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새로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니라 이전에 써두었던 글을 모아 한데 뭉쳐놨기 때문에 내용의 중복과 주장의 반복이 읽기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그의 삶과 문제의식, 바라보는 세상과 영화에 대한 사랑은 역시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그의 모습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시대의 화두에 대해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개썅마이웨이의 길을 가나 그 와중에 자신의 행복에 집중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단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고 돈을 벌기도 하는 것 같다. 참으로 멋있고 부럽다.

자신의 삶으로부터 시작해 언론과 정치, 선거, 20대, 영화를 두루두루 거쳐가며 우리 모두 버티어 내자고. 도저히 행복이란 상태를 얻어내기도, 얻어냈다고 해도 도통 찰나를 넘어가는 순간을 유지해낼 수 없는 너무나 쉽게 불행해지는 삶에서 우리 모두 버티어 내자는 작가의 말에 용기를 얻기 보단, 위로가 되기 보단 맥이 빠졌다. 나는 버티고 싶지 않았는데. 버티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버티지 않을 수 있을지, 이 세상에 밀리지 않기 위해 버팅기거나 휩쓸려 다니지 않고 단 한 발자국만 더 앞서서 조금만 여유롭게 세상을 관조할 수는 없을지 궁금했는데. 버티란다. 나를 지탱해줄 문장 하나를 가지고 이 삶을 버티어 내잔다. 세상에 앞선 다는 건 너무 과한 바람이겠지.

나를 지켜주고 내가 지킬 문장 한 줄 생각해보아야겠다.

록키, 록키 발보아, 더 헌트, 데미지, 신 시티, 똥파리, 500일의 썸머, 닉슨을 봐야겠다.

밑줄, 생각

8쪽
타인의 순수함과 절박함이 나보다 덜할 것일라 생각하지 말고, 절대악과 절대선이 존재하는 세상을 상정하며 어느 한 편에만 서면 명쾌해질 것이라 착각하지 말되,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긑까지 버팁시다.

72쪽
사람의 조건과 규칙들이 하루를 멀다 하고 불온하게 허물어지는 세계 아래서, 공정한 모든 것은 아름답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 가장 아름답고 충만해졌을 때, 봄은 갑자기 자취를 감춘다. 흡사 절정에서 멎어버린 위대한 음악처럼 순식간에 증발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봄은 언제나 가장 늦은 봄이다.

82쪽
TV 만 보면 테이스트가 없는 사람이 되고, 인터넷만 보면 자기가 해보지 않은 모든 것을 불편하게 여기거나 틀렸다고 말하게 되며, 경험만 많이 쌓으면 주변 세계와 격리된 꼰대가 됩니다.

89쪽
본연의 목적을 상기하자. 걸레질은 기름때 제거다. 청소기는 먼지 제거다. 걸레질은 흡착먼지를 남긴다. 청소기로 먼지를 제거해놓고 그다음에 걸레질을 하는 건 일을 더 키우는 행동이다.

100쪽
기부한다고 하면 손뼉을 치다가 기부가 필요 없는 체제를 만들자고 주장하면 빨갱이라 욕하는 알량함이 우습다.

112쪽
그렇게, 노인은 계절과 계절 사이에 비껴 앉아 볕을 쬐고 있었다. 별거 아니라는 듯 졸고 있었다.

119쪽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기 위해 특정 이념들과 싸워야 한다는 건 지치는 일이다.

124쪽
너랑 나랑 서로 미워해야 할 이유가 뭐니. 눈 안 깔어. 얼씨구. 그러거나 말거나.

127쪽
아마도 엄마는 아이고 아이고 누가 내 새끼를, 안아줄 테다.

아침은 이렇게 아름답구나. 아무 일도 없는 동네 골목길이 너무 평온하고 서운해, 나는 조금 울었다.

135쪽
사실 한국 군대라는 맥락 안에 있으면서 관심사병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근대 이후의 세계를 살아나가기에 지나치게 둔감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36
적응하고 싶다. 섞이고 싶다. 불만을 가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이 세상 아래서 웃는 것이다.

