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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영화와 책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 용의자 X의 헌신을 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전형적인 추리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의 추리소설이다. 환타지에 추리가 녹아있는 이 책은 재미와 마음에 잔잔한 감동까지 선물한다.
간판에 나미야 잡화점이라고 희미하게 씌여져 있는 이곳은 주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외관상으로도 세월을 말해주듯 오랫동안 방치되어 낡고 허름한 이 건물은 좀도둑이 숨기에 가장 적합해 보인다. 이곳에 우연히 숨어든 앞날이 캄캄한 3명의 어리버리한 좀도둑은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잡화점보다는 고민상담소로 더 유명했던 이곳에서 하룻밤 동안 그들은 미스테리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과거에 엉뚱한 질문에 재치있게 우문현답을 내려주는 할아버지의 잡화점에 시간이 흐를수록 말 못할 고민을 담은 편지들이 우편함에 쏙쏙 들어오고 할아버지는 그들이 신중하고 현명하게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담 편지를 보낸 이들은 할아버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고민의 답을 찾게 되고 할아버지에게 감사해 한다. 그런 잡화점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로 문을 닫아버려 이젠 상담 편지도 끊긴지 오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좀도둑들이 몰래 이 건물에 들어온 날 그들은 새로운 상담 편지를 받게 된다. 이날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3년째 되는 날로 나미야 잡화점이 하룻동안 부활하게 되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이곳에서 그들은 졸지에 할아버지를 대신해 편지를 보내온 사람들에게 어설프지만 나름 진지한 답장을 쓰게 된다. 그 일로 상담 편지를 보낸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의 앞날에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누구나 살다보면 해결되지 않는 일들로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떤 선택이 옳을지 몇날며칠 고민을 해도 도저히 자기 머리로는 무리란 생각이 들 때 누군가 답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의 멘토를 찾고 싶어 하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해 점술가를 찾아 가기도 하고 교회나 절에 다니며 신에 의존하려고 하기도 한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고 책 속의 상담자 달토끼님의 고민처럼 그 해답은 자신의 마음속에 이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결국 자신의 답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생선가게 뮤지션처럼 자신의 꿈이 허왕된 꿈이 아닐까란 생각 때문에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런 고민 때문에 갈등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잦은 실패로 인해 자신감을 잃거나 자기의 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고 의욕까지 빼앗아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누군가 확신을 준다면 다시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 좀도둑임에도 불구하고 뮤지션의 고민과 길 잃은 강아지님의 고민을 명쾌하게 답변해주는 그들의 모습은 좀도둑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진지하고 진실하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진실로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좀도둑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상담편지를 보낸 사람들과 얼떨결에 하룻동안 나미야 잡화점을 부활시켜준 3명의 좀도둑에게 일어난 기적은 돌아가신 잡화점 할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었을 것이다.
온갖 물건이 있는 잡화점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은 다양한 고민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우리 세상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각각의 주인공들의 인연은 환광원이란 아동보호소를 두고 희한하게 서로 엮겨 있어 추리소설의 재미를 갖고 있다. 또한 다른 추리소설에서와는 달리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