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모두 존엄하듯 죽음의 무게도 같다. 그 죽음이 가볍게 여겨질 때 싸우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오빠가 떠나고 나서야 오빠와 내가 많이 달랐지만 존재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오빠의 빈자리를 다른 존재로 메울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이 농성이언제 끝날지 나는 모른다. 오빠를 잃은 슬픔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희와 민수 오빠를 만나면서 이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야만 한다는 조바심이 줄었다. 이 슬픔은 오빠와 나리 언니, 미라 언니와 인도네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의 죽음의 무게가 다른 어떤 이들의 죽음의 무게에 비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세상이 인정했을 때 벗어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농성장으로 간다. 오빠의 죽음의 무게를 세상과 나누기 위해, 같이 슬퍼하고, 같이 웃기 위해..

사람은 혼자서 웃을 수 없다. 웃음은 관계 속에서 나온다. 웃음은 견고한 슬픔과 고립을 깨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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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동안 죽어라 의자에 앉아 있긴 했지만, 만드는 법은 커녕 의자를 유심히 들여다본 기억도 없었다. 의자는 늘 거기에 있었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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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선물할게 ㅣ 창비청소년문학 91
김이설 외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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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자연스럽게 주고 받을 수 있지 않다는 게 슬프다. 사랑의 표현이 눈물 짓거나 한숨이라니.. 안쓰럽다. 그런 사랑도 있지 얺나?

사랑을 주고받는 것도 모두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언은 그때 깨달았다. 자신이 사랑에 대해 철저히 모른다는 사실을,
이언은 사랑받는 사람들이 짓는 표정을 알지 못했고, 사랑하는사람이 베푸는 호의를 알지 못했다. 이언이 겪어 온 사랑은 언제나 자신을 보고 한숨을 짓거나 눈물을 짓는 방식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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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에는
숨이 들어 있었다

사람의 울음을
슬프게 하는 것은
통곡이 아니라

곡과 곡 사이
급하게 들이마시며 내는
숨의 소리였다.

-오늘의 식단 (영에게)/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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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저도 끝이고 겨울도 끝이다 싶어
무작정 남해로 간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는 벌써 봄이 와서
농오도 숭어도 꽃게도 제철이었습니다.

혼자 회를 먹을 수는 없고
저는 밥집을 찾다
근처 여고 앞 분식집에 들어갔습니다.

몸의 왼편은 겨울 같고
몸의 오른편은 봄 같던 아픈 여자와
늙은 남자가 빈 테이블을 지키고 있는 집

메뉴를한참 보다가
김치찌개를 시킵니다.

여자는 냄비에 물을 올리는 남자를 하나하나 지켜보고
저도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그들을 봅니다

남자는 돼지비계며 김치며 양파를 썰어넣다말고
여자와 말다툼을 합니다.

조미료를 그만 넣으라는 여자의 말과
더 넣어야지 맛이 난다는 남자의 말이 끓어넘칩니다.

몇번을 더 버티다
성화에 못 이긴 남자는
조미료 통을 닫았고요

금세 뚝배기를 비웁니다
저를 계속 보아오던 두 사람도
그제야 안심하는 눈빛입니다

휴지로 입을 닦다 말고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잔뜩 낙서해놓은 분식집 벽면에

봄날에는
‘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조그맣게 적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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