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 고유하고 무수히 다른 삶을 살고 있어서 같은 얼굴을 발견하기란 오히려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의 얼굴이든 그래서 조금 생소할 것이다. 그 얼굴들이 가진 생소한 아름다움을 늦지 않게 알아채는 연습을 지치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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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영영 나다.
꿈을 꾸면서 자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 날도 있지만, 너무 나다운 꿈을 꿔서 민망한 날이 더 많다. 나란 사람은 꿈도 고작 이런것을 꾸는구나, 생각하며 잠에서 깨는 것이다.
나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내가 된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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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위한증언

#김중미

˝아무도 죽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작가님에게 이 소설을 쓸 때 들었던 말인 것 같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괴로워서 죽음에 이르고,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이 뒤집어 지는 것 같았다. 사회적으로 존경 받은 인물이 혹은 아버지가 성폭력 가해자로 알려지지 일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네 엄마는 엄마가 집을 비우게 되면 딸들에게 방문을 꼭꼭 잠그고 자라고 한다더라.˝는 이야기를 나는 어렸을 적부터 엄마에게 들었다. 엄마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가족이어도 남자는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던 것 같다. 그런 말을 쉽게 할 만큼 그 당시에 흔한 일이었고 엄마가 성폭력하는 아빠로부터 자식을 지켜주는 대신 딸들을 단속시키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사회적으로 공공연하게 하던 이야기들이 목소리가 되지 못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죽음을 택하고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그런데 가해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주변사람들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하며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 누가˝ 대˝와 ˝소˝를 정하는가? 한 사람의 일생을 뒤흔드는 일이 왜 ˝소˝ 인가? ‘내가 당한 일이 성폭력이 아니라˝ 숭고한 희생‘이라는 수녀님의 말이 달았다‘는 말이 너무 아프다. 그때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복수? 그런 거 아니다. 나는 복수 따위에 관심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p272)

피해자도 마주하기 힘든 진실이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바뀌는 것이 없다.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며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기에 고군분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자신이 무너지는 고통보다 피해자가 당한 고통에 눈을 돌리기 바란다. 그래야 새로운 길들이 열리고 전과는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자신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워왔기 때문에 자신은 선하다고 정당화하지 말기를, 자신에게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살아낼거에요. 엄마. 숨이랑 함께 살아남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언니의 존재를 드러내고 우리 곁에 살아있게 할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한다 해도 우리가 드러낼 진실을 가릴 수 없을거예요. 우리는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손을 잡고 끝까지 당신과 맞설 거예요. 나는 요즘 내가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엇을 성취하지 않아도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어요. 당신이 걸어온 길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내고 그 길을 걸어갈 거예요. 그러니 당신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워도 그 시간을 그대로 견디며 살아가면 좋겠어요. ˝(p.284)

이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목이 메이고 코끝이 찡했다. 글이 잘 읽혀서 금방 읽었지만 책을 덮고 정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쉽게 나오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처럼 작가님 글에는 언제나 희망이 있다. 지영과 기환과 경미가 지켜온 것들이 결이,가온이, 미래의 연대로 이어진다. 피해자들이 사람들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친구들이 힘겹지만 지켜낼 것이라는 희망이다. , 그리고 가해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이 밝혀져야만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 내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고 해서 어두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인식의 사각지대‘가 있다. 그 인식의 사각지대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도록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 스페인도 가고 싶고 추로스도 먹고 싶어진다. 급식에 추로스가 후식으로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스페인 여행을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유디트 수녀는 M이 1년 넘게 수배자 생활을 하며 심리적으로 피폐해졌을 거라고 했다. M이 얼마나 궁지에 몰려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나약해져 있는지 변명해 주었다. 지영은 그런 M을 연민으로 끌어안은 거라고 말했다. 지영이 어리석었다고 하지 않고, 순수하고 숭고한 희생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 말이 성폭행 피해자라는 말보다 달아서 위로가 되었다.
- P83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받아 혼자가 되었을때 기환은 소설을 읽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은 누구나얼마쯤은 악한 면을 갖고 있고,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위악을 부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환은 소설을 읽으며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소설을 읽다 보면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더 많았다. 그래서 기환은 외로운 자신의 삶을 견딜 만한 것이라고 위안할 수 있었다.  - P108

