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자식 농사 잘 짓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것은 전형적인 동양식, 한국식 정서일 뿐. 여기에는 자녀가 내 소유물이라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그러다보니 말로는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라고 하지만 실상은 부모 본인의 만족을 위한 핑계일 뿐이다. 또한 일부 부모는 자식에게 올인 하느라 정작 본인의 인생은 마음껏 살아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늙어서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자식으로 부터 눈치밥 먹는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각종 육아법이 범람하고 있다. 육아에는 왕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특정 방법만이 정답인양 유행따라 우르르 따라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낫다. 그중엔 분명 올바른 방법도 있으므로. 그러나 문제는 부모가 줏대가 없을 때 나타난다. 부모의 일관성 없는 육아는 자녀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사실 이 질문보다 더 중요하고 먼저 다뤄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이다.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선 내가 먼저 올바른 사고방식을 갖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부모공부>는 육아와 관련된 유명한 과학적 연구 결과나 근거 자료들이 잘 편집되어 있다. 사실 나는 부모로서 경험이 매우 부족한 왕초보이다. 이번 기회에 책을 통해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잘 못 생각하는 점은 없는지, 앞으로 어떤 자세로 육아를 할 것인지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016.10.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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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바라 볼 때 나는 과연 순수한 연민과 동정인 걸까? 아니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보고 그나마 난 다행이라는 위안을 삼는 걸까? 가끔 감빡깜빡 거리는 횡단보도를 급하게 건널때면 `꼴찌만 아니면 돼` 라는 생각을 한다. 빨간불로 바뀌었는데도 굳이 건너겠다는 민폐짓에 비난의 화살은 마지막 사람에게 돌리겠다는 심보. 혹여 성질 급한 차가 들이 받더라도 마지막 사람이 있으니 안심일거라는 못된 심보가 내 안에 공존하는 듯하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조로증에 걸려 죽음을 앞둔 17살 소년과 34살 부모의 이야기다.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간의 이야기로 설명 되기도 한다. 주인공 아름이의 부모는 17살때 사고쳐서 아름이를 갖게 된다. 어린 나이에 출산과 육아를, 가족의 부양과 모든 책임을 져야만 하는 부모가 된 것이다. 이들의 모습에서 부모는 어려도 부모라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누구도 본인의 어린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니까, 특히 서너살 이전의 경험은 온전히 복원될 수 없는 거니까, 자식을 통해 그걸 보는 거다. 그 시간을 다시 겪는 거다.

아름이의 외모는 80~90살 노인이다. 어려서부터 병약하여 혼자 책 보는걸 좋아해서인지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생각과 배려심이 깊다. 어떨 때는 부모보다 더 어른 스럽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는 이웃인 60대 장씨 할아버지가 나온다.  이 둘의 공통점은 외적으로는 늙었어도 부모 앞에서는 마냥 아이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ㅡ할아버지 나 또 뭐 물어봐도 돼요?
ㅡ평생 아픈 대신 장수하는 자식과 건강한데 요절하는 자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할아버지는 무얼 고르시겠어요?

ㅡ아름아
ㅡ그런 걸 선택할 수 있는 부모는 없어
ㅡ나는 아무것도 안 고를 거야. 세상에 그럴 수 있는 부모는 없어.....

주인공 아름이는 전세계적으로 희귀병인 `조로증`을 앓고 있다. 나 역시 원인불명의 난치병을 갖고 있다. 처음 의사로부터 결과를 들었던 날, 애써 덤덤한척 했지만 한밤중에 혹시나 부모님 들을까 소리 죽여 한참을 울었다. 

`내가 왜? 그렇게 건강하던 내가 왜?`
`왜 하필 나야?`

원인 불명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그동안의 내 행동 속에서 이런 병을 얻게 만든 원인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도 든다. 아름 엄마가 임신한걸 알고도 죽어라 달리기 한 것을 후회하고, 아름 아빠가 제발 아빠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나무에 대고 빌었던 것을 후회하는 것처럼 말이다.

