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강렬한 책이 책을 읽고나면 아무도 그녀를 우습게보지 못할 것이다.어린시절 본인이 당한 범죄를 복수하기 위해 나름 치밀한 계획 (늘 플랜B, 플랜C가 있다.)을 세우고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중간중간 위기도 맞이하지만 당황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그녀는 늘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달려나간다.체구도 크지않지만 똑똑한 두뇌와 치밀한 계획, 과감한 실행력과 흔적도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란 단어까지…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소설은 많이 있겠지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다양한 모습과 성향의 사이코패스로 등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주인공의 복수극이 시작되기도 전에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게다가 서로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너무도 당연하면서도 그 누구도 범인의 가능성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결말까지도 시원했던 소설.올 여름 막바지 더위까지 쓸어버릴만큼 서늘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에 대해 디자인이라는 관점으로 풀어 낸 책.사람이 살아가는 공간, 다루는 도구, 기록과 시각 디자인 등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로워 할 만한 내용들로 가득하다.마치 어린시절 어린이 백과사전을 보는 기분이었다.(굳이 비교하자면 어른이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좋겠다.)요즘처럼 AI에게 딸깍하고 물어보면 줄줄이 내용을 찾아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시대에 백과사전이 왠말이냐고 하겠지만,삶을 관통하는 디자인에 대해 적절한 분량(?)으로 설명되어 있는 책은 흔치 않다. 평소 궁금한 것을 책으로 찾아서 지식의 갈증을 채우는 습관을 가진 독서인에게는 아주 적합한 책이었다.특히 세번째 단락인 ”기록하다“가 재미있었는데, 파피루스에서 양피지를 거쳐 종이에 이르기까지의 도구의 변천뿐 아니라 책이라는 것이 생겨난 과정을 알 수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최근 문구를 주제로한 월간디자인을 샀는데, 그 잡지도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다 :)
공대출신에겐 예술은. 특히 미술은 어려운 분야다.그나마 텍스트는 익숙해서 인쇄물에 머물러 있다.무한한 인내심을 기반으로 나처럼 미술지식이 빈약한 사람이라도 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라도 데리고 가려고 무진 애쓰는 글쓴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미술을 생성하고 수집하고 관람하고 담아두고 설명하는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처음에는 두툼한 두께에 위압감이 느껴지지만, 그 또한 설명을 위한 사진을 위한 공간이다.단순히 미술적 지식 뿐아니라 영화, 역사, 정치, 사회, 인물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동원된다. 시공간을 넘어서는 것은 기본이다. 미술은 작가를 통해 탄생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공유된다. 그 과정에 미술과 접한 모든 사람은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책을 읽을 때도 작가에 대해 알고나면 더 몰입이 되듯이 미술도 작가에 대해 알고 감상하면 더 폭넓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그동안 몰랐던 장소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꼭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즐겨 읽는다고 하기가 부끄러웠다.이 책 덕분에 미술과도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이번 휴가에는 전시회를 꼭 한 번은 관람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본다.
김필산 작가의 첫 장편소설SF를 주종목으로 한다는 말이 무색해 질 정도로 요즘은 SF를 자주 읽지 못했다.오랜만에 규모있는(?) SF를 읽게 되어 즐거웠다.이야기는 로마시대의 한 선지자로부터 시작한다.로마의 미래를 걱정한 장군이 선지자를 찾아온다.선지자는 미래는 모두 결정되어 있다는 말로 화를 돋군다. 최근 양자물리와 연계한 자유의지의 과학적 설명과 맥이 닿는다. (이것도 책에서 읽었다.)선지자는 장군에게 길고 긴 세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란의 역사와 함께 시간을 거슬러 살아가는 예언자의 이야기. 책이된 남자 (작가의 말을 듣고서야 이마를 탁 쳤다.) 그리고,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두 서울 전쟁이 그것이다.책이 된 남자는 예전에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읽었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나서, 다시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읽어보면 안다.)시대의 흐름과 시간의 변화가 많아서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서사를 중심으로 읽으면,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어 재미있었다.
한 가족이 바닷가의 한 도시에서 2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는 동안의 시간을 담고 있다.작가의 말을 읽지 않았다면, 그냥 보통의 잔잔한 가족소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소설을 출판사에 보냈을 때, 편집자가 ‘한단어도 바꾸지 않고’ 출간한다고 했다고 한다. 앞서 출간한 희곡이 전쟁의 참상을 담았고, 그 희곡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성공했다고 한다. 그 뒤에 여러 실패를 통해 나온 책이 이 책이다.어쩌면 그런 대비되는 상황이 이 소설을 돋보이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모른는 채 잊혀질 수도 있었던 책이다른 작가(가즈오 이시구로)를 통해 세상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되는 부분이 맘이 든다. 책 내용은 그저 잔잔하다.강렬한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그들의 휴가를 따라가다보면, 나도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에서 휴가를 보내고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다의 뚜껑>이 생각났다. 대체적으로 그냥 그렇게 흘러가게 놓아두는 소설이 대부분인데, 바다의 뚜껑은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더욱이 생각이 났다. 생각난 김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