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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헐벗은 앙상한 나뭇가지는 바람에 쓸쓸히 흔들리고 살을 애는 듯한 차가운 날씨는 거리의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해 거리의 풍경은 더욱 삭막하기만 하다. 추운 겨울 사람들의 언 몸과 마음을 데워주던 노랗게 잘 익은 군고구마 파는 아저씨의 모습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겨울밤 ‘찹쌀떡’하고 외는 찹살떡 아저씨의 구슬픈 목소리도 언제부턴가 들리지 않는다. 따뜻한 아랫목에 모여 엄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긴 겨울밤도 짧게만 느껴졌던 추억속의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리워진다.
매년 크리스마스는 찾아오지만 예전의 그때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있다. 누군가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기 위해 북적대던 모습도 뜸해지고 손 꼽아 기다리던 크리스마스가 점점 다가오면 혹시나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못 받을까봐 며칠 동안만이라도 엄마 말 잘 들으며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길 기다리던 철없는 아이들도 이젠 없다. 작은 선물에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던 시절.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했던 가난했던 시절은 이제 세월과 함께 먼 얘기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예전보다 사람들의 생활도 많이 달라졌고 모든 것이 풍족해졌지만 뭔가 공허함을 느끼는 건 왜일까. 생활이 풍요로워진 만큼 사람들의 행복과 만족도도 높아졌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한것 같다.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음에도 사람들의 자살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고 실업자도 늘고 그만큼 고민과 스트레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아이도 많이 낳지 않고 맞벌이를 하는데도 좀처럼 살림은 나아지지 않는다. 어른들은 하루종일 일하고 학생들은 하루종일 공부에 시달리고 청년들은 일 할 곳을 잃어 방황하고 노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모두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돈만이 이러한 불안감을 없애주고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으며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그런 삶 속에 행복이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남이 정해 놓은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지도 뜬 구름 같은 허왕된 행복을 찾으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해가 저물고 있는 지금 얼마 남지 않은 한해와 화살처럼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흥청망청 시간을 보내기 쉬운 이때 시간에 쫓겨 마음의 여유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에 비타민 같은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여유를 되찾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따스함이 그리운 계절 따끈한 커피 속에 사르르 녹아드는 프림처럼 어려울 수 있는 철학이야기가 시와 잘 아우러진 이 책은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의 척도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살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번 겨울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따뜻한 커피한잔 마시며 인생이 듬뿍 녹아있는 멋진 시 한편 읽으며 긴 밤 우리의 삶에 대해 논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