안타까운 상황은 소설이나 뉴스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니다. 언제든 내 주변에서 또는 내가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설픈 동정은 되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뿐이다. 말 한마디에 신중하자. 인간이라면 측은지심을 갖는다고 맹자는 말했다. 한 편의 소설 속에서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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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문득 엄청나게 공감가는 좋은 구절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이 좋은 표현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한다. 내용면에서 이 책은 사실 나에겐 별로 신선할게 없다. 그러나 독서의 중요성과 사례는 평소 독서에 대한 나의 생각과 상당 부분 일치한, 잘 표현된 책이다.

띠지에 있는 다소 자극적인 홍보성 문구들만 살펴보면 이 책에서 뭔가 엄청난 비밀을 알려줄 것같은 분위기다.
˝앞으로 세상은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계층 사회가 된다!˝
˝성장이 멈춘 시대, 책을 읽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상위 10퍼센트의 인재가 될 수 있다!˝
사실 본문을 읽어 보면 그렇게 공격적인 내용만은 아니다. 저자에게 독서는 이렇게 다가왔구나 하는 경험담으로 가볍게 읽을 만하다. 이 책에 따르면 도박과 게임을 전혀 안하고, 책까지 읽는 나는 일단 상위 10%에 속하게 된다.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다. 평소 책을 안 읽는 사람은 띠지의 문구만 보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라도 읽기 시작하면 된다. 저자도 33살부터 본격적인 책 읽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총 272페이지에 달하는 적당한 두께의 이 책은 2/3가 본문이고 나머지 1/3은 저자의 추천 도서와 서평으로 채워져 있다. 본문이 어렵지 않고 짧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또한 뒷장의 추천 도서는 참고할만 하고 서평과 책 소개를 이런식으로 쓸 수 있구나 라는 생각도 갖게 된다. 다만 아무래도 추천도서 부분을 빼면 짧은 글이기 때문에 작가가 약간 날로먹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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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좋아하게 된 건 아버지의 <동물의 왕국> 사랑 덕분이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 모습에 어느새 나도 그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동물의 왕국이 방영된 KBS와 더불어 EBS 다큐프라임은 국내 최고 다큐멘터리 제작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믿고보는 다큐, 그러나 아쉽게도 2011년 방영된 <생명, 40억년의 비밀>은 방송을 챙겨 보지 못했다. 이런 다큐 영상은 공들여 작업한 CG와 고속촬영 장면 등 화려한 영상미가 많다는 장점이 있고, 책은 중간 중간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완급을 조절하며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방법으로 모두 봤으면 좋았겠으나 이번에는 책 시리즈인 《경계》 편으로만 내용을 접해본다.

46억년 전, 태양계의 3번째 궤도를 돌고 있는 행성인 지구가 만들어졌다. 그 후 물에서부터 생명이 태동한 이래 진화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경계>에서는 기존에 살고 있던 곳으로부터 밀려나 새로운 환경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생물들의 처절했던 진화의 역사를 기록한다. 물에서 뭍으로 밀려난 식물과 동물, 다시 뭍에서 바다로, 하늘로, 그리고 땅 밑으로 밀려난 동물들, 끝으로 나무위에서 초원으로 밀려난 인류를 그려내고 있다. 거시적이면서 동시에 미시적인 관점으로 이 책을 읽어보자. 여기에 기록된 생명의 역사는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볼 것만이 아닌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상황과도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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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란 ˝긴 시간 동안 일어난 유전자 빈도의 변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진화의 개념에 덧붙여 한가지 반드시 집고 넘어 가야할 개념이 바로 `퇴화`이다. 퇴화는 진화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생존에 불필요한 기관이 점차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일부 기관이 퇴화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종의 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이것이 바로 진화인 셈이다.

˝보통 퇴화는 진화의 반대방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진화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오해다. 진화는 애초에 어떤 방향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 당연히 한 기관의 퇴화는 그 기관을 가진 개체의 입장에서 보면 진화인 것이다.˝ (p.31)

진화는 방향성이 없다. 각자 주어진 환경에 알맞게 살아가기 위한 처절한 노력의 연속이다. 현재에 만족하는 생물은 진화하지 않는다. 환경이 변하고 경쟁자와 천적이 많아지면 불리한 생명만이 결국 밀려나 다른 살 곳을 알아봐야 한다.

