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포프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9
에스펜 데코 지음,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 손화수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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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에스페 데코는 1968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나서 인형극을 전공하고, 무대감독 및 극작가로 활동했다. 노르웨이 아동문학협회에서 작가 과정을 밟았다. 그림을 그린 마리 칸스탄 욘센은 1981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났다. 

이렇게 노르웨이 작가가 쓴 책은 처음 읽어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인《상실의 시대》의 이전 제목인 《노르웨이의 숲》이외에는 노르웨이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도 결국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부모와 자식, 형제, 친구, 그리고 애완동물과의 사랑이다. 

책의 겉표지에는 커다란 강아지와 아이가 있다. 흐뭇한 표정의 강아지와 이런 강아지를 쓰다듬는 아이의 모습이다. 그림에서 강아지와 아이의 사랑이 듬뿍 넘쳐난다. 

그런데, 이 동화책은 가슴 아픈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강아지를 키운 적인 없지만, 내가 어릴 적 함께한 반려견, 그리고 나와 같은 추억을 간직한 녀석이 나이가 들어서, 내 말을 잘 못 알아듣고, 잘 보지도 못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예전에는 같이 공원에서 뛰어 놀고, 집 안에서는 나를 귀찮게 하고, 애정표현을 하던 녀석이 어느 순간, 하루 종일 잠만 자고, 밖으로 나가도 세상만사 귀찮다고 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아지의 이름은 포프이고, 아이는 에드바르도다. 

에드바르도는 밖에서 뛰어놀거나, 산책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든 포프는 마냥 힘들기만 하다. 

포프는 이제 꼬마 에드바르도가 집에서 책을 읽으면, 옆에서 지켜보면서 쉬는 것이 좋다. 포프는 꿈을 꾸는 것이 더 좋다. 어떻게 보면 깨어있으면 몸이 힘들지만, 꿈을 꿀 때는 마음껏 날아다니고, 자기가 좋아하는 토끼들을 쫓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포프는 걷고 또 걸었어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어요.

 포프는 이제 걷지 않아서 좋아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렇게 포프는 마지막 꿈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녀석에게 침대는 따뜻하고, 포근해서 계속 잠이 오곤 했다.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만 싶다. 

어쩌면 포프와 에드바르도의 이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에드바르드의 두 눈이 흠뻑 젖었어요. 포프는 에드바르드의 손을 핥아 주었어요.” 


포프는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아이는 이제 포프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주위의 것은 그대로 인대로 말이다. 

정말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다. 

사람간의 사랑도 아름답고 슬프지만,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인생은 또 어떤가? 

우리가 세상을 떠나면, 이렇게 깊은 잠에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곂에 에드바르도와 같이 나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꼬마와 강아지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꼬마는 강아지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고, 강아지도 꼬마 곂에서 조용히 숨죽이며 옆을 지켰다는 점이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이기적인 감정이 없었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만 있었다. 


문득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포프와 같은 커다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그리고 둘 만의 우정을 키워나갔으면 한다. 


간만에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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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삶 내면의 삶 2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김진주 옮김 / 청년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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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다. 

‘내면의 삶’이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이 책의 부제에 나온 바와 같이 3분간 나를 인식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삶이 내면의 삶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나 바쁜 현대인의 삶을 살면서 단지 3분간도 나 자신에 집중을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간이 나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인식을 못한다. 아니, 오히려 고통이나 슬픔, 스트레스가 있으면 자꾸 회피하려고 한다. 


저자 크리스포트 앙드레는 불안 및 우울 장애 전문 정신과 의사로 90년대 말부터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부터 임상치료 차원에서 환자들에게 마음 챙김 명상을 권하고, 이에 맞는 명상법을 찾고 있다. 

의사로서 쓴 현대 의학 지식과 명상이 적절히 잘 어우러진 책 같다. 


목차는 총 40개로 구성되어 있고, 고독, 의지, 산책, 명상, 쾌락, 시기심, 수용, 용서 등 우리가 살면서 느끼거나 마주치는 것들에 대해서 작가의 생각을 기술하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 담담히 기술되어 있다. 


