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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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서모임 덕분에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밀쳐 놓고 읽게 된 [운명과 분노]. 600페이지가 살짝 넘지만 순식간에 스르륵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으로 너무 흥미롭고 재미난 소설이 아닐 수 없다.

한 남자와 여자가 스물 두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서 일생을 함께 보내게 되는 로맨스 소설. 그 두 주인공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던 간에 일단은 현재의 모습을 있는데로 받아드리고 사랑하는 두 사람. 그리고, 남자 주인공 로토. 그는 여러 여자들과 한 마디로 문란하게 만나고 육체를 탐하는데, 어느 날 한 파티에서 처음 본 마틸드라는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하자고 이야기 하는데, 과연 이렇게 누군가를 첫눈에 반할수 있는 것인지? 그 사랑이 변하거나 퇴색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인지? 또 그들 둘다 너무 사랑해서 상대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가면 어쩌나 전전긍긍했던 모습들. 이런 것들이 진정한 남녀의 사랑일까?

이 소설은 다른 어떤 소설과는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두 남녀의 입장에서 소설을 집필해 놓았는데, 앞부분 운명은 남편 로토의 입장에서 뒷편 분노에서는 아내 마틸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 역시 누군가 이야기 한 것처럼 시간 순서대로 쓰여진 로토의 이야기 보다 남편이 죽은 이후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 하면서 보여주는 아내 미틸드의 이야기가 더더 흥미롭고 재미나다. 거기다 남편의 이야기를 이미 읽은 상황이어서 인지 아내 미틸드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 그 장면속에서 로토와 마틸드가 서로 다른 입장이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어 더더 신선하고 흥미로우며, 뭔가를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리고 내가 여자여서인지 마틸드의 입장이 더 이해되고 어딘지 모르게 가슴 아프고 아련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하지만, 두 주인공 이외에 이 소설에 참 많은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주변 인물들은 도대체 왜 그런 행동들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예를 들면 어려서 동생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면 있는 마틸드를 버린거나 다름없는 그에 부모. 그 때 마틸드는 겨우 네살이지 않았나?! 그건 일부러가 아닌 분명 실수이지 않은가? 또 아들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모든 일을 혼자서 비밀로 돈으로 처리한 로토의 어어니 앤트워넷. 로토와 미틸드의 관계가 무엇이 되었건, 거짓이 존재하든 어찌되었든 죽을때까지 비밀로 간직하지 않고 어쩜 로토를 죽음으로 몰아넣은거나 다름없는 친구 콜리의 행동. 이런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책을 읽을수록 나에게 의문을 갖게 하는 일들이다.

그리고 작가는 어떤 사건에 대해 확실하게 친절하게이야기를 해 주지 않고, 독자 스스로가 "아 이런거구나" 하고 깨우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하며, 그래서 어찌보면 소설의 문맥에 내용에 더 집중하면서 읽어야 하는 것 같으며, 화려하고 다채로운 문체의 맛으로 독자인 내가 그 속에 함께 있는 듯 실감나게 읽어갈 수 있게 만드는 듯 하다. 한 마디로 소설의 장면, 장면들이 내 머리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상상을 불러 일으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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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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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모임에서 다른분들이 추천해 주어 읽게 된 [나를 보내지마]. 모두가 찬사를 보내는데, 나에게 그닥 재미나다거 그렇지 않다. 도대체 작가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 한 것일까 싶다. 왠지 난해한 듯한 느낌.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어 했던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 어떤 사람들은 SF소설이라 칭하는데, 그래서 난 더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지 모르겠다.

간병사 일을 아주 잘 하고 있다는 캐시라는 인물. 그녀는 간병사 일을 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 자신이 자란 헤일셤이라는 곳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의 간병인을 자처한다는데, 그것은 그냥 환자를 간병하는 간병사가 아닌 기증자들을 간병하는 일을 하는 것이며, 오래전 헤야셤에서 생활할 때 그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기증자로서 샮을 살다 마감하게 되는 삶. 어린 학생들을 기증자로 미리 정해놓고, 교육하고 키웠다는 이야기인 듯 하다. 지금 생각하면 인간으로써 해서는 아니되는 일이 아닌가 싶다.

기증자들이 잘 적응하고 견딜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일을 하는 캐시. 그녀는 어려서 헤일셤에서 함께 지냈던 루시와 토미의 기증자 간병인을 하며,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그들과 함께 했던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데, 많은 시간 캐시도 토미도 루스도 모두모두 자기들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생활했던 모습들이 계속 보이게 되는데, 도대체 한 인간의 삶을 이렇게 흘러가게 하는 자격은 누가 만든 것일까? 그리고 한번의 기증이 아닌 두벼, 세번, 어떨때는 네번까지, 한 마디로 죽음때까지 기증을 하는 모습. 이런 것은 과연 누가 누구를 위해 만든 것인가 말이다.

모든 것에 대해 정확한 설명도 없이 그냥 소설 속에 나오는 단어들인 간병사, 기증, 근원자, 클론 이런 단어들을 통해서 독자 스스로가 생각하고, 짐작하고 상황을 느껴야 하는 것들이 난 이해하기 쉽지 않고, 도대체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소설을 읽는 내내 사뭇 지루하기만 하다.

우린 이 소설에서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 것인가?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 하려 했던 것일까? 어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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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8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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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영국 작가라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1989년 작품 [남아 있는 나날ㅡ원제 The Remains of the Day]. 달링턴 홀의 집사로 오랜 세월 달링턴 경을 모시며 일하던 주인공 스티븐스. 그는 달링턴 경이 돌아가시고, 새로 그곳으로 이사 온 미국인 주인 페레데이 어르신을 이제는 모시고 있는데, 페레데이 어르신은 그들이 잠시 떠나 있는 시간동안 스티븐스에게 자동차 여행을 권해주고, 스티븐스는 처음으로 달링턴홀을 떠나는 6일간의 자동차 여행을 시작한다.

