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한정판 더블 커버 에디션)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알랭 드 보통은 어떻게 이리 사람과 사랑, 상황과 감정들에 이리도 공감을 일으키는 이해를 하고 있을 수 있을까. 개인의 개별적인 견해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다는 것을 어찌 구분해낼 수 있을까. 프랑스인의 사랑과 결혼, 관계에 대한민국에 사는 나는 어떻게 이리 공감할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랑이 발현되는 모습은 동서고금이 같이하나 보다. 반짝이는 사랑의 순간이 지난 뒤에도 그 사랑의 이야기를 꾸준히 써가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18쪽
보통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22쪽
그 순간 냉소주의자는 단지 특별히 높은 기준을 가진 이상주의자일 뿐이란 금언이 떠오른다.
: 그렇다 냉소주의자는 상처 받은 이상주의자이다!

24쪽
그는 행여 실언을 하지 않을까 겁이 나 얘깃거리를 찾지 못하지만, 침묵은 우둔하다는 증거로 여겨진다는 걸 알기에 머뭇거림을 계속 방치할 순 없다.

애타게 원하지 않는 사람을 유혹할 땐 그리 불안해하지 않기 마련이니까.

27쪽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심산할 만큼 감동적인 최초의 순간들에 잠식당하고 기만당해왔다. 우리는 러브스토리들에 너무 이른 결말을 허용해왔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

28쪽
그러나 당연히, 그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레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30쪽
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면 나와 그녀의 합인 ‘우리‘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완벽해지는 느낌을 받나 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그녀가 채워주고 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은 그녀가 사랑해줘서. 그런데 왜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던 그녀/그의 특징이 시간이 지나면 단점으로 바뀌어버릴까. 내가 완벽해진 건 아닐텐데. 시간이 지나 그/그녀와 내가 닮아가서 더이상 서로 단점을 채워주지 못하고 똑같은 특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병렬해있기 때문일까.

31쪽
그는 자신의 세계들로 그녀의 허기를 채운다.

연인이 위기에 빠져 낙담하거나 어찌할 줄 모르고 우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그들이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격원할 만큼 천하무적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하게 된다.

45쪽
그들이 마친 행위를 ‘사랑을 나누다‘라고 칭하는 데 수줍어할 일만도 아니다. 그들은 단지 섹스를 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인정, 애정, 감사, 내맡김-을 물리적 행위로 옮긴 것이니.

53쪽
낭만적 결합은 당사자들의 배타적 특권으로, 별로 오래되지 않는 날에 당사자 중 하나인 그녀를 매일 밤 목욕을 시켜주었거나 주말에 유모차를 태우고 버흐트 공원에 나가 함께 비둘기에게 모이를 던져줬던 사람마저도 배제하는 것이다.

56쪽
결혼에 대한 그의 확신을 떠받치는 진지한 생각은 사실상 전무하다.

60쪽
혼자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61쪽
그는 자신이 함께하기에 어렵지 않은 사람이라 믿기 때문에 자신 있고 확실하게 청혼하지만, 이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정황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교묘한 결과다. 독신 생활에는 정상성에 대한 잘못된 자아상을 지어내는 습성이 있다.

65쪽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73쪽
˝계속 반대하면 정신 나간 거 같겠지만, 난 진심으로 저건 형편없는 선택이 될 거라고 봐.˝

76쪽
˝이걸 어떻게 평생 견디고 살지?˝

‘난 미친 여자와 결혼했어.‘ 택시가 교외의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는 동안 라비는 두려움과 자기 연민에 빠져 이렇게 생각한다.

77쪽
가난이나 종족 말살을 겪어보지 않는 두 사람이 그런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는 것을 그(아프가니스탄 택시 기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바다흐샨의 부상당한 아이에게 피를 나눠주거나 칸다하르의 어느 가족에게 물을 날라다 주는 것이 아내에게 몸을 기울이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울 듯 하다.

80쪽
그들 삶의 분위기는 끊임없이 회전한다.

