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는 밖에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집안에서 크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사람을 좌절시키는 건 고생 자체가아니라 무의미일지도 몰랐다. 알아주지 않는 고생과 보상 없는 노동이 그를 더 이상 힘낼 수 없게 만든 것 같았다. 돈을 받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참을 수 있었던 무섭고 지저분하고 춥고 외로운 순간들을이제 더는 못 할 것이었다. - P336

그 시간에 복희는 쓰리잡을 뛰고 있었다. 웅이의 몸과 마음이 왜아픈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기때문에, 웅이만큼 무섭고 춥고 외로운 일을 마주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자신은 덜 지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웅이가 못일어나는 동안에도 열심히 일했다. 복희는 자기가 웅이보다 힘들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프리카에 다녀와서도 돈을 못 받은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삶이 이어지고 있었고 아이들이자라고 있었고 내야 할 돈이 끊임없이 생겨났고 냉장고에 채워넣어야 할 재료들이 끝이 없었고 갚아야 할 대출금도 태산 같았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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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PR이라는 게 흔하디흔해진 이 시대에도 자신을 어필할 언어를 장전하지 않은 자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내 엄마다.
나는 복희가 자기소개를 제대로 못 한 게 안타까웠지만 그녀가그걸 못 하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좋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복희를위한 자기 설명의 언어들을 선물하고 싶기도 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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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는 내게 말했다. 망설이는 자들의 용기도 있는 것이라고,
주저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는 것이라고, 자기 목숨을 조심하고 아끼는 사람이 살아남아 해야 할 일이 또 있는 것이라고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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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을 만날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나. 우리 일상에 남이 앉을 자리라는 것은 얼마큼인가. 만나서 마주 앉아 이야기해도 진짜로는 안 만나지는 만남도 많은 것 같았다. 누구의 마음에나 용량의 제한이 있고 체력의 한계도 있고 관계 말고도 애써야 할 것이 많기때문이다. 그 와중에 하마가 힘을 내어 굳이 만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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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고유하고 무수히 다른 삶을 살고 있어서 같은 얼굴을 발견하기란 오히려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의 얼굴이든 그래서 조금 생소할 것이다. 그 얼굴들이 가진 생소한 아름다움을 늦지 않게 알아채는 연습을 지치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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