140
당신은 부실한 조직일수록 위계를 신봉해야만 하는 이유를 그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위계로부터의 일방적인 희생과 굴종을 수월히 감수하기 위해서는, 당신 스스로가 위계 안으로 더욱 힘차게 들어가 한 몸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다. 그래야 당신 또한 희생과 굴종을 남에게 강요할 수 있다. 그것이 조직을 알아서 굴러가게 만드는 힘이라고, 당신은 몸으로 깨닫게 된다.

141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정황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맣은 사건사고들이 굳이 미스터리를 자처한다.

142
나는 당신들이 너무나 슬프다.

150쪽
현재 20대 취업자 과반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그들 대부분이 85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의 월급을 받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없다.

155쪽
이 나라에서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70퍼센트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중산층은 40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 이 놀라운 통계의 마술은 한 가지 명징한 진실을 환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157쪽
사람들은 소위 진보적인 상식이나 언어들을 ‘머리고‘ 인식한다. 반대로 보수적인 상식이나 언어들은 ‘가슴으로‘ 인식한다. 따로 학습이나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172쪽
‘현실‘을 존중하는 것과 ‘현실‘에 종속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175쪽
실제 당신이 좌파든 우파든 공산당원이든 사민주의자든 파시스트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차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부채질하고 있는 저 정체불명의 진영논리에 따르면, 내 편이 아니면 전부 좌파다.

도대체 내가 좌파여선 왜 안 되나. 좌파라면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

177쪽
결국 문제는 계급이다. 잘 먹고 잘 사는 집안의 20대가 세대론에 공감하고 그에 관련한 글을 쓰고 활동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녀)는 88만 원 세대의 현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바로 그 괴리감이, 현재 ‘20대 문제‘라는 단어가 포괄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불합리한 현상들을 시급한 사안이 아닌 그저 연민의 유행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연민은 관심을 만든다. 그러나 휘발성이 강하다. 한번 휘발되면 더 이상 연민조차 자아내지 못하는 빤한 약자의 대상으로 타자화된다. 지겨운 관성이 되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179쪽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지요. 부조리의 관성을 세계의 질서라고 이야기하지요. 더불어 그걸 인정하고 대안과 차악을 선택하는 게 더 너르고 성숙한 세계관이라고 포장하지요. 세상이 바뀌지 않는 건 세상을 바꿀 마음도 의지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세계의 지도와 구조를 그려왔기 때문입니다.

180쪽
어떤 식으로든 당신의 선택은 결코 사표가 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진보 왈 보수 왈 정치가 가치관이 아닌 실제 계급 정체성, 즉 주머니사정을 좇아 투표하기를 권합니다.

184쪽
대개의 집단폭력에는 뚜렷한 단 한 명의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1/N의 느슨한 적대감 혹은 방관들이 존재할 뿐이다. 집단폭력은 바로 그 1/N의 폭력이 모여 촉발된다.

185쪽
1/N의 폭력이 무서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186쪽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으로 벌어먹고 살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그런 자들은 회사에서 오너의 사랑으로 벌어먹고 사는 것인가.

187쪽
사유가 아닌 충동적 심판질만을 가능케 하는 언론의 저열함

이들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고 견딜 수 없이 소란스러우며 참을 수 없이 부지런하다.

190쪽
세상은 얼마나 쉽게 이유를 만들고 합리를 씌워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198쪽
그러나 가끔은 비 온 뒤에 굳지 않는 땅도 있는 법이다.

199쪽
아무도 사실을 욕망하지 않았다. 정작 그들이 욕망했던 건 진실이 아니라 이슈였다.

203쪽
대중은 스타를 사랑한다. 그렇다고 당신을 사랑하는 건 아니다. 단지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스타라고 불리는 아이콘이 필요할 뿐이다.

220쪽
영화 <래리 플린트> 속 대사처럼 ˝나 같은 쓰레기 3등 시민의 자유가 보호받을 수 있다면, 여러분 같은 1등, 2등 시민들의 자유 또한 당연히 지켜질 것˝이기 때문이다.

