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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요 하숙집의 선물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책속에서 우리와 비슷한 콤플렉스나 상처를 가진 평범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배고픔을 달래주는 빵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따스하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었던 책 ‘한밤중의 베이커리’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반갑게도 뒤이어 나온 새로운 책 ‘다마요 하숙집의 선물’ 또한 작가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 같은 책인 것 같다.
이 두 책은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한밤중의 베이커리에서는 구레바야시가 운영하는 빵집이 배경이었다면 ‘다마요 하숙집의 선물’에서는 다마요씨가 하숙을 놓은 여성 전용 다마요 하숙집을 배경으로 그 곳에 묵고 있는 3명의 청춘 여성들의 고민과 가족간의 갈등을 잔잔하고 따스하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다마요 하숙집에 새로 온 관리인은 한밤중의 베이커리에 나오는 구레뱌야시의 웃는 얼굴과는 달리 그의 첫인상은 험상궂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처음 봤을 때 약간의 경계심을 유발하는 외모를 갖고 있다. 저녁에 도모미씨가 데리고 온 개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하는 모습은 동네 사람들에게도 위험인물로 느껴졌는지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정도다.

그보다 여성전용 하숙집에 남자라니. 하숙생들은 첫날부터 그의 출현에 어리둥절해하며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도모미씨는 등치에 안 맞게 뜨개질을 좋아하고 요리도 수준급이다. 게다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운동신경까지 좋다. 그는 하숙생들의 사생활 깊숙이 까지 참견을 하는데 하숙생들이 뭐라고 불만을 토로하면 그 일 또한 관리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못을 박는다. 처음에는 도모미씨의 참견에 귀찮고 기분이 나쁘지만 그녀들은 차츰 아버지 같은 그의 따스함에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게 되고 도모미씨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구레바야시와 도모미씨는 서로 비슷하면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도모씨는 하숙생들의 일이라면 두 손 두 발 다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나선다. 아버지와의 갈등이 있던 료코의 문제와 부모님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던 테코의 결혼문제도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로 인해 화목하지 못했던 슈코의 어릴 적 기억 속 아버지의 죽음과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목말라하던 그녀는 도모미씨에게서 아버지와 같은 따뜻한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가 전 직장에서 누명을 쓰고 쫓겨난 뒤 취업으로 전전긍긍할 때도 항상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던 사람도 도모미씨다. 그는 부모와 떨어져 사는 그녀들에게 그가 하숙집을 떠나는 날까지 부모 못지않은 애정을 쏟는다.
뜻하지 않은 어떤 환경이나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무의식속에 숨어살면서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불쑥 나타나기도 하며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을 괴롭힌다. 상처가 아물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트라우마가 된다. 마치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절대 떨어져 나갈 것 같지 않는 이 상처를 어떻게 떠나보내야 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3명의 하숙생들도 그 방법을 모른다. 슈코는 항상 걸어 다니던 길인데도 자주 길을 잃고 헤맨다. 그럴 때 마다 기억 저편에 있는 아버지의 장례식 날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 어릴 적 기억 속에 갇히곤 한다. 뭔가 풀리지 않는 것 ,자신을 옭아매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역시나 여러 가지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엉키기만 한다. 살다보면 우리는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둔다. 아무도 볼 수 없도록... 그것은 그때그때 풀지 못한 채 차곡차곡 쌓여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상처를 스스로 치유한다는 것은 참 어렵고 그런 생각은 어리석어 보인다. 배고픔을 맛있는 음식으로 채운다면 마음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힐링의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고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고 그런 사람을 가졌다는 것은 행운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마음의 힐링을 주는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을 위해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책속의 따스한 정이 느껴지는 힐링이 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