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제국주의 정책과 아시아 국가들을 식민통치 한 것 그리고 제2차세계대전까지 자신들의 과오에 반성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이 이렇게까지 비난 받지는 않았을 거다.아주 소수의 양심적 일본인을 제외하고는 국가 차원에서 역사를 왜곡 해대고 그들의 행태에 대해서 전혀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 이런 작품까지 나오니 당연히 피해국가 입장에서는 이 책을 그냥 소설로만 볼 수가 없다. 일본이 그들의 잘못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상 19세기와 20세기 초에 국가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의 휴머니즘은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전쟁에 있어 승자가 어디 있겠나.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에 이기든 지든, 침략을 했든 침략을 받았든 모두 국가에 의해 삶이 송두리채 집밟힌 피해자들일 뿐이다.
일본이 패전하고 광복을 맞은 조선의 해방 공간에서 일본인에 대한 조선인들의 보복 공격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35년간 일제 치하에서 고통 받던 울분이 어찌 정갈하게 글로만, 말로만 표현되었겠나. 분명 그 울분을 주먹과 칼과 총을 통해 피로 보답받으려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악독한 일본인들만 공격당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 사이에는 정치적 의식 없이 그냥 삶을 살아가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조선에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 까지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기에는 우리의 상처가 너무 컸고 제대로 치유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가해자들은 막무가내로 뻣대고 있다.
일본인이 당하는 이야기만 나오고 조선인들이 오히려 가해자 같이 나오니 형평에 맞춰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한 짓도 설명하고 일본인을 공격하는 조선인들의 분량을 좀 줄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 책만 읽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전도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본이 책임있는 역할을 다 하기 전에는 일본인 피해자들을 따뜻한 눈길로 보아줄 수 없다. 그들에게 사과를 받기 전에 그들을 껴안는 건 그들에게 피해 입은 분들을 상처내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인권이 미처 다 논의되지 않았는데 가해자의 인권에 생각이 미칠리가 있겠나. 물론 성숙한 인간으로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권을 다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그게 쉽진 않다.
표현의 자유는 가능한한 넓고 다양하게 보장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주장이 있으면 그 주장을 비판하고 불매하면 된다.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에 어긋나는 주장은 사회에서, 시장에서 알아서 걸러져 나갈 것으로 믿는다.
일본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해방 후의 모습이 사학을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흥미롭다. `조선을 떠나며`라는 책도 이어서 읽어봐야겠다.
80쪽
˝환자 수송용 기차나 배는 공격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제범으로 정해진 거죠.˝
분노에 찬 군의관이 말했다.
: .... 내가 분노에 찬다 내가.
전쟁에선 모두가 피해자일 뿐이다. 그래도 사과는 좀 해라 나쁜놈들아.
어찌되었든 그렇게 살아서 다행이다.
명분이 어찌 되었든 전쟁은 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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