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처음부터 <논어>, <국가> 등을 섣불리 집어들었다가는 10페이지도 못 읽고 책장의 허세용 소품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단 한개의 개념도 당최 무슨 말인지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수준 높은 대상을 배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쉬운 가이드북으로 배경을 쌓고 도전하는 것이다. 이 책 <빛보다 느린 세상> 역시 그런 가이드북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식없이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이란 책의 부제만 보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수식이 없다고 했지 쉽다고는 안했다.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이 `상대성이론`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뜨거운 불판에 손을 대고 있으면 일 분이 한 시간 같지만, 예쁜 여성과 함께 있으면 한 시간이 일 분 같을 것이다. 이것이 상대성이론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1929) -(P.23)누구나 한 번 쯤 이런 질문들을 해보았을 것이다.- 세상의 중심은 어디일까? - 움직이지 않는 물체는 정말 움직이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까? - 시간이나 길이는 불변한가?- 추락하는 엘레베이터에서 충돌하기 전에 점프를 한다면?- 동시에 일어나는 두 사건이 관찰자에 따라 동시가 아니라고 보인다면? - 빛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가? - 과연 빛도 중력의 영향을 받을까? - 블랙홀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생겼을까? - 블랙홀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생길까?제목 <빛 보다 느린 세상>은 말 그대로 현재의 세계를 의미한다. 아래 그래프와 같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빛이 뻗어 나가는 시공간 상에서 왼쪽 하단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빛 보다 빠르면(오른쪽 상단 영역) 시공간을 초월하는 진짜 인터스텔라 같은 일이 발생할수도 있겠지만 그 아래의 그래프처럼 속력이 무한히 빠를수록 질량도 무한히 증가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블랙홀(black-hole)은 사실 그 이름처럼 hole은 아니다. 다만 고밀도의 천체에 빛 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 있기 때문에 관찰자가 보기에 검은 구멍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 이런 블랙홀의 특징은 아래 상상도에서처럼 가운데가 비어 있고 주변의 별을 흡수하는 모양으로 그려진다. 만약 저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책에서는 재미있게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인 앨리스와 눈이 빨간 토끼를 집어 넣어봤다. 마법의 물약을 먹고 앨리스의 크기가 줄어들어 조석력의 영향을 벗어난다는 설정까지도 딱 들어맞는다. 이런 비유와 설명을 듣고 있자니 정말 루이스 캐럴이 묘사한 wonderland 속 토끼굴이 블랙홀 아닌가 싶을 정도다.상대성이론에 관한 가이드북으로써 이 책은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는데 상당히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가이드북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려 탐구심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이지 모든 지식을 전달해 줄 수는 없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상대성이론에 대해 100% 이해한 것은 아니다. 아니, 10%나 이해 했을까? 하지만 처음에 언급한 나의 궁금증들이 어느 정도 풀렸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만나게 될 물리, 천문 관련 과학책을 읽을때 배경 지식으로써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당신이 꼭 관련 전공자나 과학덕후가 아니어도 좋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며 의문이 들었거나 최근 이슈가 된 중력파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도대체 그게 뭔데 호들갑이야?˝ 라고 굼금해 했다면 이 책을 일독하기를 추천한다. 애인이 ˝E=mc²이 뭐야?˝ 라고 물었을때 더 이상 `기억력 학습 보조기(엠씨스퀘어)`나 `아인슈타인 우유`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뇌섹남 또는 뇌섹녀로 거듭날 수 있다. 누가 알겠는가. 당신이 카메론 디아즈같은 스타를 인터뷰한 인터뷰어인데 그녀가 진심으로 궁금해한 ˝E=mc²이 도대체 무슨 뜻이죠?”라는 질문에 멋들어진 설명으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http://m.blog.naver.com/raccoon129/220666246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