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군 40만을 땅에 묻은 백기가 어떻게 됐는지 항우는 잊어버린 것일까. 툭하면 항복한 군사들을 땅에 묻고 점령지에서는 도륙과 약탈을 일삼는데 어찌 역사책에 초나라가 남을 수 있겠나. 진나라와 다름 없이 사람들을 폭압적으로 다루고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낸 봉건제를 다시 도입하고 유방을 죽일 기회를 코앞에서 제 손으로 망쳐버리고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금의환향 한답시고 팽성으로 돌아가버리니 당연히 초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설 수 밖에 없겠다.
많은 경우 스스로 능력이 뛰어나기보다 상대편이 멍청해서 이기기도 한다. 유방이 그랬고 현재 우리의 정치도 그러한듯.
한편으로는 항우가 보이는 많은 한계들이 항우를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는듯 하다.
사람을 부림에 있어 비전을 제시하고 카리스마로 이끌고 부드러움으로 받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여 공적을 제대로 평가하고 사사로움에 치우치지 않은 논공행상을 하는 것 역시 상당히 중요. 잘못된 논공행상은 성공에 내부균열을 가져오고 종국에 그 균열이 터져나와 댐을 무너뜨릴 것.
혹여나 제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어 힘이 없거나 제 힘으로 세웠더라도 명분이 부족한 권력이라면 그 한계를 파악하고 모자란점을 채워야 할 것이다. 의제 꼴 나지 않으려면.
항우가 어떻든 제나라가 어떻든 유방이 어떻든 또 다시 쥐여짜여 죽어나가는 건 백성들과 군사들이구나. 역사속의 모든 영웅들에 분노한다.
유방 이자는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아무 능력 없이 한을 세웠나. 도대체 왜 그 많은 영웅들이 유방에게 몰렸나.앤드류 카네기의 묘비명에 `자기보다 현명한 사람들을 주위에 모이게 하는 법을 터득한 자, 여기 잠들다.`라고 쓰여있다는데 유방은 그 방법을 터득하기나 한 것일까. 타고난 것으로 보이나 그것만으로 제국을 세울 수 있나.
촉 땅에 갖혀, 혹은 보호받으며 세력을 키우고 천하를 다투기로는 유방과 유비가 떠오르는데 어찌 유방은 천하를 얻었고 유비는 백제성에서 죽어버렸을까. 심지어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항우를 상대로 했고 유비는 손권과 동맹을 맺고 천하가 셋으로 나뉜 상태에서 싸웠는데도. 유방에게 한신과 장량, 소하, 조참이 있다고는 하지만 유비에게도 제갈량과 방통이 있었고 심지어 당대의 명장은 다 유비에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유방의 상대는 어리석은 항우였고 유비의 상대는 난세의 영웅이자 치세의 간적인 지력 91의 조조였기 때문이 아닐까.
패잔병은 단지 적의 우두머리에 의해 동원된 피해자들인건가 아니면 적과 함께 대항했던 적일 뿐일까. 그 많은 사람 중에 누가 그 전쟁에 대의를 가지고 참여했을까.
(2차 세계대전 당시 당당히 입대하던 독일 국민들은 그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멕시코의 막시밀리안 황제나 제나라의 전가나 망국을 앞두고 있는 나라의 황제가 되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기도 하다.
백 번을 싸우면 백 번 모두 기본을 지치고 신중히 임하고 자만하지 않아야 백 번 모두 이길 것. 아흔 아홉 번 이기고도 자만하고 나태하여 마지막 싸움에 단 한 번 패배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별 대단치 않은 명분을 가지고 군을 일으킨 주군의 작은 도약을 위해 제 목숨을 내어놓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
(물론 당연히 아니지만) 삼국지를 읽을 때는 유비와 조조의 역할이 선악으로 분명히 나뉘어 그 대비가 분명하였지만 초한의 유방과 항우는 그 나눔의 분명치 않아 선명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 유가가 자리잡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춘추전국 시기 수시로 섬기던 자를 바꾸던 습성이 남아서인지 초한지에서는 삼국지 보다 충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충이라는 게 어찌 유교에서 비롯되는 것이겠나. 원래 그러한 것일텐데.