224쪽
언론은 늘 쉽고 빠른 인과관계를 지어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이라도 세상이 그리 명쾌했던 적이 있는가.

228쪽
선정적 사건일수록 선정적이지 않게 다루고, 무분별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도록 정교하게 편집, 배열해야 할 책임이 언론에는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언론인이 아니라 보부상처럼 보인다. 나는 언론인들이 오히려 스스로 언론 엘리트라는 자존심 위에서 글을 쓰고 편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정잡배 같은 자세로 당장의 광고 한 면과 클릭 수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지금과 같은 불신과 오명을 씻을 길이 없다.

234쪽
살아 있는 누군가는 깎아내려짐으로써 상품화된다. 이미 죽은 누군가는 신화화됨으로써 상품화된다. 어제 잭슨을 욕해 배를 채웠던 사람들이 오늘 잭슨을 우러러 다시 배를 채운다.

진심과 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본질에 대한 어떤 규명이나 확인도 없이 괴물은 우상이 되고 우상은 괴물이 된다. 돈이 된다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천박하며 공공연한 진실이다.

236쪽
가십에 휩쓸린 대한민국의 언론은 데스크 대신 실시간 검색순위로 아이템의 경중을 판단하고 나섰고, 매체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

237쪽
스타는 공인이 아니다. 자기 이익을 위해 종사하는 자연인이다.

말의 쓰임이 그렇다고 말의 실체 또한 그런 건 아니다.

241쪽
괘씸하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개인에게 벌을 줄 권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242쪽
그러나 이 자경단은 불공정한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로부터 동력을 얻었으되, 정작 그 힘을 너무 쉽고 편한 개인들에게만 쏟아붓고 있다.

247쪽
그래서 좋은 영화는 볼 때보다 보고 나서가 더 중요하다. 사유가 필요하다.

250쪽
나는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나는 그 극장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내게는 이제 그것이 어느 극장이었는지 물어볼 사람도 남아 있지 않다.

258쪽
˝엄청 오래 걸렸군요. 내 집까지 오는 데 무려 10년이나 걸렸어요. 10년. 왜요. 내 집이 싫어서요? 좁아서요? 냄새가 나요? 그렇죠, 냄새가 나죠! 당신은 전성기를 얘기하는데, 그럼 내 전성기는 어디 있어요? 당신은 그거라도 있지, 난 아무것도 없어! 난 벌써 서른 살이야! 경기를 해봤자 엄청나게 얻어맞겠지, 다리도 팔도 이젠 전처럼 말을 안 들어! 이제 와서 날 도와주겠다고? 여기 들어오고 싶어요? 그럼 들어와요! 냄새가 지독해! 젠장 온 집안이 냄새투성이야! 날 도와줘보라고요!˝

260쪽
˝시합에서 져도, 머리가 터져버려도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아무도 거기까지 가본 적이 없거든.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으면, 그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285쪽
사실관계를 따지기 위한 분쟁은 소모가 아닌 필연이다.

288쪽
한 번 실추된 누군가의 명예는 결코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들은 대개, 정의의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303쪽
<26년>은 본연의 떨어지는 함량을 전두환을 향한 분노와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로부터 수혈받고 있다.

304쪽
기본적인 만듦새를 성취해야 비평이 가능하다.

310쪽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다름 아닌 가능성이다.

336쪽
한 사람의 인생을 제대로 조명한다면 이야기는 뒤죽박죽이 되고 캐릭터는 일관되지 않으며 흐름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이 인생이다.

338쪽
˝사람들은 당신에게서 이상향을 보는데, 내게서는 그들 자신을 보는군요.˝

347쪽
향후 억울한 일이 생기면 법원을 찾을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건가. 영화의 충격효과로 당장 바뀔 수 있는 나라의 법체계란 얼마나 보잘것없고 애초 부패한 것인가.