결국 세상의 모든 반응과 접촉에 대해서 이를 바라보고 온전히 느끼는 것이 결국 ‘마음챙김’이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멍때리기를 하면 DMN(Default Mode Network) 상태에 들어가면서 많은 영감을 떠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두뇌의 전원 스위치를 끄고, 잠시 휴식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보통 집중해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냥 배경음악으로서만 음악을 듣고, 다른 일을 한다. 최근에 온전히 음악에 집중해본 적이 있는가? 


사실 내가 어릴 적에 휴대폰와 컴퓨터가 없을 때는 턴테이블에 레코드판을 틀고, 음악만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호두까기 인형’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폈다. 어쩌면 그것이 나에게 명상의 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음악을 편하게 듣고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도 높아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음악을 들을 때 “뇌 선조체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뇌가 활성화된 것이라고 한다. 


실수에 관한 저자의 말도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특히 ‘사람들은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앞으로의 시간을 더 잘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라 브뤼예르의 말을 인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우리는 실수를 후회하지만, 앞으로 완벽하게 살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우리는 살면서 또 다른 실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가 실수하는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 실수를 통해서 후회보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취기’라는 주제가 너무 재미있었다. 

저자는 술을 좋아하지만, 단 의식이 또렷하고 정신이 멀쩡한 경우에 한해서라고 말한다. 즉, 술은 한 잔 또는 두 잔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심지어 술 없이도 취할 수 있다고 정말 배우고 싶은 경지다. 아마 나도 앞으로 와인 한 잔, 또는 두 잔을 마시면서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또렷한 정신으로 마시는 술’이라는 말이 너무 마음에 와 닿는 글귀다.  


또한 독서는 ‘책 읽기를 멈추는 순간’부터 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즉, 책을 덮고 나서부터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사실 나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활자를 ‘나의 마음속에 새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책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될 수 있다. 이를 ‘흡수 독서’라고도 한다. 


집중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보통 우리는 집중을 하고 나서 ‘주의력 피로’에 빠지는 데, 이럴 경우 TV나 휴대폰 등을 본다. 나 같은 경우도 전에는 휴대폰의 SNS를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고는 했다. 그런데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호흡을 가다듬고, 기지개를 켜고 움직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앞으로는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그냥 멍하니 앉아서 호흡을 하거나 누워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나의 마음을 완전히 이완해야 나의 눈, 머리, 몸도 모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외에 고독에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의지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 산책은 우리 내면의 삶의 동반자라는 점, 화장실은 내면의 삶을 위한 곳이므로 휴대폰이나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는 점, 죽음의 공포를 길들이기 위해서 가끔 묘지에 가보자는  등 이 책에서는 평생 간직해야할 주옥같은 말들이 많다. 


결국 저자가 책의 앞부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가 내면의 삶에 집중하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선물은 어쩌면 주위의 아무리 사소한 것들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세상의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오직 삶이 존재’할 뿐이다. 


중세 독일의 수도사이면서 사상가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은 종종 우리를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언제나 우리 안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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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타협 미식가 - 맛의 달인 로산진의 깐깐한 미식론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김유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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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미식가입니까?”

음식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우리는 삼시세끼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습관처럼 음식을 섭취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진정한 ‘미식가’의 삶을 살 것이다. 

내가 아는 선배도 일본에 거주하는 데, 그가 올리는 맛 집 투어는 정말 군침을 돌게 만든다. 물론 나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습관처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감사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이 ‘음식의 도道’를 논한다. 

저자 기타오리 로산진은 ‘깐깐한 미식가’이고 요리사, 도예가, 화가, 서예가, 칠공예가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있다. 알고 보니, 이 분은 꽤 오래 전 분인데, 1883년에 출생해서, 1959년에 돌아가셨다. 이 분의 글들만 따로 엄선해서 엮은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배울 수 있다. 

