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맨부커상 이전의 채식주의자와 이후의 채식주의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한 작가가 자의적으로 배열한 단어의 집합인 소설에 우위를 무슨 식으로 세울 수 있을까. 다가오는 것들이라는 영화를 보면 책에 대한 외부 편견을 없애고 책 자체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를 가리는 시도를 한다. 그래야 하지 않나 싶다. 예술은. 주인공을 가려놔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의 나열만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소설이 상징으로 가득해서 그런 건지 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즉,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다는 소리.

남성이 여성에 대해, 여성이 남성에 대해 정확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한강과 같이 감수성이 풍부해 보이는 사람이 그냥 일반적인 남자가 살아가는 모습, 생각하는 바, 느끼는 바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정도의 감수성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한심할 정도로 아무 생각 않고 단조로운 느낌만을 가지고 살아갈 텐데.

소설의 배경은 현실적이나 인물들이 비현실적인 것과, 배경은 비현실적이나 인물들은 현실적일 때, 무엇이 판타지 소설인가.

소설은 숨은 그림 찾기인가? 그림을 더 잘 꽁꽁 숨겨놓을수록 좋은 소설인가..?

채식주의자 부분을 다 읽고, 아내의 기괴한 행동이 주는 분위기를 전달받았으나.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세상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름에 가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인가? 64쪽 아래에서 ˝....그러면 안돼?˝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러면 안 되는 세상은 없지 않냐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 채식주의자가 사실 이제는 유난히 다름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 거 같고. 그러면 동물보호 운동과 같은 것인가. 육식에 대한 거부? 그것도 아닌데.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 쉬게 할 수 없어.
한강 작가가 노래도 만들고 부른다고 알고 있다. 이 부분은 꼭 노래 가사 같다.

영혜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끝을 위한 죽음이 아니라 시작을 위한 죽음 같았는데. 죽기 위해 죽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죽으려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그렇게 죽어 나무가 되어 무엇을 하려 했을까. 아버지의 폭력에 제 삶으로 저항했던 것일까.

브래지어가 여성에게 얼마만큼의 폭력성을 가하고 있을까.

폭력의 반대에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자연‘이 과연 평화, 비폭력과 같은 상징과 어울릴까? 문명화되고 도시화된 삶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피크닉으로 다녀오는 자연이야 그렇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사실 인간이 문명화되기 전 수십억 년 동안 자연만큼 두렵고 폭력적인 존재는 없었을 것이다. 자연을 평화에 대입시키는 것은 도시에 사는 인간들의 착각일 수 있다.

육식의 폭력성과 채식의 폭력성은 뭐가 그리 다른가. 그럼 이 세상에 육식동물로 태어난 존재는 사할 수 없는 원죄를 가지고 태어나 평생 육식이란 저주에 빠진 거고 초식동물로 태어난 존재는 하나님의 은총에 따라 초식(채식)이라는 영원한 축복을 받고 태어난 건가.

어차피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 우리는 글을 쓰기 이전 선사시대에도 이미 고기를 먹고 있었다. 갑자기 문명화된 인간들이 폭력성을 발휘해 고기를 먹기 시작한 게 아니라. 폭력과 비폭력, 육식과 채식의 대조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밑줄, 생각

64쪽
나는 저 여자를 모른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책임의 관성으로, 차마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 한 사람이 정신과 신체로 이루어졌고 다른 한 사람이 그 신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진 존재를 사랑한다면, 한 사람을 이루는 절반인 정신이 달라지면 그 사람을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해야 할까? 사랑한다고 해야 할까? 그 사람의 절반은 이미 달라졌는데? 신체도 달라졌고. 사랑은 언제부터 관성이 될까.

111쪽
마치 정상적인 여자 같았다. 아니, 실제로 정상적인 여자야. 그는 생각했다. 미친 건 내 쪽이지.
: 한강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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