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를 배경으로한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같은 이야기."행해만사"무슨 문제든지 말만 하면 다 풀어준다.는 깃발을 들고나선 장희.장희는 장보고 무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배포 두둑한 인물이다. 그동안 모아놓은 재물을 다 쓰고난 뒤, 어수룩한 누군가를 속여보려 한다. 그 어수룩한 누군가가 바로 한수생.성실함과 고지식함이 두루 섞인 인물로 정직하게 살았으나,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게 된 기구한 운명이다. 장희는 한수생을 돕게 되고, 해적들에게 쫓기다가 오히려 해적들 소굴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그 해적 무리라는 것이 백제의 부흥을 꿈꾸는 자들인데...졸지에 해적노릇을 하게 된 장희와 한수생.쉴새 없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기를 맞지만, 장희의 배포와 뛰어난 언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다.신라시대가 배경이지만, 다수의 힘이 보여주는 폭력성,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 허울좋은 겉모습이나 권력에 대한 욕망같이, 현재에도 늘 목도하는 현실이 은근히 비춰져 있다.유명 영화의 오마주로 보이는 장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본 리뷰는 사전서평단으로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
연필은 참 불편한 도구다. 깎아야 하고,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점점 짧아져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그래서 연필을 좋아한다. 깎을 때 나는 나무 향, 사각사각 흑심이 종이에 묻는 소리, 펜이나 샤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들이 있다. 닳아 버린 연필을 다시 깎을 때는 생각을 다듬고 마음을 정리한다. 반듯하고 뾰족하게 깎인 연필심을 종이에 댄 순간의 느낌이 좋다. - P176
빨리 그리지 않아도 되고, 잘 그리지 않아도 된다. 즐겁게, 마음껏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연필을 깎아 보는 것이다. - P30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고 그만둘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잠깐 멈추고, 선책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좀 더 나음 것을 취하려고 한다. - P148
창작은 시작도 마무리도 어렵지만, 중간 단계인 연습과 훈련은 버겁고 고되며 심화와 발전 과정은 예민하고 까탈스럽다. 매 순간 자신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몸에익을 때쯤 이번에는 익숙함을 버려야 하는 고비가 온다. 어느하나 쉬운 단계가 없다. - P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