서론에 소개된 바와 같이 그는 정말 깐깐하다. 인생 자체도 깐깐하게 사셔서, 여러 명의 부인과 이혼을 했고, 그의 장례식 때는 그의 딸조차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생전에 얼마나 가족들에게 소홀했으면 이랬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예술가들의 삶은 이런 것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어쨌든 그의 이러한 장인 정신과 타협하지 않는 마음이 뛰어난 예술 작품과 기록들을 남겼다고 본다. 

 그는 “사람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므로 하루 세끼 중 단 한 끼라도 허투루 먹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철저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음식에 대한 장인 정신은 결국 삶에 대한 자세와 연결된다고 본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 명상을 할 때, 책을 읽을 때 등 ‘철저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어떤 사람도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와 같이 평생을 그 일을 ‘업’으로 생각해야 한다. 중간에 타협하거나 멈춘다면 ‘장인’이 될 수 없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미식가의 길, 2장은 요리의 본질, 3장은 궁극의 진미를 찾아서, 4장은 미식이란 음식을 제대로 알고 먹는 것, 5장은 오차즈케를 아십니까로 끝난다. 

 1장 미식가의 길에서 첫 장에 쓰인 글귀가 눈에 띈다. 

 “단 한 번 주어진 인생을 아름답고,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삼시 세끼 맛있는 음식만 먹고, 좋아하는 음식만 먹어라. 시시한 식기로는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의지를 품고 인생을 깊게 의미 있게 살아라.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복福 중의 하나가 바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이 아닌가 싶다. 꼭 비싼 음식이나 진수성찬이 아니더라도 몸이 건강해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또한 그 음식에 맞는 식기까지 갖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삶이 진정한 ‘소확생’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 주어진 음식을 맛있게 먹고, 그리고 즐길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얼마나 더 있겠는가? 

 저자도 음식을 바라는 곳은 ‘입’이 아니라 ‘몸 전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마음도 몸의 부분이기 때문에, 나의 마음도 그 음식을 좋아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회’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맛있는 광어나 참치회라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개성 없는 음식으로 매끼 겨우겨우 때우면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음식의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진정한 ‘음식의 도’라는 점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다. 

 정말 그렇다. 요새는 음식 맛을 살리기 위해서 화학 조미료나 설탕 등을 사용해서 음식의 본연의 맛을 훼손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요리를 못 한다. 아닌 안 한다.) 또한 저자는 수천, 수만의 식재료에는 본연의 맛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살려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당일 만든 음식은 당일에 먹어야하는 원칙을 제시한다. 또한 신선한 재료는 껍질도 아껴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쌀밥’을 요리에서 가장 강조하는데, 밥이 모든 음식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 가서 쌀밥을 먹으면 상당히 맛있다. 고소한 느낌이 들 정도다. 밥이 맛있다면 사실 반찬은 김이나 계란, 된장국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한 〈호시가오카 사료〉라는 곳은 나중에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이 곳은 요리도를 실현하는 일종의 도장(道場)이라고 한다. 그는 음식은 단순히 돈벌기 위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진정으로 주인과 손님이 감동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이렇게 미식을 즐기는 저자도 돈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두부만 먹더라도 그는 멋진 도자기 그릇에 두부를 담아서 먹었다. 한 마디로 그는 ‘풍류’를 즐겼던 것이다. 특히 저자는 맛은 ‘혀끝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맛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그는 국수를 먹는 방법도 소개한다. 메밀국수는 한꺼번에 볼이 미어지게 넣어서 국수가 목구멍을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단숨에 먹어야 한다고 한다. 국수가 목구멍을 넘어갈 때 그 감촉이 메밀국수 맛을 좌우한다고 하는데, 잘 못하다가 숨이 막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중에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방법이다. 

 저자는 미식가가 되기 위해서 모두 비싼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제각기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요리에 만족하면 된다고 말한다. 사실 나 같은 경우도 요새는 산해진미보다는 소박한 음식이 좋다. 김치찌개, 계란찜, 청국장, 잔치국수 등이 너무 맛있다. 

