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여애반다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421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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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35_[서초구립반포도서관]


저와 고향이 동향인 시인 이성복...


시인들이 사랑하는 시인 이성복


[빛에게] 이성복


빛이 안 왔으면 좋았을 텐데

빛은 왔어

균열이 드러났고

균열 속에서 빛은 괴로워했어

저로 인해 드러난 상처가

싫었던 거지

빛은 썩고 농한 것들만 찾아 다녔어

아무도 빛을 묶어둘 수 없고

아무도 그 몸부림 잠재울 수 없었어

지쳐 허기진 빛은

울다 잠든 것들의 눈에 침을 박고,

고여 있던 눈물을 빨아 먹었어

누구라도 대신해

울고 싶었던 거지,

아무도 그 잠 깨워줄 수 없고

아무도 그 목숨

거두어줄 수 없었으니까

언젠가 그 눈물 마르면

빛은 돌아가겠지,

아무도 죽지 않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 곳,

그런 곳이 있기나 할까

아무도 태어나지 않고

다시는 죽지 않는 곳,

그런 곳에 빛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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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9-13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키미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지키미 2016-09-13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님도 행복한 추석명절 보내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