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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이의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아침에 눈 뜨면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 출근시키고 나면 애들 준비시켜 학교 보내고 바로 이어서 나도 출근하기 위해 부산을 떤다. 신발을 신는데 문뜩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으니 (아침이 밝는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재 너머에 낟알갱이 주우러 나가봐야지)하는 송창식의 참새의 하루란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눈뜨면 눈 감을 때까지 일에 쫓겨 살다보면 큰 소득도 없으면서 왜 이리 항상 바쁜지 왜 이리 머릿속은 항상 복잡하고 마음과 몸은 짐을 진 것처럼 무거운지 한번씩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한숨 속에 삶의 회의를 느낄 때가 있다. 모두들 열심히 사는데도 뭔가 공허하고 열심히 일해도 살림은 나아짐이 없고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에 우울증 환자까지 늘어나는 암담한 현실이다.
청년 실업자는 점점 늘어가고 부모들의 시름도 늘어간다. 우리 부모 시대에는 40의 나이로 접어들면 아이들도 다 커 결혼해서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었는데 지금의 40대는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은 40대에서 50,60대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한다. 자식들 교육시키고 취업될 때까지 뒷바라지 하고 그러다 결혼자금까지 대주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노후대책도 재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후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참 가족들을 위해 일하는 40대들의 고민과 심적인 부담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40에 들어서면 한번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어떤 나이 때에도 고민이 없었던 때나 힘들지 않는 때가 없었던 같다. 그 나이에 맞닥트린 고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힘들고 어렵게 한고비 한고비를 넘겨 이젠 벌써 인생의 절반을 살고 있다.
요즘 아침, 저녁으론 쌀쌀하지만 낮에 비취는 따스한 햇살이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는 화창한 봄날이 되면 왠지모를 기분 좋은 설레임이 있었다면 지금은 겨울은 지나가고 어김없이 봄은 오는데 내 인생에 봄은 과연 언제 오려나 하는 마음에 서글픈 생각도 든다. 인생의 위기를 맞이하는 40대 이 만큼 살았으면 인생의 풍파에 어느 정도 단련되었으련만 아직도 흔들리는 마음, 진정 재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인생의 무게에 어깨가 축 처져 있다. 40대에 겪는 사춘기라고나 할까.
서점에 나이대별 인생 지침서가 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40대를 위한 책인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아프고 싶어도 마음껏 아플수도 아파서도 않되는 40대란 힘든 고개를 넘고 있는 사람들. 마치 내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한 우리들의 고민과 힘든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삶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지, 다시 방향하는 40대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40대의 일기 같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