348쪽
당장 우리는 장애인과, 약자와 어울려 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더 나은 환경에 격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350쪽
만약 <레 미제라블>로부터 대선 패배를 설명하는 유의미한 해석을 끄집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상대를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수사적인 품성론에 집중한 전략이 중간층의 피로를 야기했다는 점일 것이다.

: ˝착함과 의로움이 현실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하늘의 책임(혹은 백성, 국민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이다. 인의의 편에 서 있다고 무조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진정성에 부족함이 있고 그 노력에 용의주도함이 없으면 정의의 깃발을 들더라도 백전백패다. 의로운 자가 곤궁하고 선한 자가 화를 입는다면, 그것은 시대를 잘못 만났거나 세상에 정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인간의 지혜와 성심이 부족했을 따름이다.˝ 정도전을 위한 변명
보수와 진보를 선함과 악함으로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느 진영의 명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될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패배한다면 그건 그 정당의 진의를 몰라주는 어리석은 투표권자들의 탓이 아니라 승리하지 못하고 있는 정당과 정치인, 그들의 탓이다. 패배에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못 해서 그런거다.

353쪽
연애가 끝나면 세상이 허물어진다. 그 혹은 그녀라는 이름의 세계가 파괴된다.

: 내 삶이 무너져내린다. 우리로 존재했던 내가 더 이상 우리가 아니게 되면서 ‘나‘의 존재가 ‘나의‘의 정체성이 사라져버린다.

354쪽
<500일의 썸머>는, 흡사 감기가 걸렸을 때 감기약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이제 막 연애를 끝낸 모든 이들이 봐야 하는 영화다.

357쪽
세상에 운명 따윈 없다. 약속된 땅도 계획도 다음 생 같은 것도 기대하지 마라. 덜 낭만적으로 들리겠지만 정신 차리고 제대로 살기 위해, 결코 도래하지 않을 행복을 빌미로 오늘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의 정체를 규명해야만 한다. 그것이 연애든, 고용이든, 혈연이든 마찬가지다. 너와 나의 관계가 주는 만족감의 뿌리가 정말 이 관계로부터 오고 있는 것일까. 혹시 단지 세상으로부터 정의 내려진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던 것뿐일까. 역할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정말 관계를 할 것인가. 역할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정말 관계를 할 것인가. 그 쉽지 않은 답을 찾는 것으로 우리는 정말 나아질 수 있다. 끝이 어떠하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361쪽
˝상처받은 사람들을 조심하세요. 그들은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요.˝ 이건 명백한 경고였다. 그러나 스티븐은 이를 간과했다. 스티븐은(또한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아들 역시) 상처받은 자, 안나가 가지고 있는 특별하고 몽환적인 공기에 매료됐었다. 그녀의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그(들)은 사랑했다.

˝모두에게 일생 단 한 번의 소중한 사람이 있죠. 그게 나에겐 아들이었고 당신에겐 안나였어요. 그런데 과연 아난에게는 그게 누구였을까요?˝

362쪽
그러나 다른 선택지란 존재하지 않았고, 그는 몸을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 문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답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365쪽
스탤론은 억울했다. 천덕꾸러기로 손가락질당하며 서른 살이 되도록 뚜렷한 직업도 없이 바닥에 웅크려 있었지만, 스스로는 그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걸 믿고 있었다. 당신들의 생각만큼 쓰레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증명하려 했다. 그래서 <록키>의 시나리오를 썼다.

367쪽
그(록키 발보아)는 20대 내내 단 한 번도 찾아와주지 않았던 그 ‘기회‘라는 것에 대해, 록키의 입을 빌려 분노하고 있다.

368쪽
인생의 좌표라는, 그 단어부터 너무나 거대해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세상의 말에 더이상 무심할 수 없는 나이에 닿아가면서, 결국 버티어내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하되 가장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기는 것도, 좀 더 많이 거머쥐는 것도 아닌 세상사에 맞서 자신을 지키고 버티어내는 것. 록키 발보아가 그랬듯이 말이다. 언제나 록키 발보아 이야기로 끝을 맺고 싶었다. 마지막이다. 모두들, 부디 끝까지 버티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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