇠를 참고하면 그나마 도움이 된다. 몇 번이고 답답한 마음에 정답을 보려 했지만 문제를 풀기 위해 충분히 생각하고 인내심을 가지라는 충고를 기억하려 애썼다.

고전 문제들을 비롯해서 숫자로 하는 두뇌게임, 창의력과 논리력, 상상력을 키워주는 문제 등 다양한 장르로 되어 있어 수학과 과학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게다가 성의 없이 답만 띡하고 표기한 책도 있는데 이 책은 삼분의 일이 정답 및 해설인 만큼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준다.


공부든 뭐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떤 분야건 즐기려면 호기심이 발동해야 하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꼈던 쾌감과 희열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문제를 풀면서 느끼는 답답함 역시 즐거운 고행으로 여길 것이다.

애초에 수알못, 과알못인 나는 100개의 문제 중 몇 개를 맞췄느냐보다는 그 과정을 얼마나 즐겼느냐에 의의를 두고 싶다. 그리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포기하지 말고 계속 생각하기, 문제의 내용을 정확히 분석하기, 체계적으로 생각하기, 가능한 단순하게 생각하기, 다르게 생각하기, 비틀어 생각하기, 직접 푸는 대신 간접적으로 풀기, 정리해서 풀기, 연쇄적으로 생각하기)


얼마 전 영화 이스케이프 룸을 재미있게 봤던지라,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온 책, 숨겨진 또 다른 뇌를 개척하고 싶은 분에게 '이 문제 정말 풀 수 있겠어?'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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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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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 마디의 말보다 상대방의 따뜻한 미소, 어깨를 토닥이는 스킨십에 위로를 받는다. 흔하디흔한 위로의 말보단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일 것이다. 저자 역시 여러 화가의 그림을 통해서 위안을 얻고 때론 그들의 열정을 통해 삶의 교훈을 배우기도 한다.


그림이 어렵게 느껴지고 미술에 문외한 사람도 작가의 고백에 따라 어렵지 않게 그림에 다가설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 더운 여름날, 반도 못 읽고 지쳤을 것이다.


대학생 시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갔다가 한눈에 반해 그림 한 점을 산 적이 있다. 물론 모조품인데다 이사 올 때 잃어버렸는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았는데 지금까지도 그 그림이 눈에 밟힌다.

신화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두 남녀가 신비로운 숲속 배경으로 그네를 타는 그림인데 화가의 이름도 그림의 제목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

당시 그 그림을 사면서 나중에 결혼해 살면 부부금슬에 좋을 것 같으니 액자를 만들어 걸어둬야지.라고 생각했었다. 이처럼 그림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진과 달리, 보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SNS 속 남들이 찍은 일상 사진을 보며 못 가본 곳만 쳐다보고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느니 좋아하는 화가의 정물화나 풍경화를 보며 자신을 위해 쓰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고 생산적이다. 보고 있으면 위로가 되고 마음 편안해지는 그림 한 점을 통해 물욕의 부질없음을 느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마음의 위안을 얻고 행복해하는지 잘 아는 것. 누군가에게 그것은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으며 스포츠를 통해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 실린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화가들의 그림을 보며 작가와 한마음이 되어 가진 것에 대해 겸손함을 느끼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책 중간중간에 실린 알랭 드 보통을 비롯해 유명 작가와 화가가 남긴 글은 그림과 한 데 어우러져 그림을 더욱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그림을 들여다보며 지친 감정을 어루만지고 다가올 내일을 반갑게 맞이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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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엘린 브로쉬 맥켄나 지음, 라몬 K. 페레즈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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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9년 그래픽 노블과 만난 제인의 모습은 어떨까?

원작 제인 에어는 19세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시대에서 시련을 극복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했던 인물로 여자 성장 소설로 유명하다.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기도 한데 21세기 뉴욕에서 재탄생한 현대판 제인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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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여의고 친척 집에 머물면서 여자로서 하기 힘든 뱃일을 하며 자금을 모아 독립한 제인은 예술 학교에 입학하지만 장학금을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게 된다. 정체불명의 고수익 일자리 면접을 가게 된 제인, 입이 무거워야 하는 일이라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어떠한 SNS도 하지 않는 제인은 그 자리에서 합격된다.

비밀유지 계약서까지 쓰며 맡은 일은 다름 아닌 유모의 일이다. 억만장자들이 사는 저택에서 엄마 없이 바쁜 아버지와 외롭게 살아가는 아이를 맡게 된다. 아버지(로체스터)란 사람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길이 없고 위 층의 비밀스러운 문은 열어서는 안된다.

진심을 다해 아이를 대하는 제인을 보고 로체스터는 제인과 사랑에 빠지지만 제인은 그가 말해주지 않는 비밀이, 그의 진심에 의문을 품는다. 과연 그 비밀은 무엇인지,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지, 제인은 화가로서의 꿈을 이루게 될지... 더 이상은 스포가 될 것 같아 줄이지만 책을 다 보고 나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라 제인이 아닌 수잔이라고 해도 모를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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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성이 히어로로 등장하는 영화 캡틴 마블을 보는 시대에 살고 있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는 하지만 고전 문학인 제인 에어와 큰 틀은 같기에 스토리상 크게 기대하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스릴러와 함께 격정(?) 로맨스 모두 담겨 있어 제인 에어를 추억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제인이 추구한 당차고 독립적인 여성상이 오늘날 그 정신을 이어받아 그래픽 노블로 제인을 만난다는 것에 의의를 두게 된다.

19세기 속 제인이 21세기 여러 명의 제인으로 살고 있는 여성들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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