82쪽
우주가 얼마나 얿은지를 생각하면 너무 오랫동안 분노를 안고 가기가 어렵다.

96쪽
자유사상가(libertin)의 견지에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그에게 성적으로 변함없이 충실해야 한다는 것 사이에 본질상으로나 논리상의 어떤 연결도 없다.
그 지지자들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과만 영원히 섹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서로 헌신을 약속한 사람들만이 함께 탁구를 치거나 조깅을 할 수 있다는 주장만큼이나 부조리하다고 결론짓는다.

106쪽
우리가 파트너로부터 두렵거나 충격적이거나 구역질 나는 말을 거의 듣지 않을 때가 바로 걱정을 시작해야 할 순간이다.

116쪽
용서해줘. 난 가끔 제정신이 아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함께 살기에 가끔 꽤 힘든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특이한 신호를 주고받는 것뿐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117쪽
˝나중에 성모의 사랑스러운 아기에게 일어난 일은 정말 끔찍해. 어느 누가 그런 일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녀가 생각에 잠겨 이렇게 묻는다. 그가 보기에 그녀에겐 아무리 기초적인 대상도 자기만의 눈으로 신선하게 보는 귀여운 면이 있다.

134쪽
자존감이 꺾이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아가 신랄한 모욕을 감당한 결과로 더 이성적이 되거나 자신의 성격을 더 깊이 통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136쪽
어느 한쪽이 교육자 같은 어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자마자 상대방은 공격을 받고 있다고 추측하고, 그 결과 가르침에 귀를 틀어막고 제안에 빈정대기와 공격으로 응수해서 결국 허약한 ‘교육자‘의 마음에 짜증과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140쪽
경이로운 부동산 거래와 지위에 대한 근심이 동일한 자질에서 나온다. 가끔 친구들의 상대적인 부를 바라보며 걱정할 때 커스틴은 그녀의 장점에 내재한 약점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라는 걸 이제 라비도 알게 된다.

146쪽
출산 다음 날 아침, 간호사들은 배앓이에 관한 안내장과 예방주사에 관한 안내장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지침이나 조언 없이 새 가족을 퇴원시킨다. 아기보다는 일반 가전제품이 더 상세한 취급 설명서와 함께 온다.

147쪽
자율과 독립성을 늘 지나치게 강조하고 싶어 하는 와중에 이 무기력한 피조물은 아무도 결국은 ‘자력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큰 빚을 지고 있따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160쪽
윌리엄의 유년기는 비웃음 같은 것이 없으면 인류가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실 같다.

163쪽
언젠가 진짜 용들이 나타나면 엄마 아빠는 그놈들을 처치할 수가 없다.

172쪽
평범함은 통계상 정상임에도 결코 초기의 목표가 되지 못한다.

177쪽
자연은 아이들이 집에서 달아날 정도로 성장한 나이가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선조들의 온갖 결점에 예민해지게 만드니, 이 점에 관해서는 아이들에게 친절한 셈이다.

181쪽
모든 막간에는 상대가 여전히 나를 원하는가라는 의문을 매번 새롭게 되살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184쪽
성적 흥분은 고립과 단절이 만연한 세계에서 그 손목, 허벅지, 귓볼과 목덜미가 마침내 우리 눈앞에 당도했따는 데 대한 거의 불신에 가까운 경탄의 표현이다.

185쪽
다른 사람이 옷을 벗겨주는 것이 특별한 기쁨으로 느껴지려면 먼저 어느 정도는 자발성이 필요하다.

