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위한증언

#김중미

˝아무도 죽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작가님에게 이 소설을 쓸 때 들었던 말인 것 같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괴로워서 죽음에 이르고,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이 뒤집어 지는 것 같았다. 사회적으로 존경 받은 인물이 혹은 아버지가 성폭력 가해자로 알려지지 일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네 엄마는 엄마가 집을 비우게 되면 딸들에게 방문을 꼭꼭 잠그고 자라고 한다더라.˝는 이야기를 나는 어렸을 적부터 엄마에게 들었다. 엄마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가족이어도 남자는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던 것 같다. 그런 말을 쉽게 할 만큼 그 당시에 흔한 일이었고 엄마가 성폭력하는 아빠로부터 자식을 지켜주는 대신 딸들을 단속시키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사회적으로 공공연하게 하던 이야기들이 목소리가 되지 못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죽음을 택하고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그런데 가해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주변사람들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하며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 누가˝ 대˝와 ˝소˝를 정하는가? 한 사람의 일생을 뒤흔드는 일이 왜 ˝소˝ 인가? ‘내가 당한 일이 성폭력이 아니라˝ 숭고한 희생‘이라는 수녀님의 말이 달았다‘는 말이 너무 아프다. 그때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복수? 그런 거 아니다. 나는 복수 따위에 관심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p272)

피해자도 마주하기 힘든 진실이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바뀌는 것이 없다.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며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기에 고군분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자신이 무너지는 고통보다 피해자가 당한 고통에 눈을 돌리기 바란다. 그래야 새로운 길들이 열리고 전과는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자신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워왔기 때문에 자신은 선하다고 정당화하지 말기를, 자신에게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살아낼거에요. 엄마. 숨이랑 함께 살아남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언니의 존재를 드러내고 우리 곁에 살아있게 할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한다 해도 우리가 드러낼 진실을 가릴 수 없을거예요. 우리는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손을 잡고 끝까지 당신과 맞설 거예요. 나는 요즘 내가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엇을 성취하지 않아도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어요. 당신이 걸어온 길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내고 그 길을 걸어갈 거예요. 그러니 당신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워도 그 시간을 그대로 견디며 살아가면 좋겠어요. ˝(p.284)

이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목이 메이고 코끝이 찡했다. 글이 잘 읽혀서 금방 읽었지만 책을 덮고 정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쉽게 나오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처럼 작가님 글에는 언제나 희망이 있다. 지영과 기환과 경미가 지켜온 것들이 결이,가온이, 미래의 연대로 이어진다. 피해자들이 사람들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친구들이 힘겹지만 지켜낼 것이라는 희망이다. , 그리고 가해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이 밝혀져야만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 내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고 해서 어두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인식의 사각지대‘가 있다. 그 인식의 사각지대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도록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 스페인도 가고 싶고 추로스도 먹고 싶어진다. 급식에 추로스가 후식으로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스페인 여행을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유디트 수녀는 M이 1년 넘게 수배자 생활을 하며 심리적으로 피폐해졌을 거라고 했다. M이 얼마나 궁지에 몰려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나약해져 있는지 변명해 주었다. 지영은 그런 M을 연민으로 끌어안은 거라고 말했다. 지영이 어리석었다고 하지 않고, 순수하고 숭고한 희생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 말이 성폭행 피해자라는 말보다 달아서 위로가 되었다.
- P83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받아 혼자가 되었을때 기환은 소설을 읽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은 누구나얼마쯤은 악한 면을 갖고 있고,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위악을 부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환은 소설을 읽으며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소설을 읽다 보면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더 많았다. 그래서 기환은 외로운 자신의 삶을 견딜 만한 것이라고 위안할 수 있었다.  - P108

"맞아, 이 문제로 긴 시간을 싸우고 나서 보니까 성범죄는한 사람의 도덕성 문제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나한테그렇게 한 그 사람도 자기가 하는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상상하지 못했겠지. 그 정도는 용납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실제 그랬어. 성인지 감수성을 키울기회가 없던 시대였지. 처음엔 그런 행동을 용납하고 변명해준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컸어. 내 자신에 대한 분노가 가장컸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대를 살던 우리 모두가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제야 나를 용서하고 쓰다듬어줄 수 있게 됐고, 중요한 건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돼서는안 된다는 거지. 그래서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 P128

복수? 그런 거 아니다. 나는 복수따위에 관심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게 내가 언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아빠가 이제라도 언니의 고통을 깨닫고 언니에게 사과하고, 세상에다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사죄하는거다. 어쩌면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할지 모른다. 엄마보다 가진게 많으니 잘못을 인정하는 게 더 어려울 거다. 다 내려놓고 나면 자기가 무너지는 고통을 느끼게 될 테니 겁이 날 거다. 내가아빠라고 부르던 사람에게 그 정도의 양심은 있기를 바란다. 아빠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힘들어도 죽지 않고 반성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 P272

그러나 나는 끝까지 살아낼거에요. 엄마, 숨이랑 함께 살아남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언니의 존재를 드러내고 우리 곁에 살아있게 할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한다해도 우리가 드러낼 진실을 가릴 수 없을 거예요. 우리는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손을 잡고 끝까지 당신과 맞설 거예요.
나는 요즘 내가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엇을 성취하지 않아도,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배워 가고 있어요. 당신이 걸어온 길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내고 그 길을 걸어갈 거예요. 그러니 당신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워도 그 시간을 그대로 견디며 살아가면 좋겠어요.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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