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는 밖에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집안에서 크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사람을 좌절시키는 건 고생 자체가아니라 무의미일지도 몰랐다. 알아주지 않는 고생과 보상 없는 노동이 그를 더 이상 힘낼 수 없게 만든 것 같았다. 돈을 받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참을 수 있었던 무섭고 지저분하고 춥고 외로운 순간들을이제 더는 못 할 것이었다. - P336

그 시간에 복희는 쓰리잡을 뛰고 있었다. 웅이의 몸과 마음이 왜아픈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기때문에, 웅이만큼 무섭고 춥고 외로운 일을 마주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자신은 덜 지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웅이가 못일어나는 동안에도 열심히 일했다. 복희는 자기가 웅이보다 힘들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프리카에 다녀와서도 돈을 못 받은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삶이 이어지고 있었고 아이들이자라고 있었고 내야 할 돈이 끊임없이 생겨났고 냉장고에 채워넣어야 할 재료들이 끝이 없었고 갚아야 할 대출금도 태산 같았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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