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크노미 - 서울내기의 치열한 성장소설
김영태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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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 최고로 아름다운 시절이 있다. 난 그 시절을 학창시절이라 말하고 싶다. 한창 풋풋하고 싱그런 젊음과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는 용기가 있던 때. 그 용기가 세상모르는 무지에서 온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부모보다 친구를 더 신뢰하고 친구와 함께라면 못 할 것이 없었던 철없던 시절. 

 

이 책은 한 소년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세월과 함께 사회는 변해왔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게 없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그리워도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꿈이 많은 만큼 불안하고, 누구보다 슬프고 누구보다 웃음 많던 감정의 소용돌이에 흔들리며, 무모하리 만큼 겁 없던 그 때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땡크는 가난한 동네 판잣집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좀 노는 친구 상호를 중심으로 그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어른 흉내를 내며 탈선을 일삼곤 한다. 길 가는 사람들에게 삥을 뜯기도 하고 친구 상호로 인해 담배의 지독한 맛을 처음 알게 된다. 중국집에서 목구멍을 태워버릴 것 같은 빼갈을 마시고 온갖 음식을 시켜 무전취식하고 내빼는 것을 재미삼아 하고 다닌다. 친구 부용이 집에서 막걸리 만들 때 쓰는 진한 원액을 어른 몰래 멋모르고 마시고는 기절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기차가 달려오는 철길에서 목숨을 건 무모한 행동을 하며 그것으로 자신의 담력과 깡을 시험하고 과시했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에게 금지된 것을 원했다. 자신들을 옥죄는 사회 규율을 거부하는 그들에게 규칙으로 일괄하는 학교는 지옥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그들의 엇나가는 행동을 바로 잡고자 사랑이라는 명분하에 매를 휘둘렸지만 지금보다 선생님과 제자사이엔 끈끈한 정이 있었던 것 같다. 미운정, 고운정 쌓인 애증의 관계라고나 할까 

 

때때로 자신들을 이해해주지 않는 어른들과 선생님, 나아가 사회에 대해 원망과 억울함, 미움을 때로는 엇나간 행동으로, 또는 동급생을 괴롭히는 잘못된 행동으로 발산하기도 하는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나 이성보다는 행동과 마음이 먼저 앞서는 그들은 자신조차도 책임질 수 없는 어른도 아닌 아이도 아닌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다.

젊은 교생선생님께 스타킹과 꽃무늬 브래지어를 선물하는 약간 응큼하고 짓궂은 행동도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어설프고 황당한 돌발행동을 일삼기도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들에게서 우리들의 옛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고 그런 그들도 어엿한 한 사회인으로 자리잡고 잘 살아갈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 하나 믿고 의지하며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의 마음을 땡크는 잘 알고 있다. 엄마의 그런 믿음이 땡크를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돈을 벌려고 겁 없이 뛰어든 노가다 판에서 만난 신반장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와 박씨 아저씨의 진심어린 말한마디는 그가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고 난생 처음 해본 노역으로 손에 잡힌 물집은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닫게 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몸소 세상에 맞부딪혀가며 인생을 배우고 있었다.  

 

먹어도 먹어도 금방 허기지는 위처럼 채워지지 않는 욕구와 뜨거운 울부짖음의 소리를 어떻게 잠재울지 모르는 청소년들이 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율배반적이고 위선적으로만 보이는 세계에 반항하고픈 영혼들과 자신조차 지키지 못할 만큼의 짐을 지워주며 그 무게를 버티기를 강요받고 이해받지 못한 채 자신을 버린 많은 청소년들을 생각하게 한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린 상호의 죽음은 정말 적잖은 충격이었다. 무엇이 그를 반항하고 방황했을까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도 땡크만할 땐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했다. 그래서 지옥 같은 날들이 빨리 지나가길 바랬다. 그랬으면서 다시 그때를 그리워하는 건 뭘까.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 중에 내가 십년만 젊었어도란 말을 나도 가끔 하게 된다. 과연 십년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후회를 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많은 질문들이 나를 공격한다.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란 시처럼 또 세월이 흘러 나이를 더 먹으면 지금의 이 나이를 그리워하겠지. 지금 이 순간이 그 모든 순간순간이 참 소중한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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