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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평점 :
좋은 서평을 쓰고 싶은 자들을 위한 <서평 글쓰기 특강>
개인적인 독후 활동으로 가급적이면 서평이나 독후감 쓰기, 독서 토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 서평이나 독후감을 ‘과연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라는 기대감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서평 글쓰기 특강>이란 책 제목과 달리 앞으로 쓸 글은 서평이 아닌 독후감이 될 것이다. 그만큼 할 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서평을 쓰는 이론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많이 읽고(다독) 깊이 생각하고 둘 모두를 잘 요약해서 녹여내기만 하면 끝난다. 하지만 쉬운 이론에 비해 이를 체화하기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사이토 다카시에 따르면 독후감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의 주요 키워드를 잘 읽어야 합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도 덧붙여야 하고요(...) 책의 요지가 담긴 키워드를 찾고, 메모하고, 가공해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p.25~26)
“양질전환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양이 질을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일을 많이 하면 어느 순간 질적으로 도약한다는 것입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많이 쓰다 보면 질적으로 좋아지게 됩니다.” (p.77)
“서평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일단 책을 읽을 때 태도부터 달라집니다. 좀더 집중하고,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긋고, 나중에 정리하고 싶은 내용도 메모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게 되면 독해력도 좋아집니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고, 나아가 비평적 시각으로 꼼꼼하게 책을 읽게 됩니다. 주관적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좀더 객관적인 서평으로 나아가게 되는 거지요,”(p.79)
독서보다 독후가 중요한 이유. 독후 활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책 많이 읽어라. 어쨋거나 결국엔 다 자양분으로 남아 적재적소에 사용될 거야.` 이 말은 헛소리이다.
“다독이 중요하고 필요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것에 그치면 남는게 없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자기 과시, 자부심, 지적 허영만 남을 수 있습니다.” (p.83)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화하기 위해서도 토론과 서평은 필수입니다. 생각을 진지하게 정리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충 읽고 꽂아둔 책에서는 어떤 각성이나 성찰도 기대하기 어려우니까요.” (p.37~38)
서평 쓰기의 로드맵
1. 발췌
인상 깊은 부분을 밑줄 긋거나, 접거나, 메모하거나, 옮겨쓰는 행위를 말한다. 이것은 나중에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서평의 주제에 따라 재분류하면 된다. 발췌를 하다 보면 책에 대한 기억이 더 오래간다. 서평을 쓸 때 인용하는 발췌는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2. 메모
생각 기록장. 여백이나 포스트잇, 노트에 적어도 된다. 1차 메모를 추려 글감을 정리한다. 글감들은 선정한 서평의 주제에 적절한 내용으로 활용된다.
3. 개요
전문가들의 서평을 분석한 결과, 요약(20%), 소개(20%), 관점(해석, 30%), 설명(발췌 외, 20%), 기타(10%)로 구성되어 있다.
4. 초고
잘 쓰려고 하지말고, 쓰면서 고치지 말고, 자기 생각을 충분히 다 써라.
5. 퇴고
퇴고는 서평의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퇴고의 체크리스트 1) 주제가 확실히 드러나는가. 2) 서술이 논리적이고 단락 연결이 자연스러운가. 3) 문장은 간결 명료한가. 4) 단어 사용이 적절하고, 반복은 없는가 등.
“퇴고를 잘하기 위해 중요한 조건은 글을 보는 안목을 높이는 일입니다. 퇴고를 한다는 건 더 좋은 글을 만드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글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p.182)
이 책의 마지막 챕터는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6명의 서평가들에게 공통적인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한 답을 소개했다. 단 하나의 정답은 없었으며 ‘같은 질문에도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갖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하지만 각기 다른 다양한 질문을 던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6명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니 뒤로 갈수록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 그들의 대답을 읽으며 같은 질문 몇 가지를 나에게도 던저보았다.
Q: 서평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서평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읽은 책을 기억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책을 좀 더 깊이 읽게 되고, 나의 생각과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됩니다.” (p.6)
내가 서평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와 똑같다. 처음 책을 읽고 글을 썼을 때는 서평과 독후감의 개념도 모를 때였다. 물론 예전에 쓴 글을 보면 지금도 민망하다. 책을 읽고 글을 남기는 행위는 내가 이해했던 책의 내용을 기록하여 더 오랫동안 기억하고자 하는 동기에서였다.
사실 그 전에는 내가 설정한 연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닥치는대로 책을 읽은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폭식하듯 읽었던 책의 내용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물론 망각 곡선에 따른 기억력 감퇴가 원인일 수 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사유하는 방법을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고 (물론 중간에 포기한 책은 제외하고) 내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비평 없이 읽었던 탓일 것이다.
Q: 서평과 비평은 어떻게 다른가요?
A: 비평 없는 책읽기는 사유하지 않고 저자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수렴하는 것이다. 이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가 옳다고 믿었던 저자의 의견에 반하는 다른 책을 접했을 때 컬쳐쇼크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창피함 정도는 느낄 것이다. 비평 없는 책읽기는 소위 말하는 ‘빠순이 짓’같으며, 비평 없는 서평은 저자의 나팔수에 불과하다. 저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니다’ 싶은건, 설령 내가 틀렸더 하더라도,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 틀린 생각을 진리로 착각하고 감추고만 있다면 올바르게 잡을 기회조차 없어진다. 나의 의견을 소신껏 피력하면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올바른 길로 안내해줄 것이다. 그러므로 비평은 서평에 포함되어야 한다.
Q: 독후감과 서평은 어떻게 다른가요?
A: 본문에 잘 정리되어 있다. 객관적/주관적 비율에 따라 우리는 서평과 독후감을 구분할 수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것은 책의 내용보단 나의 주관적인 생각과 의견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므로 독후감으로 봐야 옳다. 그렇다면 내 스스로에게 추가적인 질문을 해보자. “과연 나는 서평과 독후감 중 어느것을 더 선호하는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평을 쓰게 된 계기는 책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서평의 본질적인 목적은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사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라던데, 내가 해당 출판사의 마케터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다만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또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서로 느낀점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바랄 뿐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독후감을 더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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