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 허허허허!
18쪽
˝사람이 죽는다는 것른은 당연한 일이지만 부자가 되거나 벼슬을 할거라는 건 거짓말일 수도 있지. 그런데 거짓말은 좋은 보답을 얻었고, 진실은 죽도록 얻어맞은 셈이지. 너는....?˝

˝선생님, 저는 거짓말도 하기 싫고, 얻어맞기도 싫어요.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하지요?˝

˝그래, 그럼 이렇게 하려므나, 우와-! 이 아이는 정말! 이걸 보세요! 얼마나...어이구! 하하! 허허허 헛, 허허허허!˝

개의 반박
19쪽
나는 아직도 은과 동을 가릴 줄 모릅니다. 삼베와 비단도 가릴 줄 모르구요. 거기다가 관리와 백성, 주인과 머슴을 구별할 줄도 모릅니다. 또.....

:개만도 못하구나

어진 사람과 어리석은 자, 그리고 노비

우리가 노비와 무엇이 다른가. 왜 담장의 벽을 허물진 못하고 징징대거나 도망다니기만 하는가.

25쪽
도덕- 여자의 어깨 노출을 불허하는 것.
:우리가 규정하고 생각하는 바람직한 것이란 게 얼마나 유치하고 누군가에게만 폭력적인가

31쪽
폭군의 신민들은 폭적이 타인의 머리 위애 떨어지기만을 바라고, 그것을 보고 기뻐하며, 남의 참혹함을 자신의 오락으로 삼고, 남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삼으면서 위안한다.

: 타인의 불행을 보고 내 삶의 비참함을 위안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을 수 있는가.

44쪽
우승자를 존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뒤떨어졌으되 기어이 결승점까지 달려가는 주자와 그런 주자를 진지하게 보는 관객, 그들이야말로 중국 미래의 대들보이리라.

45쪽
그런데 사실, 많은 인부들이 이 장성 때문에 고역에 시달리다 죽기만 했지, 장성 덕분에 오랑캐를 물리쳐 본 적은 없다.

62쪽
우리는 많은 죄인들을 <누군가에게 밉게 보인 사람들>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 아직도, 지금도

전사와 파리
63쪽
전사가 죽었을 때, 파리들이 맨 먼저 발견하는 것은 그의 결점과 상처이다. 그들은 그것을 빨며, 웽웽거리며 날아다니고, 자신들이 죽은 전사보다 더 영웅인 체 득의만만해 한다. 전사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파리를 쫓지 못한다. 그리하여 파리들은 더욱 웽웽거리고, 그 웽웽거림을 영원불멸의 소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완전함은 전사를 훨씬 초월하기 때문이다. 분명, 아직 누구도 파리의 결점과 상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점이 있더라도 전사는 전사이며, 아무리 완전하더라도 파리는 어디까지나 파리다.
가거라, 파리 떼들아! 아무리 날개가 있어도, 아무리 웽웽거려도 너희들은 결코 전사를 초월할 수 없나니, 가거가, 이 벌레들아!

65쪽
생명의 길, 진보의 길
길이란 무엇이던가?없던 곳을 밟고 지나감으로써 생기는 것이 바로 길 아니던가, 가시덤불을 개척함이 아니던가.
길은 옛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
생명은 진보적이고 낙천적이다. 그러기에 인류는 결코 쓸쓸하지 않을진저.

: 한때는 인류가 진보해왔다는 것에, 진보하고 있음에(순간적으로는 퇴보하는 듯 보인다 하더라도), 진보할 것임에 의심한 적이 없었다. 노예제는 폐지되었고 (법적으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해졌으며 황제가 사라지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총리가(몇몇 국가는 아직 황제가, 혹은 황제와 같이 군림하는 대통령이 있긴 하지만) 길어야 8, 10년이 넘지 않는 시간만을 통치하고 물러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로봇을 만들어 노동을 대체하고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들어내고 무인자동차, 드론택시의 세상을 앞에 두고 어찌 인류가 진보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잘 모르겠다. 과연 그러한 모든 것들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진보라는 것이 행복의 총량을 합만 수의 증가는 아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진보가 무슨 의미가 있나, 과연 인류의 행복의 총합은 증가해왔고 증가하고 있고 증가할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나는 모르겠다.