현재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직업이란 생태계를 예로 들면, 생기고 없어지고 진화하는 직업들이 존재한다.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 경쟁자가 많아지고 환경이 변하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전문직이 강조되어 온 탓에 지금 우리나라는 수 많은 `사`자 전문가들이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다. 이들도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한다. 더 이상 생태계가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내,외부 환경과 경쟁자들에게 방심 하다간 멸종 당한다. 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이 책에서 소개된 생명체들과 다를바 없다. 경쟁과 도태. 진화는 불리한 환경에 처한 생물들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자기계발이다.

˝진화란 현재의 생태계에서 불리한 여건에 처한 생물이 만들어내는 것이지 만족한 생물이 만드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p.14~15)

˝진화란 그러한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과 무수히 많은 시도를 담보로 하여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시도들은 지구 역사의 한 장면으로만 남게 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게 무수한 `그침`속에 단 하나 `이어짐`의 역사다. 하지만 그 후손이 이어지지 않고 멸종했다고 해서 그들이 실패했다고 단정하지는 말자. 그들은 그저 그 장소, 그 시간에서 유전자의 이어짐을 `그쳤을 뿐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그 수많은 유전자 중 운 좋게 이어진 후손 중 하나일 뿐이다.˝ (p.ix)

현재 지구 생태계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인간이 있다. 이런 인간이 진화의 축복일까? 반면 지렁이는 여지껏 진화해서 아직도 땅속이나 기어다니는 불쌍하고 미개한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 생명체의 목적은 자신의 DNA를 유지하고 후대에 남겨 오랫동안 보전하는 것이다. 인간과 지렁이 둘 중 누구의 DNA가 더 오래 남을지는 모를 일이다. 한가지 확실한건 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살폈을때, 덩치가 커질수록 멸종에 가까워 졌다는 것과, 최종 포식자는 언제든 사라지고 바뀐다는 것이다.

약 1만년전 인류의 조상은 도구도 사용할 줄 모르는 유인원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만년 후 인류는 어떤 모습일까? 외형은 물론 생활습관, 문명, 과학기술 등이 지금 우리와 전혀 달라질 것은 당연하다. 과연 그들을 인류의 후손이라 부를수나 있을까? 아직도 무슨 원숭이가 우리의 조상이냐며 기겁을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1만년 후 신인류는 현재 인류가 자신들의 조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나 않을까? 문득 그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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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저쪽은 그나마 나으려나? 에라 모르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가보자.
새로운 환경으로 이주의 원인은 다양하다. 급작스런 환경의 변화, 늘어나는 경쟁자들과 포식자들 때문에. 경계의 끝에 몰린 생명들은 새로운 환경이라는 낭떠러지로 과감하게 뛰어든다. 같이 뛰어든 대부분의 동족들은 비참하게 죽어나간다. 그래도 일부는 살아남고 적응하여 후손을 남겼다. 그렇게 그들은 새로운 환경의 지배자가 되어 역사 속에 기록된다.

˝당시 바다에서 최강의 포시자였던 판핀어류와의 경쟁이 힘겨웠던 경골어류들은 포식자를 피해 민물로 자신의 영역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p.66)

˝이들은 필사적으로 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육기어류와 조기어류는 살 곳을 찾아 조간대로, 민물로, 그리고 육지로 떠밀리게 되었다.˝ (p.68~69)

˝생태계의 끝에서 끝으로, 물에서 뭍으로 내몰리기만 했던 동물들이 몇천만 년에 걸친 노력의 대가로 육지 전체를 얻게 된 셈이다.˝ (p.96)

