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저도 끝이고 겨울도 끝이다 싶어
무작정 남해로 간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는 벌써 봄이 와서
농오도 숭어도 꽃게도 제철이었습니다.

혼자 회를 먹을 수는 없고
저는 밥집을 찾다
근처 여고 앞 분식집에 들어갔습니다.

몸의 왼편은 겨울 같고
몸의 오른편은 봄 같던 아픈 여자와
늙은 남자가 빈 테이블을 지키고 있는 집

메뉴를한참 보다가
김치찌개를 시킵니다.

여자는 냄비에 물을 올리는 남자를 하나하나 지켜보고
저도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그들을 봅니다

남자는 돼지비계며 김치며 양파를 썰어넣다말고
여자와 말다툼을 합니다.

조미료를 그만 넣으라는 여자의 말과
더 넣어야지 맛이 난다는 남자의 말이 끓어넘칩니다.

몇번을 더 버티다
성화에 못 이긴 남자는
조미료 통을 닫았고요

금세 뚝배기를 비웁니다
저를 계속 보아오던 두 사람도
그제야 안심하는 눈빛입니다

휴지로 입을 닦다 말고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잔뜩 낙서해놓은 분식집 벽면에

봄날에는
‘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조그맣게 적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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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행복김ㄹ학생 교사‘ 프레이리는 아라우주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포르 투갈어를 가르쳤다. 그곳에서 어린 프레이리 선생님은 나이에 상관없이 학생들을 존중했다. 학생들의 실수, 잘못, 그들이 가지고 있는지식 등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
나는 프레이리가 이미 그때부터 교사가 학생을 교육할 때 갖춰야할 권위의 본질을 깨닫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10대 교사 프레이리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취했던 태도와, 스물다섯 살 무렵부터시작해 8년간 헤시페 산업복지국에서 일하면서 노동자와 민중을 만날 때 그들을 위해‘, 또는 그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대화했던 방식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학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라. 이들 방식은 각각 "위해 교육", "에게 교육", "함께‘ 교육"으로 명명할 수 있는데, 나는 다음과 같은 말도 프레이리 특유의
"함께‘ 교육"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한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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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프레이리는 서로 다른 계급 출신의 친구 사이를 오가며,
고리 친구‘로서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그때 가르치는 일을 꿈꾼 프레이리의 머릿속에는 자주 ‘왜 누구는 먹고 누구는 못 먹지?‘ 하는의문이 떠올랐다. 그래서 프레이리는 교사로서의 꿈을 가슴에 다지면서 페드로, 카를로스, 두라도, 디노 같은 서로 다른 계급의 친구들 이 함께 먹고 공부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다. 프레이리가 품은 비전은 다른 형태의 삶, 다른 형태의 사회에 대한 비전 이었다. 나는 프레이리의 고백을 들으면서 우리를 돌아보았다. 우리사회의 교사 지망생과 교사들은 어떤 교육의 꿈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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