67쪽
여성과 국난
여성들은 참으로 가엽은 존재이다. 사회제도가 여성들을 이런저런 것들의 노예로 만들었고, 게다가 갖가지 죄명을 씌우려 하고 있다. 한 나라 말엽에 당시 여인들의 눈썹이 가느다랗고 끝이 처진 것을 가리켜 이는 망국의 조짐이라고 했었다. 기실, 한 나라가 망한 것이 어찌 여자의 책임이랴! 여인의 몸치장을 가지고 탄식을 하며 불만을 느꼈던 것 하나만 봐도 그 당시 통치계급이 얼마나 신통치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 나라를 망치는 것은 여자의 탓이 아니라 지도자의 탓이다. 즉, 나라를 망치는 것은 다른 어느 한 집단의 책임이 아니라 그 나라 전체와 그 나라를 이끌고 있는, 이끌었던 지도자의 탓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도자가 책임을 져야지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사치와 음탕은 사회 붕괴와 부패 현상 중의 하나일 뿐, 결코 근본 원인은 아니다. 사유 재산제 사회에서는 본래 여자를 사유재산으로 여기고, 상품으로 여긴다.

72쪽
많은 여성들이 그(입센)을 파티에 초청했답니다. 그 자리에서 한 대표자가 일어나, 그가 <인형의 집>을 써서 여성들의 각성과 해방에 대한 새로운 계시를 주었다고 사의를 표시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그 작품을 쓴 것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저 극을 썼을 뿐입니다.˝

73쪽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갈 길이 없는 것입니다.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은 그래도 행복합니다. 아직 갈 길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라면, 가장 긴요한 것은 그를 꿈에서 깨우지 않는 것입니다.

74쪽
무릇 밥은 돈을 주어야 사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돈소리 하는 것을 비천하다는 인간들은, ------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온종일 그를 굶긴 뒤에 다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75쪽
자유는 물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만, 자유가 돈에 팔릴 수는 있습니다.
: 우리는 모두 그렇게 나의 자유를 팔아 월급을 받아 살아가지 않는가. 노예만이 자유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76쪽
사람들은 망각이라는 것이 있기에 자기가 겪은 고통에서 점차 해탈할 수 있기도 하지만, 망각이라는 것 때문에 왕왕 앞사람들이 범한 오류를 다시 범하게 됩니다.

78쪽
우리는 남에게 희생하라고 권유할 권리도 없거니와, 남이 스스로 희생하는 것을 막을 권리도 없습니다.
: 우리한테 중동 가라고 하지 마라. 어떻게 살진 알아서 한다.

79쪽
세상을 한 때, 그리고 짧게 놀라게 하는 희생보다는 끈기있는, 묵묵한 투쟁이 더 나을 것입니다.
: 세상을 한 때, 짧게 놀라게 하는 희생만큼이나 묵묵한 투쟁을 하는 것, 그 얼마나 힘들까. 잠깐 잠깐 뉴스에 나올 수도 있겠지만 상당하 시간 동안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것이고 승리의 순간은 보이지도 않을테데.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서 고통만 가득한 묵묵한 투쟁. 사실 역사 책에 쓰여진 순간의 영웅들 만큼이나 그들 역시 세상을 진보시키는 데 일조한 보이지 않는 영웅들일 것이다.

82쪽
붓과 혀를 동원하여, 이민족의 노예로 전락하였을 때의 고통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물론 옳은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주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사람들이 그런 괴로움을 듣고 읽으며 결코 이런 결론을 내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래, 그래도 우리처럼 자기나라 사람의 노예가 되는 편이 훨씬 나아.˝
: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는다고, 우리나라가 북한에 먹히지 않았다고, 우리나라가 미국의 52번째 주가 되지 않았다고, 우리가 우리의 대통령을 우리의 손으로 뽑는다고 해서 노예가 아닌 것은 아니다. 노예라는 것은 아니지만, 노예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도 아니다.

84쪽
글로 나타내는 독은 단지 소독(小毒)일 뿐, 최고의 경멸은 무언이다. 그것도 눈하나 까딱하지 않는 채로의 무언.

85쪽
너희들과 나는 피의 맛을 본 짐승처럼 사랑을 맛보았다.

: 사랑을, 행복을 맛보는 것은 행복한 만큼 위험하며 불행하다.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도 사랑하고 싶고 행복하고 싶으니, 인간이란 참으로 불행하기 쉽게 만들어졌다. 아주 아주 부단히 노력해야 겨우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86쪽
죽고 넘어진 어미를 먹어치우면서 힘을 기르는 사자 새끼처럼 힘차고 용감하게, 나를 떨쳐버리고 인생의 길로 나아가거라. 내 일생이 아무리 실패작이더라도, 내가 아무리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의 발자취에서 불순한 어떤 것을 너희들이 발견할만한 짓은 하지 않겠다. 꼭 그렇게 하겠다. 너희들은 내가 죽어 넘어진 곳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가를 너희들은 나의 발자취에서 어렴풋이나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아. 불행하지만 동시에 행복한 너희 아버지와 어머니의 축복을 가슴에 간직하고 인생의 여정에 오르거라. 앞길은 멀다. 그리고 어둡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거라.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앞에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가거라, 용감하게, 아이들아!