187쪽
자위의 판타지에서 무작위로 만난 낯선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낮은 순위의 모티프가 된다는 것은 낭만주의 이념에서는 논리를 획득할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친밀함이 만든 무거운 짐들을 바로잡고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랑과 섹스의 냉정한 분리, 바로 그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이용하면 분노, 감정적 취약성, 상대방의 욕구를 신경 써야 할 의무를 우회할 수 있다. 우리는 비난이나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원하는 선까지 특이하고 이기적으로 굴 수 있다. 모든 감정이 완벽하게 차단되어, 이해되기를 바라는 일말의 소망도 없고 따라서 잘못 이해될 위헙도 없으며 그 결과 괴로워하거나 실망하게 될 위험도 전무하게 된다. 마침내 삶의 소모적이고 거치적거리는 나머지 부분을 침대로 가져갈 필요 없이 욕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89쪽
판타지는 대개 다수의 모순된 소망으로부터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다. 판타지가 존재하는 덕분에 하나의 현실을 파괴하지 않고 다른 현실에 거주할 수 있다. 판타지는 완전히 무책임하고 무섭도록 기이한 우리의 충동으로부터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을 모면시킨다.

194쪽
현대사회는 부부가 모든 면에서 평등학기를 기대한다지만, 실제로는 고통의 평등을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쪽
그는 클럽샌드위치를 먹음면서 뉴스 채널을 본다.카메라 렌즈가 보여주는 일련의 비들은 여지없ㅇ이 똑같고 마음을 끌지 못한다.

201쪽
그의 현재 환경에서는 그녀가 가진 아름다움일랑 맞딱뜨려서 좋을 게 없다.

203쪽
그의 손이 왼쪽으로 10센티미터만 이동하면 너무나도 쉽게 그의 삶을 산산조각 낼리라.

205쪽
삶의 제약들이 결연함과 무덤덤함을요구할 때 황홀에도취하는 건 전혀 도움이 안된다.

231쪽
현명하다는 것은 도저히 현명해질 수 없는 순간들을 아는 것이다.

236쪽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237쪽
그가 이 일이 더 발전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일면 그녀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불행하게 할지 알 정도로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그 자신과 사랑의 여정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어떤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신속히 그길을 빠져나오는 것임을 그는 안다.

238쪽
아무것도 희생되지 않는 깔끔한 해결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모험과 안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걸 그는 알았다. 사랑이 넘치는 결혼 생활과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성욕을 죽이고, 외도는 결혼 생활을 죽인다. 두 패러다임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자유사상가인 동시에 결혼한 낭만주의자가 될순 없다. 그는 어느 쪽의 손실도 가볍게 보지 않는다. 로런에게 작별을 고한다면 결혼 생활은 지키겠지만 그 자신의 애정과 원기의 중요한 원천을 포기하게 된다. 바람둥이도 성실한 배우자도 일을 바로잡는 게 아니다. 이 문제엔 방도가 없다.

239쪽
우울은 처음부터 이 각본에는 실망이 적혀 있었다는 확신과 마주할 때 유발되는 일종의 지적 슬픔이다.

˝우리는 앞으로 몇 년 후에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이 행위가 우리 인생에서 최악의 결정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공황에 빠지지 않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도 약속합니다. 모든 인간은 언제나 구제불능, 우리는 정신이 나간 종입니다.˝

240쪽
˝우리는 서로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누구와도 잠자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인생의 비극에 속한다고 확신합니다.˝

241쪽
스스로 비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정직함‘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가 되는 정보까지 털어놓는 사람은 절대 사랑의 편이 아니다.

267쪽
인류 역사에서 천재의 몇몇 작품이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범인들이 매일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273쪽
냉소는 너무 쉽고, 그래서 얻는 것이 없다.

278쪽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279쪽
정착을 하기 전에 몇 명의 애인을 사귀어보는 것도 이 깨달음을 깊이 새기는데 도움이 된다. ‘제 짝‘을 만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은 없으며, 가까이서 보면 사실은 모든 사람이 조금씩 잘못되었다는 진실을 직접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서 발견할 기회룰 높여주기 때문이다.

280쪽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되기를 단념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도 다른 누군가를 정확히 이해하고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다.

283쪽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284쪽
잘못은 삶이 아니라 예술에 있다.

292쪽
완벽한 행복은 아마 한 번에 5분이 채 넘지 않을, 작고 덤진덕인 단위들로만 찾아온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이 순간은 두 손으로 붙잡아 소중히 간직해야 할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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