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타이완을 만났다 - 삶이 깊어지는 이지상의 인문여행기
이지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고 타이완에 가고 싶어진 것은 아니다.
타이완에 가고 싶어져서 이 책을 읽었다.

이지상 작가에게 타이완은 추억이고 첫사랑이었지만
나에게 타이완은 이름만 들어본 낯선 사람이어서
작가가 추억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읽고 있자니 소외받는 느낌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상처를 안고 타이완에 갔던 작가는
첫 여행의 추억을 따라 타이완을 다니며 다시 삶의 생기를 찾았다길래
나도 그러고 싶었다.

취업의 실패를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상실감에 비유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에서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해가는 것도 꽤나 힘들다.

요즘엔 낙오자, 실패자, 열등감, 무기력감, 회의주의, 귀차니즘, 잉여로움 등 인생을 좀먹는 감정에 휩싸여 아무것도 안 하고 책이나 찔끔찔끔 읽고 영화와 TV 프로그램이나 하루 종일 보고 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뭔가 활력이 될만한 것을 찾았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무 의욕이 없던지라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하는 여행은 하고 싶지 않았고 멀리 가고 싶지도 않았다. 돈도 없고. 그래서 대만을 가보기로 했다. 일본은 말이 안 통했고 중국은 비자를 받아야 했다. 또 서울비자신청센터에 가서 서류 작성하고 비자 받고 하기가 귀찮아 비자도 필요 없고 중국어도 통하는 대만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특별한 에피소드나 열정 넘치는 여행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추억을 되새기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여행이기에 책 자체가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타이완과 여행, 세상을 살아가는 것 등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생각이 많이 기록되어 있었고 인문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맞기 위해 중간중간 타이완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곤 한다.

사실 인문여행이라는 말 자체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세상을 보고 음식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하고 새로움을 대하는데 여행이 어찌 인문적이지 않을 수가 있는가. 가끔은 작가의 시선이 인문의 강박에 휩싸여 무리하게 의미를 찾아 나서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컨셉이 인문여행인 걸 다시 생각해보면 일관성 있고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래도, 인생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사물에서 무리하게 삶의 의미를 추출해 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을 때도 있다.

오래된 여행자의 여행을 들여다보는 건 새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고 오래된 여행자의 생각은 새로운 여행자의 시선을 넓혀줄 수 있으니, 이 책이 나의 대만 여행을 더 깊고 넓고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사실 책 자체는그냥 평이하게 읽었다)

˝삶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분들, 낯선 땅을 헤쳐 가는 여행이 두렵거나 귀찮아진 분들이라면 타이완에 한 번 가보세요. 거창한 것 기대하지 말고 이웃집 마실 가듯 가보세요.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다 보면 문득 ‘이게 행복이구나.‘ 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단, 겸손하고 느긋한 여행자가 되어.˝

나도 타이완을 다녀와서 다시 잘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