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심플 단편읽기 모임을 하려고 읽다가 다 읽데 되었다. 슬픔의 각양각색이라고 해야하나? 좀 놀랐다. 이런 다양한 슬픔을 알지못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피해왔다. 소설 속에서 만나는 이들처럼 슬픔에 압도되지 않고 흔들리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위로와 힘을 얻는다.

여기에 묶인 소설들은 모두 산책을 좋아하고 풀기 어려운 생각에 빠져 있다. 답은 없고 해답은 더 없는 오늘과 내일을 해결도 해소도 못하고 살고 있다. 한때는 그것이 슬픔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나는 안다. 슬픔. 맞는데, 그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도 맞는데, 뜻은 아닌 것 같다. 오후의 빛과 바람 속에서 보기 좋게 건조되어가는 물건과 그 물건을 닮은 사람을 많이 생각했던 몇 년. 세상은 엉망이고 진창이며 눈 씻고 찾아봐도 좋은 소식과 전망은 하나도 없지만 내가 소설로 쓰듯 누군가는 읽고 누군가는 일하고 누군가는 청소하고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트랙처럼 둥글게 산책하는 날들. 아무 변화도 없지만 그사이 시간은 흐르고 종종 기분도 마음도 나아지는 밝은 밤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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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마음을 표현할 때 슬펐다. 힘들었다. 이런 단어들만 사용하지 말고 슬플 때 무엇을 했는지, 힘든 마음이란 어떤 모양과느낌인지 그림을 그리듯 써보세요. - P210

‘누군가 내게 당신은 누구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답할 것입니다. 내 이름은 슬픔입니다. 나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남자입니다. 한때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는 음악가였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 P211

나는 내 삶에서 뭘 배웠나. 무엇을 알고 있나. 그래서 얼마나얼마큼, 표현할 수 있나. 솔직하게? 순간 마음을 뚫고 무엇인가가지나갔다. 국수를 먹으려다 젓가락을 움켜쥐었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관절 마디가 하얘졌다. 그 순간 내 표정에서 무엇이 보였던걸까. 그가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 느껴졌다. - P217

양볼에 가득 숨을 모아 금관으로 불어넣는 미스터 심플의 모습은 근사해 보였다. 쓸쓸해 보였고 슬퍼 보였다. 그걸 아름답다고 말해도 될까. 나는 슬프고 우울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진력이 났다. 그것이 지겹고 다거짓말인 것 같다. 그런데 눈 내리는 깊은 밤. 창고처럼 좁은 낯선방에서 H가 좋아했던 음악을 호른으로 듣는 이 순간이 좋았다. 슬퍼서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호른에 손을 댔다. 차가운 관 속에작은 핏줄이 있듯 그가 숨을 불어넣을 때마다 미약한 온기가 느껴졌다. 연주가 끝나고 나는 잠시 희미하게 사라지는 음이 머릿속에스며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래오래 박수를 쳤다. 그는 부끄러움 없는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 P228

 정류장에 서서 담담하게 그날을 생각했다. 피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생각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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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책을 많이 읽는 이유에 대해 "무지, 무경험, 무소신 등 3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판사로 살아온 그의 궤적이 그냥머리 좋고 공부 잘한 여느 판사와 달랐던 것은 이처럼 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채우려 노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김장하선생이 "내가 배운 게 없으니 책이라도 읽을 수밖에"라고 대답한 것과 상통한다. - P134

"처음엔 선생님 주위에 네트워킹이 생겨서 그게 이상한 세력으로•된다든지 그걸 경계하시는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말씀을들어보니 꼭 그것뿐만이 아니고 사실은 그들 중에 잘돼 있는 사람도있고 또 잘 못돼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걸 한꺼번에 묶으면 못돼 있는 사람들은 참여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거죠. 그래서 당신은 그런 걸 안 하려고 했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장학생들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으니 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라도 명단을 공개하거나 모임을만드는걸 못하게 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모임을 통해 김장하 자신이 드러나고 부•각되는 게 불편했을 것이다.  - P149