멸종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다. 우주에서 날라오는 운석을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인류의 출현도 막을 수 없지 않은가. 인류의 역사가 기록된 후부터 멸종된 생물들, 그리고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생물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일 것이다. 이제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살 수 있는 조그마한 땅이나 남겨놓고 표본을 만들고 기록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책임을 회피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문제는 그 파괴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생명들이 경계를 넘어 이주 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게 그들은 빠르게 멸종해간다. 특정 국가나 단체를 탓하자는게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잘못이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잘못이며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신생대 중반 이후 기각상과(물개, 물범, 바다코끼리 등)에 속하는 해양 포유류는 지구의 모든 해안선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즐거운 삶을 살게 되었다. 북극의 차가운 해안가에서 살얼음이 낀 바다로 뛰어들어 먹이를 구한 지 몇천만 년 만에 지구 전체의 해안을 정복한 정복자로 그 위엄을 뽐내게 된 것이다. (...) 그러나 그 좋은 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주범은 인간이다. (...) 물범과의 남방물범아과에 속하는 16개의 속 중 10개 속이 이미 멸종했다. 남은 속 중에서도 3~4개의 종이 멸종하여 지금 남아 있는 종은 겨우 8종이며 이마저도 멸종의 위게에 처해있다.˝ (p.161)

˝거의 2억 년에 달하는 중생대의 기나긴 시간을 전부 합쳐 멸종한 해상파충류의 종보다도 더 많은 종이 짧은 1만 년의 인류 역사 속에 일어나는 것이다. 세상의 어떤 생명이 같은 생명에게 이토록 폭력적인 역사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암담해진다.˝ (p.163)

˝너무나 강력한 경쟁자인 인간의 등장은 생태계의 모든 종들을 경계로 몰아붙이는 것도 모자라, 모든 생태계를 파괴해 나가며 경계를 넘어갈 수 있는 기회까지 차단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생물들은 지금 엄청난 속도로 멸종해 나가고 있다. 지난 역사 속의 5대 멸종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멸종이었던 페름기 대멸종보다도 더 빠르게 생명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p.273)

˝옛날 마을의 울타리는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한다는 측면이 강했지만, 이제 새로운 경계는 생물이 그 안에서는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인간으로부터 보화되는 곳이라는 표지이자, 이 경계 밖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금지의 표지가 되었다.˝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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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고등학교 생물 시간이 생각이 난다. 고등학생때 이런 책을 봤더라면 무조건 암기하지 않고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을 텐데... 교과서와 문제집만 읽고 암기했던 그 시절의 나는 왜 이런 교양서들을 읽을 생각도 못했고 여유도 없었을까. 비록 낯선 생물들의 이름과 용어들이 많아 지루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펴낸 것이기에 묘사가 생생하여 재미있다. 예를 들어 129쪽을 읽다 보면, 고래의 조상인 한 포유류가 강가를 어슬렁 어슬렁 뒤지다가 점점 물속으로 들어가면서 진화하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다큐멘터리 영상이 눈 앞에 펼쳐지고 나래이션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먹이가 부족한 혹독한 시기, 사냥 실력이 부족했던 동물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사냥 실력이 뛰어난 다른 육식동물들이 없는 곳을 찾아 이동했고 바다에 닿았다. 바닷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썰물 때가 되면 내려가 미처 바다로 내려가지 못한 물고기를 줍고, 조개를 캐서 빈속을 채웠다. 뒤뚱거리는 게를 잡다 게의 집게발에 코를 물리기도 하고, 망둥이를 쫒기도 했다. 점점 조금 더 깊은 물속으로 내려가서 그 바닥의 조개를 캐고 저서생물들을 잡기도 했다.˝ (p.102~103)

˝인간의 선조들에게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무리를 지어 나무타기에 알맞게 진화된 손으로 돌맹이를 쥐고 다녔다. 다행히 나무를 타면서 이들의 손은 엄지가 다른 손가락과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 뭔가를 쥐기에는 적합한 모양이었다. 사자가 사냥에 성공해 먹이를 먹고 있으면 괴성을 지르며 돌맹이를 던졌다. 너무 일찍 다가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자가 가장 맛있는 내장 부위와 부드러운 살코기로 어느 정도 배를 채워 포만감을 가질 때를 기다리지 않았을까? 배가 불러 사자가 달려들지 않고, 날아오는 돌멩이에 귀찮음과 약간의 위험을 느껴 자리를 뜨도록 말이다. 사자가 자리를 비키면 사자가 남긴 사냥물의 껍질과 뼈에 붙은 살코기을 먹고, 뼈를 부셔서 골수를 빨아먹기도 했을 것이다.˝ (p.25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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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서평은 안쓰려고 했다. 이미 수 세기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고전이기 때문에, 백만에 1을 더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한 내가 가장 주저 했던 이유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내가 우연히 발견한 금광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더 이상 그 금광은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결국 이 귀한건 나만 알아서 잘 써먹겠다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함께 책을 읽은 독서모임의 토론을 통해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다.

