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서평은 안쓰려고 했다. 이미 수 세기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고전이기 때문에, 백만에 1을 더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한 내가 가장 주저 했던 이유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내가 우연히 발견한 금광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더 이상 그 금광은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결국 이 귀한건 나만 알아서 잘 써먹겠다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함께 책을 읽은 독서모임의 토론을 통해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다.

공화정에 관해 다뤘다는 그의 전작 격인 <로마사 논고>는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와 대비 되는 <군주론>은 군주 국가에 대한 내용이다.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리더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15세기 분열된 이탈리아를 누군가가 통일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의 `로렌초 디 피에로 데 메디치`에게 헌정했으나 결국 군사로 발탁되는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마케아벨리가 내심 공화정을 지지 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 현실에 맞게 군주국가에 관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현 정권에 발탁되어 군사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기회를 얻고자 한 모습이다. 이 점만 보더라도 그의 생각 자체가 이상보다는 현실을 더 중요시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너무 현실적이고 적나라하다고 하여 금서로 정해지면서 그의 사후 더 유명해진 <군주론>이 과연 세간의 평처럼 잔혹하기만 할까?

˝사람은 작은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을 꾀하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보복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법이다. 부득불 백성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 그들의 보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철저히 제압할 필요가 있다. (p.75)˝

˝군주는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종종 선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백성이든 군인이든 귀족이든 군주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집단이 부패하면 군주는 이들의 비위를 적당히 맞추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경우에 선행은 해로운 게 된다. (p.207)˝

나무만 보고 숲을 평가하는 격이다. 실제로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결국 나라를 위해, 또는 군주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군주는 검약을 통해 재정을 튼튼히 해야 한다. 그래야 적의 공격을 막거나 원정에 나설 때 백성에게 전비 부담을 주지 않고도 전쟁을 치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백성들은 군주의 검약을 오히려 매우 관대한 행보로 칭송할 것이다. 자신들의 재산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뭔가를 기대한 소수의 사람들만 인색하다고 비난할 뿐이다. (p.181)˝

리더는 아직 나와는 거리가 먼 위치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저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부분만 참고하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사실 나도 내 업무에 있어서는 리더이며, 가정에서는 가장이고, `나`라는 1인 기업을 이끌고 있는 리더 아닌가. 생각을 바꾸니 더 많은 것들을 참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 책은 나에게 처세에 관한 자기계발서로 다가왔다. 군주론에 입각한 리더의 자질은 다음과 같다.

˝군주가 경멸 대상이 되는 이유는 변덕이 심해 경박하며, 유약하고 소심해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데 있다. 군주는 항해자가 암초를 피하듯 이를 피해야만 한다. 나아가 자신의 행동에서 위엄과 용기 및 성실과 강인을 드러내야 하고, 주요 현안과 관련해 한번 내린 결정은 번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런 평판이 유지돼야 그 누구도 감히 군주를 기만하거나 농락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p.199)˝

이 책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복합적인 시각을 갖게 해준다는 점이다. 15C 이탈리아와 시대와 문화가 전혀 다른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보자. 놀랄만큼 유사한 사례들이 많다. 이것은 역사가 반복되어서가 아니다. 인간이란 결국 시공간을 초월해도 생각과 습성, 행동에 큰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사건도 <군주론>을 읽기 전과 후의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어떤 것이 더 본질에 가까울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군주론>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 그리고 서평을 쓰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 마키아벨리가 군주를 위해 집필한 이 책은 결국 국민을 위한 책이었다. 군주의 보위 유지를 위한 처세들은 결국 태평성대를 위한 것이고 민생안정을 위한 것이다. 우리 나라는 군주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한다. 오랜 문화적 정서 때문이지 우리 잘못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라도 많은 사람들이 <군주론>을 읽고 공화주의자 또는 민주주의자인 마키아벨리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느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정치인 중 누가 잘하는지, 잘못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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