이처럼 김장하 선생은 자신의 장학생들에게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또한 장학생이 공부가 아닌 다른길로 빠져도 끝까지 믿고 지지하며 기다려주었다. - P154

"나에게 갚을 필요는 없고, 다음에 당신처럼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그때 그 사람한테 갚으면 됩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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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수납에서 만난 진숙이와 친구들을 통해우정은 공평하게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주든, 덜 받든 상관없이 사랑하는 관계라는것을 깨달았다. 이후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회적관계와 그 사람을 있게 한 서사를 통해 한 사람을이해하게 되었다. - P73

대학에 다니지않은 나는 불평등하고 모순투성이인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 - P67

"이모, 서로 연락이 되는 아이들은요. 망가지지 않아요."
그 말이 오랫동안 귀에 남았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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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죠. 원두 20그램을 2분 동안 200밀리리터 딱 맞춰서 아주 정성스럽게,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향과 맛 다 느끼면서 천천히 한잔 마시다 보면 내가 이순간을 기다렸나 싶기도 하고. - P241

한 달에 50만 원이라도 저금할 수있다면 1년에 600만 원. 그렇게 10년 동안 돈을 모아 마흔 살이 되어도 원룸 하나 구할 수 없다는 계산이 서자무기력해졌다. 번 돈을 쪼개어서 이곳저곳으로 보내던날들에는 이런 계산 따위 하지 않았고, 삶의 무기력은조금 다른 영역에서 빛을 발했다. - P283

근데 힘들지 않아? 그런조는 수세미와 컵을 든 채 자기 다리를 내려다보고그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넌?
조가 물었다.
힘들지 않아? 그런 다리로?
동료가 잠시 손을 멈췄다. 미안하다고 했다. 걱정돼서 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자기는 한쪽 다리를 절지 않으면서 일하는 게 어떤 건지 모른다고,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라고 조가 대꾸했다.
맑은 물에 세제 거품을 씻어 내며 조는 다시 물었다.
넌 어때 힘들지 않아?
힘들어.
힘들지. 오늘 같은 날은 오줌 누려고 서 있기도・나도 그래.
진짜 죽겠다. 이런 날은 하다못해 택시비라도 받아가야 되는 거 아니냐.
"근데 있잖아.
우리 이렇게 몸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니까... 너 힘든 거 나 힘든 거 저기 은이 힘든 것도 다 다를거잖아 - P249


그럼 우리는 자기 힘든 것만 알지 서로가 얼마나 어떻게 힘든지는 영영 알 수 없는 건가?
나쁜 건가.
뭐가?
모르겠다. 말하다 보니까 존나 외로워지네.
그게・・・・・・ 자연스럽지 않나. 다 다른게.
그런가.
다 같으면 이렇게 많이 존재할 이유가 없잖아. 단 한명이면 되지. - P250

 공감. 그게 과연 인간의 영역인가. 돌고래나 코끼리는 그런 걸 할 수 있는지도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노력해야 한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떨까, 상상해 보는 노력. 그러니 공감보다 필요한건 상상력인지도 모른다. - P279

왜냐면 너무 밉다는 것과 너무 좋다는것은 반대 의미가 아니니까. 국어사전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의 사전에 두 단어는 유의어에가까우니까 너무 좋으니까 밉고 그래서 무서우니까. 무서운 마음에 할 수 있는 말은 ‘괜찮아‘뿐이니까. - P258

나는 그럴듯한 위로를 건네고 도망쳤다. 이성적, 객관적으로는 나를 나쁘다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관적, 감정적으로 나는 나빴다. ‘너와 있으면 좋은사람이 되는 것 같아‘라는 말로 시작되었던 관계가 ‘너와 있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싫어!‘라는 말로 끝났다. 필사적으로 도망치고도 내 아픔을 그의 아픔보다부풀리기 위해 글을 썼다. 도망친 내게도 네가 모를 고통이 있다는 식으로 썼다. 글을 그런 것에 써먹었다. 그러니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은 고민거리나 좌절할 일이 아니라 어쩌면 아주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C에게 말하고 싶었다. 공감이란 상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꾸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듣는 행위 자체라고.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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