이제 스티븐스는 그 오래전 자신과 함께 일을 하면서, 총무일을 했던 켄턴양을 만나러 가게 되는데, 그녀는 결혼해서 서부지방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여러 번의 편지에서 벼로 행복해 하는 느낌이 없으며, 왠지 모르게 다시 달링턴홀로 오고 싶어 하는 듯 해 스티븐스는 그녀를 만나러 자동차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길을 자동차로 운전해서 가는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마라게 되고, 과거 달링턴홀에서의 자신의 집사 생활을 회상하고, 집사란 무엇인지? 또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지? 그리고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품위란 무언인지? 스스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은 충분히 그런 품위를 갖춘 위대한 집사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다만 지금 모시고 계시는 페레데이 어르신이 간혹 던지는 농담을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가 고민이기도 하다.. 또, 달링턴홀에서의 켄턴양과 관계에 대해서도 되짚어 보며, 달링턴 경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한번 추억하면서 자신이 그 분께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쳤다고 회상하게 된다.

한 사람의 집사가 자신의 주인을 이렇게 진심으로 모실 수 있을까? 싶으면서, 스티븐스 스스로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너무도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경이롭기도 하다. 게다가 집안의 엄중한 손님들을 모심으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 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집사로서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건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고,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불평 불만이란 전혀 갖지 않고 감사하는 모습. 그것 역시 우리들에게 지금 남아 있는 나날 속에서 갖추어야 하는 마음가짐이며, 올바른 정신 함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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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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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 작가의 [하얀성]. 스토리도 있고, 술술 잘도 읽히는 것이 괜찮다 했다. 하지만 정작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는 자꾸 의문만 쌓이게 된다. 과연 작가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이야기 해 주기 위해 이 소설을 집필한 것일까? 또한 어째서 제목은 또 하얀성일까?!

주인공 나는 배를 타고 베네치아에서 나폴리로 가는 길에 터키의 커다란 함대에게 붙잡혀 이스탄불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노예가 되었다. 나는 고향에 어머니도 계시고 약혼녀도 있는 23세의 청년이다. 배에서는 여러 종류의 책을 마구잡이로 읽었다. 그 지식들을 바탕으로 나는 노예가 되어서도 좀더 편한 일을 하기 위해, 의사이다라고 천문학자라고 마구 지식을 뽐낸다. 그러다, 이스탄불의 군지휘관인 파샤의 천식을 치료하게 되어 배의 노를 젓는 노예가 아닌 글을 쓰고 자신의 지식을 무기 만드는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호자라는 인물의 노예가 된다.

여기서 호자는 모든 일에 있어 호기심이 가득하고 무엇인가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일에 몰두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호자는 파샤의 신임을 얻고 있어 추후 이스탄불의 군주인 파디샤의 신임도 얻게 된다. 파디샤는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호자의 연구를 믿어 주고 밀어주는 군주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호자의 노예인 나도 덩달아 자신의 지식을 호자에게 알려주게 되면서 어느 순간 호자의 노예가 아닌 동료같은 느낌, 스승같은 느낌이 든다.

나와 호자 이 둘은 시계를 연구고 별을 관찰하며 연구하고 천문학을 중점적으로 전쟁에 쓸 무기를 연구하고 하면서 "나 라는 사람은 누구인가"하는 깊은 성찰을 하는 일에 몰두하게 되는데, 그렇담 작가는 독자에게 "나 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를 생각해 보게 하기 위해 이 소설을 집필한 것일까?

아님 책의 앞 부분에 나온 이야기처럼 "처음부터 결정된 인생은 없다. 모든 이야기는 실상 우연의 연속이다"라는 것처럼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인생이라는 것이 우연의 연속이라고, 어쩜 이미 정해진 운명, 필연이라고 이야기 하려 한 것일까? 아뭏튼 심히 어렵고 어려운 것이 오르한 파묵의 하얀성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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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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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지 못한 책들을 모아 놓은 내 카트기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정호승 시인의 시선집을 뽑아 들었다. 누군가는 시가 어렵다 했지만, 내게는 그져 제목에 이끌렸던, 어쨌든 간에 시를 읽고 내맘데로 슬픔은 슬픔으로 기쁨은 기쁨대로 느끼고 받아 드리게 되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시인 인생 50년을 보여주고 있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시선집은 총 275편의 시를 담고 있는데, 왠지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을 사랑해야만 한다고 읊으는 시들 같다. 거기다 우리들이 느끼는 사랑, 외로움, 그리움, 슬픔, 기쁨, 거기다 행복감 까지 각각의 여러 감정들을 시에 잘 담아 놓고 있는 듯 한데, 난 그 감정들 속에서 왠지 모르게 그리움을 더 많이 느끼는 듯 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미싱사 보조 일을 하러 떠난 딸을 애타게 기다리는 어머니. 하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딸. 어느 날 썰렁한 자취방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먼 하늘 나라로 떠나 버린 딸. 그 딸을 눈물로 그리워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절절하게 이야기 하는 [마지막 편지]. 이렇듯 그 마음이 애타게 느껴져 함께 그리워하고 슬퍼하게 만든 시. 이게 바로 정호승 시인의 시가 주는 힘이 아닐까 싶다.

정호승 시인은 "시란 시를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라 이야기 하면서, 시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만인을 위한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말의 진심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한번에 소설처럼 시를 쓰르륵 다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 내킬때 마다 꺼내서 조금씩 조금씩 곱씹으며 읽는 것이 시를 읽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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