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력서 - 오만불손한 지배자들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이정모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서양이라는 추상적인 집단과 백인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개인을 보지 않고 집단으로 싸그리 모아 싫어하는 것이 옳은 태도가 아니며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들이 전 지구적으로 행했던 그리고 지금도 행하고 있는 욕망과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한 멸시가 아니라 피지배자의 분노와 같은 것이며 동등함을 지양하는 차별이다.

2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에 가리워져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져버렸지만 전 세계에 불행과 분란, 갈등과 역사의 역행이라는 씨앗을 퍼뜨려놓은 그들의 제국주의에 대해 그 서양이라는 집단들은 반드시 진심어린 사과해야 하며 그들이 파괴해놓은 것에 대하여는 보상하고 탈취해간 것들에 대해서는 반환해야 한다.(어째서 제국주의 시절 각국이 탈취해간 피지배국가들의 유산들은 유럽과 미국과 일본의 박물관에서 버젓이 전시되고 있는건가. 왜 아무도 돌려주려 하지 않으며 돌려달라고 하지 않는가. 제국주의의 증거들을 어찌 그리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또한 2차대전 후 각국의 독재정권과 권의주의 정권을 지원함으로써 각 나라에 기회주의를 만연시키고 민주주의와 민족의 독립을 저해하고 내전이 일어나는데 원인을 제공하였으며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었던 것에 사과하고 책임져야 하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자본의 침탈적 지배, 패권 유지를 위한 공격적 행보를 그만 두어야 한다.

서양과 백인의 인종적 문화적 우월감에 대항하기 위해 동양의 역사적 뛰어남을 찾아내어 반대로 인종적 문화적 우월감을 느끼려는 시도는 얼마나 비참하고 폭력적인가. 내가 그러고 있는 것 같다.(김용옥씨가 쓴 논어의 서문에 보면 서양보다 뛰어난 동양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 대해 서술되어있는데 그 부분을 읽고 괜한 자부심을 느꼈는데 돌이켜 보면 상당히 창피하다. 내가 인류는 모두 평등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과연 우리나라보다 개발속도가 늦은 국가, 국민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지 못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모든 인간을 보면서 동등함을 과연 느끼고 있을까.)


주석을 책의 맨 뒤에 몰아넣지 않고 해당 페이지에 달아놓았더라면 책을 읽는 내내 뒷장을 펼쳤다 다시 돌아왔다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책의 제 3장만 하더라도 주석이 100개가 넘는데 어찌 책의 한 챕터를 읽는데에 책을 100번이나 뒤적거리게 만든 것인지. 책에 등장하는 장소, 인물 등이 너무나 익숙치 않아서 주석을 찾아보지 않을 수도 없었다

또 왜이리 책이 눈에 안들어오는지. 기분 좋은 리듬으로 읽히는 책이 있는 반면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이 각각 연결되지 않고 머리에도 마음에도 와 닿지 않고 눈에서 그냥 스쳐가버리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후자에 가까웠다. 분명 저자의 문제도 번역자의 문제도 아니고 내 탓이리라.

책을 반 정고 읽고 나머지 부분은 남겨두었다. 너무 눈에 안들어온다.

사실 서구중심적인(그것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서구중심적인 저자의 관점이 너무나 잘 드러나는 것 같다) 기술에 질려버린 것도 있다. 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 그 곳에서 잘만 살아가고 원주민이 있음에도 기어코 발견이라는 단어를 끊이지 않고 사용한다거나 제국주의 국가들이 침략한 지역에 대해서 되찾는다라는 표현이나 탈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유럽을 문명, 그 외 지역을 야만으로 규정하는 것 등(당시 사람들이 그랬다라고 소개하는 것만으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런 단어들과 표현, 저자의 관점이 너무나 불편하게 다가왔다.

사실 책이 잘 읽히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로 저자가 그런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좀 헷갈리기는 한다.


유럽과 서구 문명권은 스스로 보편적인 인간, 인류, 세계라는 개념을 가져가려 한다. 아니 이미 그들은 그러한 상위 개념을 가져가버렸다. 우리는 동아시아 역사를 기록할 때 세계사라고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 동아시아의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고는 이를 두고 인간의 이력서라고 하지 않으며 동아시아 전쟁을 세계대전이라고 하지도 않는다.(2차대전은 세계대전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유럽은 보편적 인류와 세계라는 범주의 개념을 거리낌 없이 가져가서 그들의 소유물인양 사용한다.

다 읽지 못했으나 다시 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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