"맞아, 이 문제로 긴 시간을 싸우고 나서 보니까 성범죄는한 사람의 도덕성 문제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나한테그렇게 한 그 사람도 자기가 하는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상상하지 못했겠지. 그 정도는 용납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실제 그랬어. 성인지 감수성을 키울기회가 없던 시대였지. 처음엔 그런 행동을 용납하고 변명해준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컸어. 내 자신에 대한 분노가 가장컸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대를 살던 우리 모두가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제야 나를 용서하고 쓰다듬어줄 수 있게 됐고, 중요한 건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돼서는안 된다는 거지. 그래서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 P128

복수? 그런 거 아니다. 나는 복수따위에 관심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게 내가 언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아빠가 이제라도 언니의 고통을 깨닫고 언니에게 사과하고, 세상에다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사죄하는거다. 어쩌면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할지 모른다. 엄마보다 가진게 많으니 잘못을 인정하는 게 더 어려울 거다. 다 내려놓고 나면 자기가 무너지는 고통을 느끼게 될 테니 겁이 날 거다. 내가아빠라고 부르던 사람에게 그 정도의 양심은 있기를 바란다. 아빠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힘들어도 죽지 않고 반성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 P272

그러나 나는 끝까지 살아낼거에요. 엄마, 숨이랑 함께 살아남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언니의 존재를 드러내고 우리 곁에 살아있게 할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한다해도 우리가 드러낼 진실을 가릴 수 없을 거예요. 우리는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손을 잡고 끝까지 당신과 맞설 거예요.
나는 요즘 내가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엇을 성취하지 않아도,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배워 가고 있어요. 당신이 걸어온 길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내고 그 길을 걸어갈 거예요. 그러니 당신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워도 그 시간을 그대로 견디며 살아가면 좋겠어요.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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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 작가를 처음 알았다. 그림책작가에게 괌심이 있어 이 책을 구입했는데 인터뷰어인 최혜진 작가에게 더 관심이 생겼다. 그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 작가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권윤덕 작가에게선 고군분투하여 얻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소윤경 작가에게선 삶에 대한 치열한 질문과 새로운 시선을 , 이수지 작가에게선 놀이와 삶에 대해 감탄하는 태도를, 유설화작가에게선 자기자신이 되는 것을 배웠다. 고정순 작가에게선 나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과부족한 사람끼리 기대는 연대를, 이지은 작가에게서는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는 힘을 배운다. 여기 나오는 작가들의 인터뷰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하는 인터뷰어의 노력, 성찰이 느껴진다. 여기에 나오는 그림책을 모두 사모으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책이다.

오랫동안 기다림을 수동적인 행위로 여겼다. 유준재 작가와인터뷰를 마친 뒤, 기다림이 얼마나 능동적 행위인지 이해할 수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은 추구하는 사람이다. 찾아 나서는 사람이다.
질문을 나에게 돌린다. 지금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어떻게기다리는가.
- P235

공포를 느끼고 탈육식했지만, 우리 집 다용도실에는 배달 음식을먹고 나온 일회용 쓰레기가 한 무더기다. 외모나 학벌이 자원이 되는현실에 분개하면서 대외적으로 나가는 프로필에는 그럴싸한 사진과경력을 넣고 싶다. 평화, 연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중요하다고믿지만, 그런 거창한 단어를 입에 올리기에 내 일상은 모순으로울퉁불퉁하다.
- P299

무엇인지,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계 속에서 억압받는 존재가누구인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우리 모두가 누릴수도 있었을 평화로운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를 자꾸만 생각하게한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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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라고 말했지만, 20년 가까이 해온 일을 이제 막 그 일을시작한 사람처럼 여전히 새록새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감탄하고,설레한다는 점이 나는 정말이지 신기했다.
- P114

온 힘을 다해 뛰어도 우리는 여전히 자기 자신밖에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볼 필요가 있다. 다른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윤곽을확인하기 위해, "여기까지가 한계이고, 너는 최선을 다했어"라고자신이 설득되는 지점을 찾기 위해. 경계에 울타리를 세우면 비로소안심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 보이는 소중함이 있다.
- P143

저는 왜 자기표현이 중요한지이야기할게요. 표현하지 못한 감정 안에 오래 있다 보면 세상보는 눈이 왜곡되더라고요. 타인의 고통에 무감해지고요. 네가 힘들어서 죽어 나간들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으리라는 상태는 진짜 아픈 상태예요. 한국 사회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자꾸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내가 막혀 있으니까요. 주변과 감응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과 감응해야 해요.
자신의 현재를 이해하고 적절한 언어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해요. 나를 표현하지 못하면 타인과연대할 수 없고, 연대할 수 없으면 열린 공동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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