 저자도 이에 대해서 동의한다. 호화로운 요리에 물린 사람이 먹고 싶은 간단한 요리로 ‘오차즈케’를 마지막 장에 소개한다. 나도 오차즈케의 맛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남도 음식점에도 마지막에 오차즈케와 생선이 나와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저자는 은어, 표고버섯, 멧돼지 고기, 전복구이 등이 유명한 곳, 먹는 방법을 소개하고 심지어는 희귀한 음식인 도롱뇽, 두꺼비 요리도 언급한다. 솔직히 희귀요리는 그다지 당기지 않는다. 

 이렇게 까다로운 저자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복어’와 ‘고사리’라고 한다. 그는 최고의 미식을 ‘무미’라고 말한다. 아마 음식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질리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그의 성격과 사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아주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고, 일본 요리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심지어 ‘망해가는 일본 요리를 구해야 한다’라고 외칠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요리는 어떻단 말인가? 

 이 부분은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요리가 너무 적은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가게 주인도 ‘장인 정신’ 보다는 프랜차이즈 또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느낀다. 

 물론 아주 가끔 주인의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음식점을 발견한다. 그럴 때는 정말 너무 감격스러워서 노다지를 발굴한 것 같다. 

 이 책은 서론에서 엮은이가 밝힌 바와 같이 미식가를 위한 책이다. 그런데, 꼭 미식가가 아니고 음식에 조금만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주의할 점은 배고플 때 이 책을 읽으면 안 된다. 배가 많이 고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첫 장에 공자가 남기신 글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먹고 마시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맛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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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포커스 - 효율성 제로에서 에이스가 되는 집중의 기술
크리스 베일리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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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새 나이가 들면서 집중력이 부쩍 떨어짐을 느낀다. 더군다나 우리의 집중력을 쉽게 빼앗는 스마트폰에 더 많이 의지하면서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잠깐 틈이 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 별로 생산적이지 않은 일에 자꾸 주의를 빼앗긴다. 

 이렇게 주의력을 잃다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 회의 시간의 내용, 중요한 약속, 애인과의 추억, 소중한 순간 등. 

 이제는 우리는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아야할 때다. 원시 시대 때, 동물을 잡기 위해서 우리의 선조들은 얼마나 많이 집중을 했던가?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40초마다 새로운 일을 하고, 하루 중 47%를 방황하면 보낸다고 한다. 즉,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18시간을 깨어있다면 우리가 열중할 수 있는 시간은 8시간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우리의 주의가 방해를 받으면 다시 집중하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고 한다. 

 저자는 최근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집중’에 대한 주제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여러 혁신기업에서 주목받는 생산성 전문가다. 그는 스마트폰 한 시간만 사용하기, 아침형 인간 되기 등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 여러 가지 생산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이퍼포커스란 ADHD 논문에서 유래했고, 중요한 일이든 안 중요한 일이든, 한 가지 일에 주의력을 전부 쏟아 붓는 상태를 묘사한다. ADHD를 앓고 있는 사람은 언제 집중할지를 통제를 하기 어려워한다고 한다. 저자가 언급한 하이퍼포커스는 ‘의도적으로 주의를 집중한 상태’를 말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특히 나의 집중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주의 집중 영역에 더 적은 대상’을 들여놓아야 한다. 그래야 그 대상에 온전히 집중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너무 많은 일들에 집중을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일에 쏟을 집중력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주의를 빼앗는 것이 없어지면 우리의 에너지는 더 오래가기 때문에 휴식을 안 취하고도 더 오래 일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의 에너지를 세이브하고,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의력을 빼앗는 대표적인 것은 무엇일까?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각종 알림, 스마트폰, 기타 기기, 이메일 등이다. 이렇게 우리의 주의력을 도둑질 당하지 않기 위해서 저자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서 스마트 폰을 가방에 넣고 다녀서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중요한 회의나 모임 때는 비행기 모드로 바꾸는 것이다. 또한 알림의 개수를 줄이고, 이메일도 하루에 한 시간만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인과 데이트 할 때는 서로 스마트폰을 바꾼다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안 보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 부분은 위험할 수도 있다. 갑자기 영화 〈완벽한 타인〉이 생각난다. 