87쪽
북경에서는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수레바퀴나 말 다리 사이를 빠져나가는 놀이를 한다. 언제 치일지 아슬아슬해 보고 있자면 가슴이 절로 서늘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장래 어떻게 될는지를 생각하면 더욱 걱정이 된다.

89쪽
청 나라 말기에 어떤 성에 처음 사범학교가 설립되었을 때, 한 노선생이 미심쩍다는 듯이 분개하면서 말했다고 한다. ˝스승을 가르치는 학교라고? 스승되는 자가 왜 가르침을 받아야 하누? 그런 이치라면 다시 부범(父范) 학교가 있어야지˝
그 노선생은 아버지의 자격을 자식을 낳는 것으로만 믿고 있다. 자식을 만드는 것쯤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 가르침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 생각이나 했으랴, 지금 중국에 필요한 것은 사실 부범학교라는 것을, 그 노선생은 그 학당의 일 학년에 반드시 입학해야만 한다!
우리 중국에는 자식의 아버지는 너무 많다. 그러나 앞으로 진정 필요한 것은, 그것은 <인간>의 아버지이다.

91쪽
울분은 어쨌든 변혁의 방아쇠다. 그러나 먼저 자신부터 변혁한 다음 사회를 변혁하고 세계를 변혁해야 한다. 그저 울분만 품고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원한은 거의 아무런 쓸모도 없다.
원한은 분에 못이겨 죽게 되는 화근이다. 옛사람들 가운데는 이런 사람이 많았으나 우리는 그 전철을 거부해야 한다.
더욱이 우리는 <세상에 공정한 도리가 없고 인도주의가 사라졌다>는 것 등을 핑계삼아, 자포자기하는 행동을 변호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분하다>고 하면서 분에 못이겨 죽을 것 같은 얼굴상을 짓는 사람은, 기실 분에 못이겨 죽지 못하는 법이다.

: 분하다고 내 삶을 죽일바에야 내 삶을 태워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일 나을 것이다. 알고는 있다만. 사실 요즘에는 울분 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이니 죽이거나 태우기는 커녕 이미 다 타버린 재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어찌 한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95쪽
J.S 밀은 독재는 사람을 냉소자로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공화제가 사람을 침묵자로 만든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96쪽
이전에 잘 살았던 사람들은 복고를 주장하고, 현재 잘 사는 사람들은 현상 유지를 주장하며, 아직 잘 살아 보지 못한 사람들은 혁신을 주장한다.
대체로 이러하다. 대체로!

97쪽
인류의 슬픔과 기쁨은 상대방에게 통하지 않는 법이다. 내게는 단지 그들이 법석을 떨고 있다고 느껴질 뿐이다.

106쪽
금송아지를 바라는 자에게는 황금쥐는 커녕 죽은 쥐도 주지 말아야 한다.

113쪽
세상 모든 문물은 이름없는 사람들이 누대에 걸쳐 이루어 낸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편의상, 기억의 한계상, 조금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우리는 인류 진보의 감사를 몇명의(전체 인류에 비하면 그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몇명일 뿐이다) 위인에게 바치지만 어찌 역사가 몇명의 인물에 의해서만 이끌어져 왔겠는가.

117쪽
살인자는 세계를 파괴시키고, 구세자는 세계를 보수하고 있다. 그리고 대포밥으로 죽어갈 신세인 사람들조차 도리어 살인자를 공경하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만일 이와 같은 생각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세계는 그냥 이렇게 파괴될 것이며, 사람들은 여전히 고통을 받게 되리라.

122쪽
청년들이 금간판이나 내걸고 있는 지도자를 찾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차라리 벗을 찾아 단결하여, 이것이 바로 생존의 길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나으리라.
너절한 스승을 찾아 무엇할 것인가!

125쪽
밥, 이성, 조국, 민족, 인류......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겨들어라. 원귀처럼 매달려라.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줄기차게 달라 붙어라. 이런 사람이라야 희망이 있다. 지쳤을 때는 잠시 쉬어도 좋다. 그러나 쉰 다음에는 또다시 계속해야 한다. 한 번 한 번, 또 한 번, 몇 번이라도 계속해야 한다. 혈서, 규약, 청원, 강의, 눈물, 전보, 집회, 추도사, 신경쇠약, 이런 것은 모두 소용없다. 혈서가 무엇을 가져오는가? 단지 볼썽 사나운 혈서 한 장 뿐이지 않은가? 신경쇠약은 자신의 병이 될 뿐이다. 더이상 그것을 보물로 여기지 말라. 나의 경애하는, 그리고 미운 친구들이여!

