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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584 페이지(옮긴이의 글 포함)에 달하는 이 책은, 한편의 영화를 본듯한 착각이 들 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저자 오타 아이는 파트너(相棒)』 『트릭(TRICK)』 등
형사 드라마와 서스펜스 드라마의 작가이기도 한데, <잊혀진 소년> 이 작품 역시 형사드라마 여왕으로 불리는 저자 "오타
아이"의 명성에 걸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원죄[죄를 짓지 않은 무고한 사람이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부의 유기적인 범죄 조작으로 죄를 뒤집어쓴 경우를 뜻함-옮긴이]를 주제로 무고한 시민이 어떻게 범죄자로 둔갑하는지를 소름
끼치게 보여주고 있다. 23년 전에 사라진 아들인 나오의 행방을 찾아달라며 흥신소에 의뢰하는 나오의 어머니는 선금으로 300만 엔을 주고 홀연히
사라진다.
흥신소 소장인 야리미즈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 생
슈지와 여아 실종 사건 현장에서 어릴 적 친구 나오의 실종 현장에 남겨졌던 똑같은 표시를
발견하고, 도쿄 교통과에 근무하고 있는 대학 동기인 소마와 함께 23년 전으로
돌아가 사건을 추적하게 된다.
여기서 소마는 23년 전 한 달 동안 나오와 그의 남동생 다쿠와 친하게 어울리던
친구였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소마는 나오의 아버지가 실은 살인자가 아니라, 그릇된 사법체계의 희생자임을 알게 된다.
나오가 사라진 장소에 있던 유목에 새겨진 '//=ㅣ(슬래시,
슬래시, 이퀄, 버티컬 바)'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른 사건들에서도 보여지는 저 표시는 과연 나오와 관련된
걸까?
사건을 쫓을수록 그 뒤에는 공권력이라는 거대한 힘이 작용했음을 알게 된다.
사실, 긴 시간 구류되어 온갖 수단을 구사해 피의자를 정신적으로 몰아세워 거짓 자백을 받아내는 행위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행해졌던 일들이다.
"수사는 항상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죄 없는 인간을 팔 년이나 복역하게 한 수사가 적절했다면, 무엇이 부적절한
것인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군요."
한
가정이 무참히 풍비박산 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서
먹먹해졌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한,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위해 열 명의 범인을 포기할 수
있는가?
물음 앞에 한가지 분명한 건 그 무고한 사람이 나 혹은 가족, 친구, 주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요즘
미투 운동을 통해서도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더는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의 권리가 보호받고 마땅히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밀한 구성과 함께 감동과 재미, 2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책이기에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