 하이퍼포커스에 들어가기 위한 4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생산적이거나 의미 있는 집중 대상을 고르고 

 2. 우리 안팎에서 주의를 빼앗는 것들을 가능한 한 많이 제거하고 

 3. 선택한 대상에 집중하고 

 4. 그 대상으로 계속해서 다시 주의를 돌려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몇 가지 시도를 해봤다. 

 먼저 글을 쓸 때, 휴대폰을 껐다. 글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2시간 반을 휴대폰을 안 쳐다보고 글을 쓸 수 있었다. 무려 2장, 10개 목차의 퇴고를 완료했다. 주의를 빼앗기면 잠시 스트레칭을 하거나 설거지 또는 청소를 했다. 그리고 다시 집중해서 글을 썼다. 이렇게 하니 2시간 반 동안 온전히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휴대폰 앱의 알림 기능을 대폭 조정했다. 쓸데없는 알림을 없애면서 스마트폰이 옆에 있더라도 방해를 받는 일이 부쩍 줄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목적 의식’이다. 내가 오늘 해야 할 일 3가지를 정하면 목적 의식을 더욱 고취시킬 수 있다. 아무런 목적 없이 나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은 나에게 스트레스만 주고, ‘집중’을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반면 하이퍼포커스와는 반대인 ‘스캐터포커스’가 있다. 하이퍼포커스가 어떤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집중의 행위라면 스캐터포커스는 그 반대다. 하이퍼포커스가 외부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스캐터포커스는 자신의 내부를 바라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멍 때리기’다. 또는 시간을 정해놓고, 생각이 가는 대로 글을 쓰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포획’이라고도 표현한다. 

 스캐터포커스는 창조적인 행위를 위해서 필요하다. 커피마시러 가기, 산책하기, 쓰레기 버리러 가기 등 습관적인 일을 하면서 떠오른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일’을 골라야 한다. 단순한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게 된다.  

 물론 이러한 단순한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스마트폰은 멀리해야 한다. 하루 정도 휴대전화를 집에 남겨두는 일에도 도전해보자고 한다. 

 그냥 ‘휴식’을 취하거나 충분한 잠을 자는 것도 스캐터포커스를 위해서 필요하다. 저자는 1시간 잠을 못 자면 그 다음 날의 2시간을 잃는 행위라고 한다. 그만큼 충분한 휴식은 필요하다. 

 현대인들의 집중력 부재는 이제 심각한 문제다.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한시라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면, 현재 나의 감정이 어떤지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또한 휴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휴대폰이나 TV, 인터넷을 보면서 눈과 뇌를 피곤하게 만든다.

 지금 스마트폰을 끄고, 책을 한 권 읽으면 어떨까? 

 단 10분이라도 좋다. 그리고 익숙해지면 이를 늘려나가면 된다.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집중력과 휴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나도 하이퍼포커스 , 스캐터포커스 예찬론자가 되었다. 나는 이를 적절히 섞어서 90분은 하이퍼포커스에, 휴식하는 15분은 스캐터포커스를 시도할 생각이다. 이제 90분간 책을 읽고 글을 썼으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려고 한다. 물론 휴대폰은 집에 두고 서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일상생활에 다시 집중하고, 진정한 휴식을 취할 때다.

 “더 배우고, 더 기억하고, 더 신중하게 행동하며, 그 결과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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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지도 박물관 - 지도의 암호를 해독하라 옐로우 큐의 박물관 시리즈
양시명 지음, 김재일 외 그림, 나일등기행단 콘텐츠,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 감수 / 안녕로빈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옐로우 큐는 노란색의 옷을 입고 있는 큐레이터다. 아이들은 이 공 모양의 머리카락을 가진 큐레이터를 따라서 박물관 체험학습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우연히 소설 〈보물섬〉의 현장으로 빠져든다. 