132쪽
희망이란 존재와 한몸으로, 존재가 있으면 희망은 있습니다.

: 희망이 존재와 함께하듯 절망과 어둠 역시 존재와 함께 한다. 어둠을 완벽히 걷히게 하려면 존재를 파괴하는 방법이 있겠으나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두려워하는 혹은 능력 없는 자들이나 할 이야기이지 빛을 기대한다면 어둠과 희망을 모두 끌어안고, 그렇게 고통스럽게 가야할 뿐이다. 모든 것이 대립으로 존재하다보니 인간은 이리 모순적이고 삶은 불행하기 쉬울 뿐이다.


133쪽
과격주의는 올리가 없고, 과격주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 `왔다`가 올 것이며, 이것이 두려운 일이다.

: 무엇이 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무언가가 `왔다`는 게 더 중요하다. 무언가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

140쪽
용감한 권술가는 넘어진 상대는 절대 때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우리들이 모범으로 삼을만 하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한가지를 덧붙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적도 용감한 투사여야 한다는 전제다. 패배한 뒤, 부끄러워서 위우치면서 다시 덤벼들지 않거나, 아니면 정정당하게 복수를 하려는 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141쪽
나는 사람을 무는 개라면, 땅에 있건 물속에 있건 모조리 때려야 할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154쪽
붓으로 쓴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156쪽
조물주는 항상 시간의 흐름으로 옛 흔적을 씻어내고 빛바랜 핏자국과 흐릿한 비애만을 남겨준다.

158쪽
요컨대 내 기억상으로는 그때가 영원한 이별이었다.

159쪽
침묵이여, 침묵이여! 만일 침묵 속에서 폭발하지 않는다면 침묵 속에서 멸망할 뿐이다.

160쪽
나라 안과 나라 밖의 살인자들은 지금도 태연히 머리를 쳐들고 다닌다. 그들 얼굴에 피가 얼룩져 있다는 것도 모른 채......
: 우리 역사에도, 우리 나라에도 자신의 얼굴이 피로 범벅되어 있다는 것도 모른채 잘 차려입고 거들먹거리는 살인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많은가.

역사는 인류의 피의 전튜를 동력으로 전진한다.
: 더 이상 민주주의가 됐든 뭐가 되었든, 그것이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참여하여 한 줌씩 쌓아 올린 토성과 같이 자라고 견고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핏자국이 남아 있는 한, 그 영향은 소리없이 퍼져나갈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 자국을 씻어 흐려질지라도, 미소 띤 상냥한 그 모습은 희미한 슬픔 속에서나마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도연명의 만가
가족들의 설움은 채 가시지 않았거늘
남들은 벌서 노래부르네
죽은 이가 무슨 말을 하랴
언덕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162쪽
어떤 놈들은 - 나는 그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시위 지도자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놈들은 <맨손> 시위대에게 총질을 한 것도 당연한 일이며 정부 청사 앞은 원래가 <주음의 땅>이고 희생자들이 자진하여 거기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 진보를 위한 누군가의 희생을 비웃는 자들, 그들의 죽음을 그들의 탓으로 돌리는 자들. 그대들은 피를 먹고 자란 나무의 과실 먹을 자격이 없다. 우리가 즐거이 베어 무는 과일에서 슬픈 피 비릿내를 맡지 못하는 돼지들은우리에 가두고 비료나 먹이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것이, 피 비릿내는 고사하고 그 과일 마저 별 맛이 없다며 투덜대는 사람에게까지도 모든 과실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복창 터지고 화나는 일이지만 그래야만 한다. 우리는 그래야 한다. 우리라도 그래야 한다.

163쪽
기어이 시위 지도자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다면, 단 두 가지 죄일 뿐이다. 청원이 유용하다고 여긴 것, 상대방을 너무 좋게 보았다는 것, 이 둘뿐이다.

개혁에는 피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혈이 바로 개혁은 아니다.
: 세월호가 끌어 안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버린 수백 가닥의 여린 바람이 한때는 돌풍이 되어 모든 잘못된 것을 다 날려버리고 이제야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유혈은 개혁이 되지 않았다.

