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3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서, 우연 속에 살아가는 인생 속에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자살 밖엔 없다, 고 생각된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그래도 제대로 살아가야지라거나,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있긴 할까.

밑줄, 생각

47쪽
한없이 지루해지고 싶은 세연은 북극점으로 가고 싶은데 이마저 어려운 일이다. 북극점은 항상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의 삶이 지루해 벗어나고 싶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삶은 항상 다다를 수 없고 계속 벗어나기만 할 뿐이라는 건가.

57쪽
˝북극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죠? 난 북극에 다녀온 사람을 알아요. 그 여자는 젊은 시절에 남편과 함께 북극해를 경유하는 유람선을 탔었는데 그만 배가 좌초하면서 남편이 바다로 떨어졌죠. 남편을 잃은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다가 육십 대에 다시 북극해로 향하는 유람선을 탔답니다. 남편과의 추억을 회상하려고 했던 거겠죠. 그녀는 갑판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다가 멀리서 떠내려오는 유빙을 보았죠. 그 유빙 위에는 그녀의 남편이 있었죠. 가까이 다가온 유빙을 보고 그녀는 바다로 뛰어들었답니다.˝
˝왜요?˝
˝남편은 이십 대의 모습 그대로 얼어 있었거든요. 자신은 할머니가 되어 있고.˝

: 뱀파이어, 드라큘라의 사랑은 어떠할까. 이 상황과는 반대로 자신이 늙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의 나이 들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64쪽
그들은 기억의 불멸을 꾀하느라 생생한 현재를 희생한다. 처량하지만 인간의 숙명이다.

74쪽
하지만 그건 멍청한 질문이야. 자신이 사는 곳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101쪽
생물이 화려한 색을 가지고 있을 때는 크게 두 가지 경우야. 누군가를 유혹해야 하거나 아니면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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