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 내면의 삶 2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김진주 옮김 / 청년사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다. 

‘내면의 삶’이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이 책의 부제에 나온 바와 같이 3분간 나를 인식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삶이 내면의 삶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나 바쁜 현대인의 삶을 살면서 단지 3분간도 나 자신에 집중을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간이 나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인식을 못한다. 아니, 오히려 고통이나 슬픔, 스트레스가 있으면 자꾸 회피하려고 한다. 


저자 크리스포트 앙드레는 불안 및 우울 장애 전문 정신과 의사로 90년대 말부터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부터 임상치료 차원에서 환자들에게 마음 챙김 명상을 권하고, 이에 맞는 명상법을 찾고 있다. 

의사로서 쓴 현대 의학 지식과 명상이 적절히 잘 어우러진 책 같다. 


목차는 총 40개로 구성되어 있고, 고독, 의지, 산책, 명상, 쾌락, 시기심, 수용, 용서 등 우리가 살면서 느끼거나 마주치는 것들에 대해서 작가의 생각을 기술하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 담담히 기술되어 있다. 


결국 세상의 모든 반응과 접촉에 대해서 이를 바라보고 온전히 느끼는 것이 결국 ‘마음챙김’이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멍때리기를 하면 DMN(Default Mode Network) 상태에 들어가면서 많은 영감을 떠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두뇌의 전원 스위치를 끄고, 잠시 휴식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보통 집중해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냥 배경음악으로서만 음악을 듣고, 다른 일을 한다. 최근에 온전히 음악에 집중해본 적이 있는가? 


사실 내가 어릴 적에 휴대폰와 컴퓨터가 없을 때는 턴테이블에 레코드판을 틀고, 음악만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호두까기 인형’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폈다. 어쩌면 그것이 나에게 명상의 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음악을 편하게 듣고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도 높아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음악을 들을 때 “뇌 선조체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뇌가 활성화된 것이라고 한다. 


실수에 관한 저자의 말도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특히 ‘사람들은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앞으로의 시간을 더 잘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라 브뤼예르의 말을 인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우리는 실수를 후회하지만, 앞으로 완벽하게 살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우리는 살면서 또 다른 실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가 실수하는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 실수를 통해서 후회보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취기’라는 주제가 너무 재미있었다. 

저자는 술을 좋아하지만, 단 의식이 또렷하고 정신이 멀쩡한 경우에 한해서라고 말한다. 즉, 술은 한 잔 또는 두 잔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심지어 술 없이도 취할 수 있다고 정말 배우고 싶은 경지다. 아마 나도 앞으로 와인 한 잔, 또는 두 잔을 마시면서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또렷한 정신으로 마시는 술’이라는 말이 너무 마음에 와 닿는 글귀다.  


또한 독서는 ‘책 읽기를 멈추는 순간’부터 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즉, 책을 덮고 나서부터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사실 나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활자를 ‘나의 마음속에 새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책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될 수 있다. 이를 ‘흡수 독서’라고도 한다. 


집중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보통 우리는 집중을 하고 나서 ‘주의력 피로’에 빠지는 데, 이럴 경우 TV나 휴대폰 등을 본다. 나 같은 경우도 전에는 휴대폰의 SNS를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고는 했다. 그런데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호흡을 가다듬고, 기지개를 켜고 움직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앞으로는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그냥 멍하니 앉아서 호흡을 하거나 누워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나의 마음을 완전히 이완해야 나의 눈, 머리, 몸도 모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외에 고독에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의지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 산책은 우리 내면의 삶의 동반자라는 점, 화장실은 내면의 삶을 위한 곳이므로 휴대폰이나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는 점, 죽음의 공포를 길들이기 위해서 가끔 묘지에 가보자는  등 이 책에서는 평생 간직해야할 주옥같은 말들이 많다. 


결국 저자가 책의 앞부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가 내면의 삶에 집중하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선물은 어쩌면 주위의 아무리 사소한 것들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세상의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오직 삶이 존재’할 뿐이다. 


중세 독일의 수도사이면서 사상가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은 종종 우리를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언제나 우리 안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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