166쪽
오늘날까지 저는 한 가지 낙관하였던 게 있습니다. 즉, 청년을 억압하고 살육하는 자들은 거의가 늙은이들이며, 이 늙은이들이 차차 죽어 가면 중국은 어쨌든 활기가 돌게 될 것이라는 낙관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청년을 살육하는 자들은 대부분 처연들입니다.

:내가 기대하는 것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나 청년들의 정의에 대한 불타는 의지 따위가 아니다, 잘못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 나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마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마음 그것 뿐이다. 그리고 교육과 언론. 아이들을 일깨우는 것이 교육이라면 어른들을 일깨우는 것은 언론이기에. 그 이외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거기에 희망이 있긴 할까. 사실 자신이 없다.

169쪽
중국에 계급은 있어도 사상은 모두가 하나이다. 그것은 관리가 되어 돈을 벌려는 것이다.

176쪽
그리고, 애인은 굶기지 말길.

180쪽
개혁에 뜻을 둔 사람들이 민중의 마음을 깊이 모른다면, 개선의 방법을 놓고 아무리 심오하고 학식있는 토론을 벌여 보았자, 전혀 소용없는 일이다. 그것은 서재에서 몇몇이 나누는 자화자찬에 불과하고, 자기만족일 뿐이다.

182쪽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183쪽
니체는 피로 쓴 책을 읽고 싶어하였다. 그러나 피로 쓰여진 문장이란 아마 없으리라. 글은 어차피 먹으로 쓴다. 피로 쓰여진 것은 핏자국일 뿐이다. 핏자국은, 물론 글보다 격정적이고, 보다 직접적이며 간명하긴 하다. 그러나 빛이 바래기 쉽고 지워지기 쉽다. 문학의 힘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충성혈서는 지워지지 않을 뿐더러 격정적이기까지 하다.

184쪽
우리가 연합전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목적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징표이다. 아니면 소집단의 목적이나, 극단적인 개인주의적 목적만을 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목적이 노동대중에 있다면, 전선은 당연히 통일될 것이다.

194쪽
천재가 나오기를 요구하기 전에 천재를 기를 수 있는 민중이 있기를 요구해야 한다. 튼튼한 나무를 얻거나 고운 꽃을 보려면 반드시 좋은 흙이 있어야 한다. 흙이 없으면 꽃도 나무도 있을 수 없다. 그러기에 꽃이나 나무보다 흙이 더 중요하다.

195쪽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내가 알프스 산보다 더 높구나!> 이 얼마나 거룩합니까. 그러나 그의 뒤에 수많은 병사가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병사들이 없다면 그는 산 너머에 있는 적들에게 붙잡히거나 쫓기게 될 것이며, 그의 행동이나 말은 모두 영웅의 한계를 벗어나 미치광이의 부류에 들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나는 천재가 나오기를 요구하기 전에, 천재를 기를 수 있는 민중이 있기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쪽
어떤 혁명부대라도 봉기의 초기 단계에서는, 그저 현상에 대한 반항이라는 의미에서만 전사들 생각이 일치할 뿐이며, 그들의 궁극 목적은 갈리는 게 보통이다. 누구는 사회를 위해, 누구는 소집단을 위해, 누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누구는 자신을 위해, 누구는 오직 자살을 위해. 혁명군은 그래도 전진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진군하는 과정에 개인주의자가 쏜 탄알도, 집단주의자가 쏜 탄알도 독같이 적을 쓰러뜨릴 수 있으며, 어떤 전사가 죽거나 다치든 혈맹군이 입는 전투력 손실 역시 마찬가지이기 떄문이다.

209쪽
문학, 문학하고 떠들어 보았자 다 쓰잘데 없는 짓이고, 힘 없는 인간들이 떠들어대는 짓에 불과하다. 진짜 실력자들은 조용히 있다가는 소리없이 사람을 죽여 버리며, 억아받는 자들은 맟 몇 마디, 글 몇 줄 때문에 죽임을 당한다. 설령 운좋게 살아남아 아우성치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해도 실력자들은 가딱도 안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탄압을 가하고 살육을 자행한다. 이런 마당에 문학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210쪽
혁명에는 혁명가가 필요한 것이지 혁명문학이 급한 건 아닙니다. 혁명가가 쓴 것이라야 혁명문학이지요. 저는 문학이 혁명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혁명이 문학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225쪽
무릇 어리석고 약한 국민은 체격이 제아무리 건장하고 튼튼해도 하잘것없는 본보기의 재료나 구경꾼으로 될 뿐이다.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 해도, 그런 일은 불행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첫째로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정신을 개혁하는 것이다. 정신을 개혁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문예다.

228쪽
희망이란 미래에 속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없다고 하는 내 주장으로, 있을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을 꺾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244쪽
민족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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