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을 위한 변명 - 혁명가 정도전,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설계하다
조유식 지음 / 휴머니스트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그러나 죽어 흩어지니 모든 것이 무상하다.

5쪽
정도전만이 혁명을 꿈꾸었고, 그 꿈을 이루었다.

24쪽
삼십 년 긴 세월 온갖 고난 다 겪으면서 쉬지 않고 이룩한 공업
송현 정자에서 한 잔 술 나누는 새 다 허사가 되었구나

68쪽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새 인물들이 역사의 전면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82쪽
신돈이 ‘요승‘으로 전락한 이유는 수구세력과 싸워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신돈의 몰락은 고려 왕조 최후의 중흥의 시도가 실패한 것을 의미하며, 그 후 고려는 더 이상 재기의 여지없이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신돈은 신진사대부들에게 약진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역성혁명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130쪽
˝자신이 어질다 자처하면서 남을 대하면 남이 받아주지 않고, 자신이 지혜롭다 자처하면서 남을 대하면 남이 도와주지 않는다.˝

133쪽
상제가 진실로 하민을 주재하시는데 어찌하여 시작과 끝이 어긋나며, 어찌하여 주고 빼앗는 것이 편파적입니까? 신이 비록 비루하고 어리석으나 의문을 가지는 바입니다.˝

천은 심에게 말한다. 천은 인의와 도덕을 낳지만 그것을 성장시키는 것은 사람의 몫이지 하늘의 몫이 아니다. 사람이 가만히 앉아 있는데 인의도덕이 저절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134쪽
착함과 의로움이 현실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하늘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이다. 인의의 편에 서 있다고 무조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진정성에 부족함이 있고 그 노력에 용의주도함이 없으면 정의의 깃발을 들더라도 백전백패다. 의로운 자가 곤궁하고 선하 자가 화를 입는다면, 그것은 시대를 잘못 만났거나 세상에 정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인간의 지혜와 성심이 부족했을 따름이다.

나를 탓하고 나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며, 그런 뒤에 천명의 때를 기다릴 일이다.

144쪽
마른 가지에 다시 봄이 올 리가 없지

149쪽
˝인을 해치는 자를 흉포하다고 하고, 의를 해치는 자를 잔학하다고 하고, 흉포하고 잔학한 인간을 일개 범부라고 하니, 일개 범부인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소.˝

151쪽
인군의 지위는 존귀한 것이다. 그러나 천하는 지극히 넓고 만민은 지극히 많다. 만일 천하 만민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크게 우려할 만 한 일이 생긴다. 민은 지극히 약한 존재이지만 폭력으로 협박해서는 안 된다. 민은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들이지만 꾀로써 속여서는 안 된다. 민심을 얻으면 민은 군주에게 복종하지만 민심을 얻지 못하면 민은 군주를 버린다. 민이 인군에게 복종하고 인군을 버리는 데는 털끝만큼의 차이밖에 없다. 그러나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사심을 품고서 구차하게 해서도 안 되고 도를 어기어 명예를 구해서도 안 된다. 그 얻는 방법은 역시 인으로써만 해야 한다. 인군은 천지가 만물을 생성시키는 마음씨를 자기의 마음씨로 가지고 차마 함부로 할 수 없는 마음씨로써 정치를 행해야 한다.

157쪽
이성계는 때를 잘 만나 왕위에 올랐지만, 그만한 그릇이 아니었다면 때를 만났다고 해도 역사에 쓰이는 바가 없었을 것이다.

160쪽
크게 보아 역사는 그 시대 사람들 전체의 것이다. 제아무리 출중한 개인도 민심을 거슬러서는 역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역사를 창조해나가는 데서 수많은 개인이 모두 같은 비중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자기 운명에 대한 확신을 가진 인물들에 의해 창조된다.

