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형사와 탐정의 두뇌 게임이 시작된다<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ㅣ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0월

<수수께끼는 저녁식사 후에>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데뷔작인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는 제목부터가 뭔가 미스테리하고 수상한 냄새를 잔뜩 풍기는 것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수상한 도시에서 발생한 수상쩍은 두 살인사건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살인사건 중 하나는 밀실에서 일어났다는 점 때문에 몇가지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로 인해 독자와 탐정, 형사들을 헤깔리게 하고 사건을 원점으로 되돌린다. 밀실이라는 공간은 음밀함과 함께 왠지 어딘가에 비밀스러운 공간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곳에는 범인이 출입한 흔적도 없고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비밀스러운 공간도 없다. 같은 날 같은 동네에서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된 두 사람.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기대반 의심반으로 사건에 집중하게 된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마술의 매력과도 같다. 관객이 보고 있는 가운데 마술사는 순식간에 사람을 사라지게도 했다가 바뀌게 하기도 하며 보고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하지만 관객은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전혀 마술사의 속임수를 눈치채지 못한다.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순식간에 우리의 눈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을까? 추리소설 속 범인은 우리의 눈앞에서 자신의 계획대로 태연히 범행을 저지르고 유유히 사라져버린다. 범인을 찾을 수 있는 단서만 몇 가지 남겨둔 채..

 이카가와 시립대 영화학과에 재학 중인 불운의 주인공 류헤이는 애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당한 후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영화사에서 일하는 선배의 집으로 놀러가게 되는데 선배와 같이 보려고 살육의 저택이라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오래된 비디오를 빌려 간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술에 취한 류웨이는 칼에 찔려 욕실에 쓰러져 있는 선배를 발견하게 된다. 집안의 모든 문은 안에서 잠겨 있고 범인이 들어온 흔적은 없다. (나중에 이 집 주인의 증언도 그 사실을 증명하는데 한몫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를 하면 영락없이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이고 이곳에서 도망친다고 해도 그는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그날 그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그의 애인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채 아파트에서 떨어진 사건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수 있는 사람까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상황에서 꼼짝없이 두 사람을 모두 죽인 범인으로 몰리게 된 그는 탐정인 그의 자형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이 두 사건의 범인일지 모르는 류웨이를 찾고 있는 형사에게 두 사람 모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런 황당하고 막막한 사건을 풀 수 있는 열쇠는 과연 무엇이고 누가 가지고 있을까? 예상치 못한 반전은 또 다른 의문을 남기면서 이 책을 다 읽을 때 까지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인간미 넘치는 사립탐정과 평소에는 별로 실력 있어 보이지 않지만 실제 사건에서 허를 찌르는 예리함을 발휘하는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형사 그들의 자존심을 건 활약상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