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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담는 여자
김영리 지음 / 새움 / 2013년 5월
평점 :
당신에게 시간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시간은 돈이다’ 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그냥 흘러 보내는 물 같은 것입니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그저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시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 책에서 시간의 의미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시간이 너무 지겨울 때 시간을 죽일 무언가를 찾게 된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 어떤 이에게는 너무 부족하고 어떤 이에겐 그저 지겹고 버리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시간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인지 만약에 시간을 팔고 살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시간을 돈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의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 킬링타임 모텔 601호에서는 사람들이 상상했던 일이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장이 부도나고 도박으로 돈을 다 날린 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아내의 잔소리에 시달리던 만석은 우연하게 이곳의 정체를 알게 된다. 만약 자신의 몸속에서 시간을 빼내는 동안 잠만 자면 24시간에 100만원이 생긴다면 그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칠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누구나 한번쯤은 흔들리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돈이 궁한 만석 또한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쉽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킬링타임모텔 지배인 시연과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그는 자신의 시간을 판 돈으로 희희낙락해지고 쉽게 번 돈이 그렇듯 만석은 돈을 흐지부지 쓰고 만다. 그리고 시연이 부르면 언제나 시간을 팔러 갔다.
시연의 아버지 임필중은 황폐해져가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연구에 필요한 시간을 소수의 똑똑한 사람들이 평범하고 무지한 사람들의 시간을 빼서 활용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닌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보통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의 중요성이나 그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든 관심도 없다. 모든 시간을 연구에만 매진해 오던 임필중이 갑자기 쓰러지자 시연은 아버지의 연구를 이어서 하고 있다. 시연은 연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사들여 몇배의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몸에 시간을 주입시켰지만 연구에 진전이 없자 아버지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간이 필요한데 특히 아버지의 나이대와 비슷한 사람의 시간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던 중 돈에 눈이 먼 만석과 그의 아내 정애는 만석의 아버지 대길까지 이 일에 끌어들이고 만다. 그리고 그의 어린 아들 또한 이 일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쏘반은 친구가 시간을 판 후 부작용으로 정신이 나가버리자 그들을 보살피며 친구를 구할 방법을 찾고 있다. 시연은 대길의 죽음과 가난한 부모를 위해 자신의 시간까지 판 만석의 어린 아들 영일 그리고 쏘반의 두 친구의 기막힌 실상을 보며 임필중이 원했던 세상을 구하겠다는 연구가 도리어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진실에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시연은 그들에게 빼낸 시간을 돌려주려 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그녀 역시 큰 댓가를 치르게 된다.
만약 필중이 원했던 연구가 성공했다면 그의 생각대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었을까. 결국 그가 원했던 세상엔 다수의 많은 사람들의 행복은 없다. 능력이 없다고 또 가난하다고 해서 그들의 시간까지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과연 좋은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세상을 구원했다고 해도 그런 세상에 살고 싶어 하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가치를 인정받고 함께 행복할 수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우리는 물질적인 가치만을 재는 사회의 냉혹한 저울에 자신의 가치를 저울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존재다. 시간의 공평함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나 건강을 지켜주는 잠자는 시간, 사색하며 보내는 시간,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한 뒹굴뒹굴 보내는 의미없어 보이는 시간까지도 사람들에겐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도 때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조차 돈으로 환산하려 드는 물질만능주의 세상이지만 물질적인 가치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은 더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시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가치도 볼 줄 아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