163쪽
고금을 통틀어도 백 살 넘긴 사람 없네
이해득실을 가지고서 정신을 허비 마소

171쪽
민을 존중하려면 당연히 수령을 존중해야 하며 수령을 존중하려면 천하국가가 존중되는 것이다. 수령을 존중한다 함은 첫째 수령의 자질을 높여 현능한 자를 임명한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수령의 품계를 높이고 중외경내의 원칙을 세워 외직을 거친 사람을 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85쪽
잘 가시오. 잘 가시오.

187쪽
이제 그는 ‘곤궁한 정의‘가 아니라 ‘승리하는 정의‘에 관심을 둘 뿐이었다.

191쪽
공은 그 폐단을 잘 알고 반드시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태조를 극력 도와서 국내의 토지를 전부 몰수하여 국가 소유로 만들어서 인구수에 따라 토지를 분배해서 옛날의 올바른 토지제도를 회복하려 했다.

정도전이 전제개혁을 추구했던 대의명분의 첫째는 가난한 백성을 위해 먹고살 터전을 마련해주자는 것이었고, 둘째는 바닥날 대로 바닥난 국가 재정을 확립하자는 것이었다.

238쪽
즉, 결정적인 순간에는 친구나 사랑하는 가족보다 역사를 선택하는 사람을 그 도구로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사가 영웅으로, 위인으로 후대에 전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이런 사람들이다.

245쪽
정몽주의 죽음과 함께 고려 왕조도 끝이 났다.

255쪽
정도전이 혈혈단신으로 함주 막사의 이성계를 찾아가 역성혁명을 논의한 것이 1383년 가을이니 그로부터 9년 만에 그들의 대망이 실현된 것이다.

역사는 절대다수 민중의 것이지만 때로는 집념 어린 소수의 것이기도 하다.

261쪽
《조선경국전》에서 그는 마치 300년 뒤의 영국 계몽사상가 홉스처럼 권력의 기원을 일종의 계약설로 보면서, 통치자는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걷는 대가로 백성에게 잘 보답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즉, 정도전은 백성들이 서로 모여 살게 되면 음식과 의복에 대한 물욕 때문에 밖ㅇ서 공격이 일어나고, 안에서는 남녀에 관한 정욕 때문에 서로 다투고 죽이는 일이 생기므로 인간 사회에는 이러한 다툼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정치적 권위자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263쪽
철인정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이상적인 정치 방법론으로 인정되어왔다.

269쪽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정치가들 사이의 맹세만큼 헛된 것도 없다.

275쪽
이성계는 비록 권력을 얻었지만 그 권력이 뿌린 반목과 증오의 씨앗으로 집안이 풍비박산되고 말았다.

284쪽
역사 진보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것은 정통성 있는 세력, 의로운 세력, 혁신 세력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305쪽
사람의 성품은 다 착한 것이며,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마음은 사람마다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이 되는 것이 어찌 인간의 본성이겠는가.

324쪽
그 때문에 정도전은 외면적으로는 사대를 표방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자주를 추구하며, 실력을 갖추기 위해 국방과 재정을 튼튼히 하고 문화적 주체성을 강화하는, ‘일면 사대, 일면 자주‘의 실리주의 외교 노선을 걸었던 것이다.

337쪽
정도전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패배하는 기본 요인을 사람에게서 찾았다.

356쪽
《태조실록》 곳곳에는 이성계가 인생의 허무함과 부귀영화의 부질없음을 절감하는 대목이 나온다.

373쪽
˝지난날 외이로서 중원으로 들어가 임금이 되었던˝ 예들을 차례로 논했다고 한다.

398쪽
천도는 무친이라, 하늘은 아무도 특별히 사랑하지 않는다. 인의의 사람이라 하여 특별히 도와주는 바도 없고, 불의의 사람이라 하여 앞길을 가로막지도 않는다. 이기고 지는 것은 인간의 책임일 뿐이다.
오히려 역사는 인의의 길을 가려는 자에게 더 냉혹한 경향이 있다. 쇠는 벼릴수록 더욱 단단해지기 때문인가. 역사는 그 한때의 흐트러짐을 용납지 않고 정도전에게 준엄한 책임을 물었다. 역사의 추상같음이 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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