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35_[서초구립반포도서관]
저와 고향이 동향인 시인 이성복...
시인들이 사랑하는 시인 이성복
[빛에게] 이성복
빛이 안 왔으면 좋았을 텐데
빛은 왔어
균열이 드러났고
균열 속에서 빛은 괴로워했어
저로 인해 드러난 상처가
싫었던 거지
빛은 썩고 농한 것들만 찾아 다녔어
아무도 빛을 묶어둘 수 없고
아무도 그 몸부림 잠재울 수 없었어
지쳐 허기진 빛은
울다 잠든 것들의 눈에 침을 박고,
고여 있던 눈물을 빨아 먹었어
누구라도 대신해
울고 싶었던 거지,
아무도 그 잠 깨워줄 수 없고
아무도 그 목숨
거두어줄 수 없었으니까
언젠가 그 눈물 마르면
빛은 돌아가겠지,
아무도 죽지 않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 곳,
그런 곳이 있기나 할까
아무도 태어나지 않고
다시는 죽지 않는 곳,
그런 곳에 빛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