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어사이드 하우스
찰리 돈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평점 :

"독자를 속이지 않는다"
“잠시 내려놓은 순간에도, 머리를 놔주지 않는 책을 쓰려고 합니다.”
찰리 돌리 작가의 서스펜스 원칙과 포부가 드러나는 소개글이 눈에 띈다.
속이지 않는다고? 속여도 속임 당하는지 모르는 사람이지만
책 서두에 실린 아래 글을 보니 집중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견이란 모두가 보는 것을 보고 다른 이들이 하지 못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엘베르트 센트죄르지(1893-1986, 생화학자)
동전 하나로 형을 죽였다고 고백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읽어주며 범행을 밝히는 이 사람... 앞으로 등장하는 인물 중 누구일지 궁금해진다.
2019년 6월 21일, 엄격한 규율과 흠잡을 데 없는 실적으로 정평이 난 웨스트몬트 사립고등학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구교사 사택에서 담력을 증명하는 '맨인더미러' 게임을 한 학생 둘이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범인은 학교 교사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 교사가 선로에 뛰어들다가 뇌사상태에 이르렀고 1년 후, 그 게임에 참여했던 학생 중 세 명이 차례로 기차선로에 몸을 던져 죽고 만다.
미심쩍은 자살 사건... 대체 그날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웨스트몬트 사립고등학교 2019년 여름과 2020년 8월 현재를 교차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리고 초반 익명의 고백글도 이어지는데... 정신을 똑띠 차려야 한다.
등장인물들이 제법 많은 데다 시차가 오가기 때문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책이다.
성과 이름이 번갈아 나올 때도 있어 잠시 혼동이 되기도...
2020년 8월, 웨스트몬트 사립고등학교의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전문가들이 투입되면서 소설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라이더 할리어: 웨스트몬트고 사건 수사가 종결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사를 해 온 범죄 사건 전문 열혈 기자
맥 카터: 웨스트몬트고 사건 팟캐스트로 인기를 끄는 방송사 유명 진행자
레인 필립스: 법정 심리학자이자 프로파일러
로리 무어: 유능한 범죄 재구성 전문가
어벤저스 느낌의 전문가들...... 사실 추리고 뭐고 그들을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자폐성향이 있는 로리 무어의 독보적인 매력도 눈길을 끌지만 '동전 사건(동전 하나로 형을 죽인 아이)'을 맡았던 '거스 모넬리' 형사의 수사력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 (모두 아이의 완벽한 농간에 넘어가지만 이분은 아님)
동전 사건은 '거스' 형사에겐 사정 상 중도 하차할 수밖에 없었지만 은퇴한 후에도 잊히지 않았던 사건이다. 그 사정이라는 게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재도 인력 부족, 넘쳐나는 사건들로 인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미결 사건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간담이 서늘하다. 그 사이 늘어나는 희생자는 또 어쩔 것인가...
암튼 재미있게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작품은 분명하다.
서로가 가진 조각으로 완성되는 하나의 퍼즐.
완성된 퍼즐 속 그 괴물은 누구일까......
작가가 뿌려놓은 단서들 사이에 교묘히 숨은 괴물을 꼭 찾아내시길 바란다.
덧) 작가 후기를 보니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작가의 이전 작품들에도 나왔나 보다.
은근히(?) 그 작품들도 홍보하고 있는데 문제는 시중에 국내서 구입가능한지가 의문...
거스 모렐리 형사가 등장하는 [그걸 믿지마]를 찾아보니 원서로만 있다.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