공화정에 관해 다뤘다는 그의 전작 격인 <로마사 논고>는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와 대비 되는 <군주론>은 군주 국가에 대한 내용이다.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리더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15세기 분열된 이탈리아를 누군가가 통일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의 `로렌초 디 피에로 데 메디치`에게 헌정했으나 결국 군사로 발탁되는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마케아벨리가 내심 공화정을 지지 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 현실에 맞게 군주국가에 관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현 정권에 발탁되어 군사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기회를 얻고자 한 모습이다. 이 점만 보더라도 그의 생각 자체가 이상보다는 현실을 더 중요시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너무 현실적이고 적나라하다고 하여 금서로 정해지면서 그의 사후 더 유명해진 <군주론>이 과연 세간의 평처럼 잔혹하기만 할까?

˝사람은 작은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을 꾀하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보복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법이다. 부득불 백성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 그들의 보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철저히 제압할 필요가 있다. (p.75)˝

˝군주는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종종 선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백성이든 군인이든 귀족이든 군주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집단이 부패하면 군주는 이들의 비위를 적당히 맞추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경우에 선행은 해로운 게 된다. (p.207)˝

나무만 보고 숲을 평가하는 격이다. 실제로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결국 나라를 위해, 또는 군주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군주는 검약을 통해 재정을 튼튼히 해야 한다. 그래야 적의 공격을 막거나 원정에 나설 때 백성에게 전비 부담을 주지 않고도 전쟁을 치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백성들은 군주의 검약을 오히려 매우 관대한 행보로 칭송할 것이다. 자신들의 재산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뭔가를 기대한 소수의 사람들만 인색하다고 비난할 뿐이다. (p.181)˝

리더는 아직 나와는 거리가 먼 위치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저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부분만 참고하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사실 나도 내 업무에 있어서는 리더이며, 가정에서는 가장이고, `나`라는 1인 기업을 이끌고 있는 리더 아닌가. 생각을 바꾸니 더 많은 것들을 참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 책은 나에게 처세에 관한 자기계발서로 다가왔다. 군주론에 입각한 리더의 자질은 다음과 같다.

˝군주가 경멸 대상이 되는 이유는 변덕이 심해 경박하며, 유약하고 소심해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데 있다. 군주는 항해자가 암초를 피하듯 이를 피해야만 한다. 나아가 자신의 행동에서 위엄과 용기 및 성실과 강인을 드러내야 하고, 주요 현안과 관련해 한번 내린 결정은 번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런 평판이 유지돼야 그 누구도 감히 군주를 기만하거나 농락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p.199)˝

이 책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복합적인 시각을 갖게 해준다는 점이다. 15C 이탈리아와 시대와 문화가 전혀 다른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보자. 놀랄만큼 유사한 사례들이 많다. 이것은 역사가 반복되어서가 아니다. 인간이란 결국 시공간을 초월해도 생각과 습성, 행동에 큰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사건도 <군주론>을 읽기 전과 후의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어떤 것이 더 본질에 가까울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군주론>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 그리고 서평을 쓰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 마키아벨리가 군주를 위해 집필한 이 책은 결국 국민을 위한 책이었다. 군주의 보위 유지를 위한 처세들은 결국 태평성대를 위한 것이고 민생안정을 위한 것이다. 우리 나라는 군주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한다. 오랜 문화적 정서 때문이지 우리 잘못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라도 많은 사람들이 <군주론>을 읽고 공화주의자 또는 민주주의자인 마키아벨리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느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정치인 중 누가 잘하는지, 잘못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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