저자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잡지사의 기자로서 글을 썼다. 그러다가 영화 시나리오와 미스터리 소설을 주로 써 왔다. 마침내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면서 자신의 꿈을 이뤘다. 또한 이 책은 경희대 혜정박물관에서 감수를 해서, 역사적인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지도의 역사를 가르쳐주는 창작소설이다. 지도에 대한 역사도 가르쳐주면서 〈보물섬〉의 주인공과 같이 모험을 한다. 주인공은 지오, 현아, 관섭, 양희다. 지오는 현아를 좋아하지만 짓궂은 장난을 친후 사이가 멀어지자 다시 사이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마침 현아가 지도 박물관 체험 학습에 참여한 사실을 알고 같이 참여한다. 

그러다가 지우는 사이가 안 좋은 관섭과 티격태격 싸우다가 보물섬의 현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다른 친구들도 나중에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도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요새는 네비게이션을 통해서 쉽게 지리를 찾을 수 있지만 내가 어렸을 적이나 젊은 시절에는 지도를 들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차에는 누구나 지도책을 갖고 있었다. 물론 요새는 차에서 지도책을 찾을 수 없다. 

이렇게 점차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지도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배우게 되었다. 

최초의 지도는 13,66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돌 위에 그려졌다. 때는 구석기 시대이기 때문에 주변의 환경을 파악하거나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주변의 지형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니었나 싶다. 

이 뿐만 아니라 고대 바빌로니아 점토판의 지도도 흥미롭다. 이 지도는 세계지도 중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점토판의 위쪽에는 설형문자를, 아래쪽에는 지도가 새겨져있다. 바빌로니아 문명은 기원전 4000년대 말로 수메르인이 세운 도시국가다. 

이 후에 프톨레마이우스는 그리스의 천문학자(100~170년?)인데, 여덟 권의 《지리학》을 편찬했다. 그는 또한 천동설을 완성했다. 그의 책은 나중에 15세기 학자들에 의해 지도로 만들어졌는데, 이 지도를 참고해서 콜럼버스가 항해에 사용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지도에 따르면 인도는 가깝게 묘사되어 있어서 콜럼버스는 손쉽게 인도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고, 이곳을 인도라고 믿었다. 

또한 이슬람 문명의 〈알 이드리시의 지도〉는 알 이드리시가 국왕의 명을 받고 15년 동안 그린 지도라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사실은 남반부가 오히려 위쪽에 있는데, 이는 남쪽의 메카가 남쪽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지도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나라가 중심이라는 곳을 위주로 그려졌다. 

무엇보다 1402년 태종 때 만들어진 조선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도는 일본에 넘어갔다가 1910년 일본의 한 대학에서 발견되었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지도의 놀라운 점은 조선의 크기가 중국 대비 크게 작지 않고, 심지어 유럽과 아프리카도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김정호의〈대동여지도〉는 남북으로 7m, 동서로 3m에 이르는 어머 어마한 크기의 지도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대동여지는 ‘세상 만물을 싣고 있는 수레 같은 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 지도는 김정호가 단독으로 그린 것이 아니고, 그를 도왔던 친구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지도에 대한 다양한 역사를 배우면서, 아이들의 모험도 숨 가쁘게 전개된다. 

소설 《보물섬》에 등장하는 짐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무사히 박물관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초등학교 3학년 ~ 6학년 교과서와 연계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회와 지도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지도의 역사를 아이들의 모험이야기와 엮으면서 내용이 아주 흥미진진해졌다. 

나도 오랜만에 다시 지리 공부를 한 느낌이다. 

어른이 아이들의 책을 읽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쉽게 풀이된 아이들의 책을 읽으면서 이미 마흔 중반의 나이를 먹은 나도 공부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지도의 역사를 배우고, 보물섬의 내용도 얘기하면서, 다양한 모험을 같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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