31쪽 "하지만 도둑질도 도(道)가 있어 오래되면 무르익는 법이오. 팽월은 수십 년 도둑질로 늙고 닳아빠진 데다 거느린 군사까지 2만이나 된다 하니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아니 되오."
-그 무엇에라도 각각의 도가 있어 한 분야에 정통하면 걸국 어떤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 그게 뭐든지 간에.
227쪽 가까이서 보아 알게 된 유방의 무능이나 결함도 패왕을 마음 편하게 했다. 패왕은 개인적인 용력도 군사를 부리는 재주도 신통찮은 주제에, 맺고 끊는 데 없이 수하 장수들과 한 덩이로 어울려 뒹구는 유방을 장수로서는 처음부터 얕보았다. 거기다가 유방의 감출 줄 모르는 물욕과 군막 안까지 여자들을 끌어 들일 정도로 지저분한 행실은 유방을 난세의 바람을 잘 탄 늙은 오입쟁이쯤으로 여기게 했다.
: 내가 항우였더라도 유방을 굳이 홍문에서 죽여야 할 정도의 인물이라고 생각했었을까. 번쾌와 노관은 무관적 기질과 건달의 패거리적 성향으로 동네의 큰 형을 따라다녔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도대체 소하와 조참, 태공, 범증은 유방에게서 뭘 본 것인가. 장량은 그가 뭐 대단하길래 그를 따르는 것인가. 심지어 한신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추천 받아도 제대로 부리지 못하는 그런 유방을. 이름 때문인지 항우에 대비되서 그리 보이는 것인지 대단한 덕장인듯함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삼장약법 하나로 그를 천하를 아우를 덕장으로 보긴 어렵다. 유비는 그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신야 땅에서 도망칠 때 백성들과 함께 떠나고 제갈량을 3번 찾아가고 도겸이 주려는 서주를 마다하고 유기를 돕고 한 왕실을 농당하는 역적 조조를 처단하고 한 왕조를 부흥시킨다는 명분까지 있었는데도 이릉에서 패하고 백제에서 죽었는데 도대체 유방은 뭐란 말인가.
항우의 패착이 유방을 만든 것일까. 소하와 조참의 그릇된 기대가 결과적으로는 유방을 그 자리에 있게 한 것일까. 아니면 역사란 그냥 우연의 흐름인 것인가. 역사의 승자에게서 대단한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유방을 바라보는 내 관점의 잘못인 걸까.
지나치지 않은 야심, 적당한 어리석음이 그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 놓을 것일까.
254쪽 "신이 듣기로 `덕을 따르는 자는 번창하고 덕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했습니다. 또 `명분 없이 군사를 내면 아무 일도 이룰 수가 없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곧 덕을 짚고 일어나고 대의명분을 앞세운 군사가 싸움에 이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달리 `그 역적 됨을 널리 밝힌 뒤라야 비로소 적을 굴복시킬 수가 있다.`는 말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항우는 무도하여 함부로 그 임금인 의제를 시해했으니 이는 천하의 역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릇 `어짊은 용맹을 부릴 일이 없고, 의로움은 힘을 쓸 일이 없다.` 하는 바, 대왕께서는 엄숙하게 의제의 장례를 치르신 다음 삼군에게 상복을 입히시고 크게 군사를 일으키도록 하십시오. 그 뒤 다시 천하 재후에게 의제께서 항우에게 시해당했음을 알리고, 그들과 더불어 군사를 일으켜 항우를 치시면, 온 세상 사람들이 그 덕을 우러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은 바로 삼왕(우왕, 탕왕, 무왕)께서 하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263쪽 "병진은 반드시 머릿수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만 그러하겠나. 지금의 사업 또한 돈만으로 하는 건 아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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