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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포프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9
에스펜 데코 지음,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 손화수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2월
평점 :
저자 에스페 데코는 1968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나서 인형극을 전공하고, 무대감독 및 극작가로 활동했다. 노르웨이 아동문학협회에서 작가 과정을 밟았다. 그림을 그린 마리 칸스탄 욘센은 1981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났다.
이렇게 노르웨이 작가가 쓴 책은 처음 읽어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인《상실의 시대》의 이전 제목인 《노르웨이의 숲》이외에는 노르웨이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도 결국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부모와 자식, 형제, 친구, 그리고 애완동물과의 사랑이다.
책의 겉표지에는 커다란 강아지와 아이가 있다. 흐뭇한 표정의 강아지와 이런 강아지를 쓰다듬는 아이의 모습이다. 그림에서 강아지와 아이의 사랑이 듬뿍 넘쳐난다.
그런데, 이 동화책은 가슴 아픈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강아지를 키운 적인 없지만, 내가 어릴 적 함께한 반려견, 그리고 나와 같은 추억을 간직한 녀석이 나이가 들어서, 내 말을 잘 못 알아듣고, 잘 보지도 못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예전에는 같이 공원에서 뛰어 놀고, 집 안에서는 나를 귀찮게 하고, 애정표현을 하던 녀석이 어느 순간, 하루 종일 잠만 자고, 밖으로 나가도 세상만사 귀찮다고 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아지의 이름은 포프이고, 아이는 에드바르도다.
에드바르도는 밖에서 뛰어놀거나, 산책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든 포프는 마냥 힘들기만 하다.
포프는 이제 꼬마 에드바르도가 집에서 책을 읽으면, 옆에서 지켜보면서 쉬는 것이 좋다. 포프는 꿈을 꾸는 것이 더 좋다. 어떻게 보면 깨어있으면 몸이 힘들지만, 꿈을 꿀 때는 마음껏 날아다니고, 자기가 좋아하는 토끼들을 쫓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포프는 걷고 또 걸었어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어요.
포프는 이제 걷지 않아서 좋아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렇게 포프는 마지막 꿈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녀석에게 침대는 따뜻하고, 포근해서 계속 잠이 오곤 했다.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만 싶다.
어쩌면 포프와 에드바르도의 이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에드바르드의 두 눈이 흠뻑 젖었어요. 포프는 에드바르드의 손을 핥아 주었어요.”
포프는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아이는 이제 포프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주위의 것은 그대로 인대로 말이다.
정말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다.
사람간의 사랑도 아름답고 슬프지만,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인생은 또 어떤가?
우리가 세상을 떠나면, 이렇게 깊은 잠에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곂에 에드바르도와 같이 나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꼬마와 강아지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꼬마는 강아지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고, 강아지도 꼬마 곂에서 조용히 숨죽이며 옆을 지켰다는 점이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이기적인 감정이 없었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만 있었다.
문득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포프와 같은 커다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그리고 둘 만의 우정을 키워나갔으면 한다.
간만에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읽은 것 같다.